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취재파일] 세금 부족하다는 정부, 명품백 세금은 왜 깎아주나

아무도 예상 못한 '정책 유턴' 이유 밝혀야

[취재파일] 세금 부족하다는 정부, 명품백 세금은 왜 깎아주나
정부가 명품백, 명품시계, 다이아몬드 반지에 붙는 '사치세' 성격의 개별소비세를 확 내리겠다는 정책을 내놨습니다. 어제(6일) 발표한 세법 개정안에 들어있는 내용입니다.

현재는 수입업자가 신고한 '수입신고가액'이 2백만 원이 넘는 명품백과 시계 같은 경우에 이 세금을 내도록 돼 있는걸 5백만 원까지 한도를 높여주겠다는 겁니다.

이럴 경우에 현재 수입가액 5백만 원짜리 가방을 샀을 경우에 내던 세금 60만 원을 내지 않아도 됩니다. 이 물건을 사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는 희소식일지 모르겠습니다. 

● 세금 부족하다면서 명품백 세금은 왜?

그런데 지금 세금이 부족하다고 여기저기서 쥐어짜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왜 명품백과 시계, 다이아몬드에 붙는 세금은 줄여주는 걸까요.

정부 설명은 아래와 같습니다. 2001년 이후에 2백만 원으로 계속 묶여 있었는데 물가 상승을 감안해서 올렸다는 겁니다.
그러면서도 설명에는 가구와 사진기를 앞으로 세우고 시계, 가방, 귀금속은 뒤로 돌린 세심함도 눈에 들어옵니다. 논란은 있을거라고 생각한 모양입니다.

● 개별소비세는 왜 내나

이쯤해서 개별소비세란 세금을 왜 내는지를 먼저 살펴봐야 합니다. 보통 물건에 세금을 매기는 부가가치세는 부자가 가난한 사람이나 똑같이 세금을 냅니다. 예를 들면 담배 같은 경우에도 보통 하루 한 갑을 피운다면 아무래도 서민이 부자보다는 소득대비 내는 세금이 많겠죠. 반대로 부자일수록 세금 부담이 적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걸 '조세부담의 역진성'이라고 부르는데, 이런 부작용을 보완하기 위해서 만든 세금입니다.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세계 여러나라에서 시행을 하고 있죠. 

● 명품백 세금, 내려야 되나?

그런데 이 개별소비세를 '물가상승률에 맞춰' 깎아주자고 하는 정부의 주장은 타당한걸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심지어 정부 돈을 들여 연구했던 내용과도 배치됩니다.

정부는 작년에 2천 7백만 원을 들여서 이 개별소비세를 어떻게 매기는 것이 좋은지에 대해서 조세재정연구원에 연구용역을 맡겼습니다.
그런데 연구결과는 이번 발표와 정반댑니다. 개별소비세에 대한 결론은 아래와 같습니다.물가가 15년 전보다 올랐지만, 수입가액 2백만 원이 넘는 백, 시계, 귀중품은 여전히 전체 팔리는 물건의 1%도 안 되는 상황입니다. 당연히 이걸 살 수 있는 사람들도 '소득수준이 상당히 높은', 대한민국 1% 이내의 고소득 계층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렇다면 개별소비세의 성격을 따져 볼 때, 당연히 세금을 현재 수준에서 유지하는게 맞다는게 조세재정연구원의 판단입니다. 

●조세재정연구원 "명품백 세금 더 걷어야"

당시에 오히려 조세재정연구원은 반대로 조언했었습니다. 명품백 세금을 더 걷으라는거죠. 지금은 수입할 때만 세금을 매기는데, 중간 매장 가격까지 다 추적해서 세금을 더 떼라는 이야기였습니다.
명품백과 시계 세금을 내려준다고 소비가 늘지도 미지수고, 가격도 안 떨어질 수도 있습니다. 지금 수입신고가격은 공개가 되지 않습니다. 영업비밀이란 이유에선데, 세금만 줄이고 명품회사는 값을 거의 그대로 받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지금 정부가 내놓은 '명품백 세금감면'은 정책 유턴 수준입니다. 연구기관도 말렸던 사안을 누가 갑자기 집어 넣은 걸까요. 거의 책자 수준의 복잡한 세법 개정안 일부에 슬쩍 끼워넣으면 모르겠거니 생각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 주차장 세금은 새로 걷겠다면서

다시 말하지만 다른 데선 세금을 더 걷느라 난립니다. 정부와 지자체가 운영하고 있는 공영 주차장 이용금액에 새로 부가가치세를 걷겠다는 방안이 대표적입니다. 그 10%는 이용자들이 더 내야 할 상황입니다.

다시 따져보죠. 5백만 원 명품백에 붙는 세금 60만 원을 깎아주고 그 만큼을 주차장에서 걷는다고 치면, 주차비 6천만원을 걷어야 합니다. 분당 3백 원짜리 주차장이라면, 한시간 씩 3천3백 명이 차곡차곡 내야 걷을 수 있는 돈입니다. 이런 돈은 긁어 모아 티끌이라고 새로 긁어모으느니, 명품백 세금 살려놓는게 더 합리적인 방안 아닐까요.

●다시, 명품백 세금감면은 누구를 위한 정책인가
어제 내놓은 정부의 세법개정안 보도자료 표지입니다. '청년 일자리와 근로자 재산을 늘리겠습니다'라고 돼 있습니다. 그런데 명품백과 시계에 붙는 세금을 깎아주는건 청년 일자리와 근로자 재산 불리는 것과 전혀 무관합니다. 차라리 걷어서 청년 일자리를 위해 쓰는게 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대로 진행하면 명품 소비를 즐기는 고소득층, 명품회사, 그리고 백화점만 이득을 보겠죠. 다시 묻습니다. 명품백 세금 감면, 누구를 위한 정책입니까.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