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대표팀은 최근 5년 사이 일본과 네 차례 맞붙어 한번도 이기지 못했습니다. 공식적으로는 2무 2패지만 2011년 아시안컵 준결승전에서 승부차기 끝에 졌으니 사실상 1무 3패입니다. 특히 지난 2011년 8월 원정경기 3대 0 패배는 '삿포로 참사'로 불릴 정도로 충격적인 패배였습니다.
2년 전 우리 홈에서 열린 동아시안컵 때도 2대 1로 져 설욕에 실패하면서 일본에 우승컵을 내주고 우리 팀은 3위에 머물렀습니다. 대표팀이 마지막으로 한일전을 이겼던 건 2010년 남아공월드컵을 앞두고 일본 사이타마 원정경기에서 거둔 2대 0 승리입니다. 일본 홈 관중을 침묵에 빠뜨렸던 박지성 선수의 멋진 골, 그리고 이른바 '산책 세리머니' 기억하시나요? 이번에 또 그런 장면이 나왔으면 좋겠군요.
이번 한일전에서 빼놓을 수 없는 또 하나의 볼거리는 울리 슈틸리케와 바히드 할릴호지치, 양 팀 외국인 사령탑의 지략 대결입니다. 취임 1년을 한 달 남긴 슈틸리케 감독은 성공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지난 1월 호주 아시안컵에서 한국축구를 27년 만에 결승으로 이끌었고, 러시아월드컵 예선에서도 미얀마를 꺾고 순조롭게 출발했습니다.
그리고 유럽파 없이 젊은 K리거 위주로 팀을 꾸린 이번 동아시안컵에서도 정예멤버를 동원한 홈팀 중국과 첫 경기에서 2대 0 완승을 거두며 다시 한번 지도력을 입증했습니다. 중국전을 마치고 공식 기자회견에서 한 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한국에 있는 K리그 선수들이 오늘 중국전을 보면서 느꼈으면 합니다. K리그에서 좋은 활약을 보이면 대표팀에 들어올 수 있는 문은 언제든지 열려있다는 것을 그들에게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협회 탓, 선수 탓, 날씨 탓부터 한겁니다. 심지어 "일본 축구계는 오늘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꼭 봐야 한다."고 언성을 높이기까지 했습니다. 기자회견 내용을 전하던 영어 통역관조차 난감하고 민망한 표정을 지을 정도였습니다. 일본 언론들은 이에 대해 "할릴호지치 감독이 핑계만 늘어놓는다" "한국에도 질 경우에는 핑계가 통하지 않을 것"이라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