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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피해 할머니 53명 '손' 조형물 경남서 첫선

위안부 피해 할머니 53명 '손' 조형물 경남서 첫선
한국의 일본 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의 피끓는 고발을 들었던 스위스 인권운동가 제안으로 영국 미술가가 필리핀, 대만 등 3국 위안부 피해 생존자 53명의 손을 거칠게 그려 조형물을 만들었습니다.

제네바 유엔본부에 설치하려고 했던 이 조형물이 돌고 돌아 미국을 거쳐 경남도에 기증돼 국내 첫 전시회가 열립니다.

광복 70주년을 맞아 위안부 피해 여성이 가장 많았던 경남에서 열리는 의미 있는 전시회입니다.

경남도가 오는 13일부터 30일까지 경남도립미술관에서 개최하는 '기억의 초상-역사에 묻힌 상처와 인권'이라는 주제의 특별전시회 중 하나인 '폭력의 흔적' 조형물이 그것입니다.

이 작품은 그동안 미국 필라델피아 펜아시안 노인복지원 최임자 원장이 지난 8년간 소장하다가 최근 경남도에 기증하면서 전시회가 열리게 됐다고 도립미술관은 밝혔습니다.

경남도립 거창대 김정기 총장이 2014년 미국을 방문했다가 우연히 최 원장이 이 작품을 보관하는 것을 알게 된 것이 계기가 됐습니다.

김 총장은 홍준표 경남도지사에게 이러한 사실을 알렸고, 홍 지사 요청을 받은 최 원장이 작가 동의를 받아 지난 6월 기증했습니다.

1998년에 제작된 이 작품이 17년 만에 위안부 피해가 컸던 한국에서 첫선을 보이는 것입니다.

이 작품은 1991년 고 김학순 할머니가 일본군 위안부 참상을 증언하고 나서 스위스에 본부를 둔 유엔 국제화해조절기구(IFOR) 임원이었던 인권운동가 조나단 씨쏜(Jonathan Sisson)이 영국 미술가 앤드류 워드(Andrew Ward)에 권고해 제작했습니다.

두 사람은 이 작품을 만들려고 1998년 한국과 필리핀, 타이완 등 3개국을 방문해 53명의 위안부 생존자를 직접 만났습니다.

할머니 한 사람 한 사람의 굴곡진 손마디를 펴게 해 화선지 위에 목탄으로 그린 다음, 지장을 찍고 날짜를 넣고서 육성 녹음까지 했습니다.

이 그림들을 투명한 아크릴 사이에 넣고 반원형의 대형 병풍식 조형물 두 개를 제작해 '폭력의 흔적'을 완성했습니다.

조형물 하나가 높이 2.2m, 너비 4m 크기입니다.

보는 사람이 '와'라는 감탄사를 자아내도록 하는 이 작품은 그림 하나하나에 들어간 할머니 손에서 힘들고 지친 삶을 알 수 있도록 잘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이 작품은 애초 제네바 유엔본부에 설치하려 했으나 무산됐습니다.

유엔본부에 설치하는 작품들은 반드시 어느 국가의 추천이 있어야 하는데 위안부 피해국 중 어느 나라도 경제대국 일본의 오십 년 전 범죄를 들춰내 일본의 신경을 건드려 불이익을 받고 싶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2004년 미국 펜실베이니아 아시안 홀로코스트 박물관에 대여 전시를 했다가 영구 전시품으로 기증했지만 2006년 이 박물관이 재정난으로 문을 닫으면서 최 원장이 이 작품을 보관하게 됐습니다.

최 원장은 "이 작품은 훌륭한 예술품이기도 하지만 일본의 대인류 범죄에 대한 객관적 증거가 되는 귀중한 작품이다"며 "다시는 이런 고통과 아픔이 반복되는 일이 없도록 역사적 교훈자료로서 잘 보관돼 많은 사람에게 보여줘야 한다"고 전했습니다.

'폭력의 흔적' 전시회는 오는 13일 오후 2시 개막합니다.

(SBS 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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