"내가 전쟁포로가 된 곳은 양평 인근 산촌이었는데 정확히 어디였는지 찾을 수가 없군요. 옛날에 갇혀 있었던 거제 포로수용소를 보니 가슴이 미어지는 듯 합니다." AP통신에 따르면 한국전쟁 정전 이후 소설 '광장'의 주인공처럼 남한도, 북한도 아닌 제3국행을 택해 브라질에 사는 전쟁포로 출신 김명복(79)씨는 지난달 23일 61년만에 한국을 방문해 전쟁의 흔적을 돌아보면서 이같이 말했습니다.
평안북도 룡천이 고향인 김 씨는 1953년 한국전쟁 휴전협정 체결 이후 포로 송환조치 때 풀려나 제3국행을 택한 76명 중 한 명입니다.
이들 중 현재 생존자는 11명뿐입니다.
김 씨는 전쟁이 발발한 1950년 인민군에 징집된 지 한 달 만에 양평 인근에서 국군에 투항했습니다.
이후 그는 거제도 포로수용소에서 참혹한 삶을 살다가 1956년 브라질에 정착해 농사를 짓기 시작했습니다.
이들 76명의 한 맺힌 삶을 다루는 다큐멘터리 촬영의 일환으로 1954년 떠나고서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한 김 씨는 전쟁에 관한 희미해진 기억을 복원하기 위해 애썼습니다.
김 씨의 여정에는 같은 함께 브라질로 갔다가 미국에 정착한 전쟁포로 강희동(79)씨가 동행했습니다.
김 씨는 서울 전쟁기념관 시청각실에서 한국전쟁 재현 영상을 보다가 눈물을 흘리며 뛰쳐나갔고, 우황청심환을 먹고 방문한 거제 포로수용소에서는 "가슴이 미어진다"고 말했다고 제작진은 전했습니다.
김 씨와 강 씨는 김 씨의 부대가 투항했던 양평에서 80대 참전용사들을 만나 기억을 되새기며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습니다.
김 씨는 "마치 옛 친구를 만나는 것 같았다"면서 "예전의 적이었다는 느낌이 전혀 없었다"고 소감을 밝혔습니다.
참전용사 이규환(83)씨는 "인민군이었던 사람을 어떻게 포용할 수 있을지 의심스러웠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우리는 같은 민족이기 때문에 그런 것을 따질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김 씨는 북의 고향 룡천을 방문해 부모님의 산소와 교회를 방문하기를 희망하고 있지만, 가능성은 희박합니다.
브라질에서 남북 외교 당국에 모두 방문허가 요청을 했지만, 한 곳만 방문하라는 답변이 되돌아왔습니다.
김 씨는 "이번이 고향을 방문할 마지막 기회"라면서 "젊을 때 고향을 떠나 가족의 생사를 알 수 없지만, 죽기 전에 꼭 고향을 방문하고 싶다. 부모님은 돌아가셨겠지만, 산소에라도 꼭 절을 올리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김 씨와 같이 제3국을 택한 전쟁포로들은 먼저 인도로 보내졌습니다.
정전협정상 중립국만 택할 수 있었던 이들은 2년간 인도에 머물다가 60명은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로 떠나고 10여 명은 남한이나 북한으로 다시 되돌아갔습니다.
(SBS 뉴미디어부)
제 3국행 전쟁포로…61년만에 전쟁의 흔적 찾아 방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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