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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재계 서열 5위?…쥐꼬리 지분으로 '황제경영'

[취재파일] 재계 서열 5위?…쥐꼬리 지분으로 '황제경영'
롯데그룹 경영권 다툼이 갈수록 진흙탕이 되고 있습니다. 형과 동생의 싸움에서 이제 아버지와 아들의 싸움으로까지 번지고, 온 가족이 다 얽히는 추세인데요, 폐쇄적이고 전근대적인 재벌총수 중심 '황제경영'의 민낯이 드러났다는 여론이 많습니다.

실제로 이번 사태로 롯데그룹이 합의기구인 이사회의 결정보다 총수의 말 한마디 지시로 모든 게 결정되는 구조라는 사실이 여실히 드러났죠. 신격호 총괄회장이 일본으로 건너가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들의 해임을 일방적으로 구두 지시한 것과 두 아들이 서로 경영권을 독차지하려고 이전투구를 벌이는 것 모두 구시대적인 롯데그룹의 경영 스타일을 그대로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장남측이 법적효력도 없는 아버지의 지시서를 언론에 공개하며 여기서 그룹 후계자로서의 정통성을 찾는 모습, 한국롯데그룹 사장단이 차남을 중심으로 똘똘 뭉쳐 그룹 총수로 적임자라고 밝히는 것 모두 비슷한 맥락입니다. 롯데그룹은 여전히 제왕적인 총수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겠죠.

그런데 이런 제왕적 권력의 가장 중요한 근거가 될 수 있는 총수 일가의 지분은 어떨까요? 한국 롯데그룹에서 신격호 총괄회장의 지분은 80여 개 계열사 지분을 다 합쳐도 0.05%에 불과합니다. 신격호 총괄회장 뿐 아니라 차남 신동빈 회장 등 일가의 지분을 몽땅 끌어모아도 지분은 2.41%밖에 안됩니다. 지극히 미미한 수준인 겁니다.


이렇게 지분이 적은데도 신격호 총괄회장 일가가 전체 롯데그룹 지배를 가능하게 해준 건 복잡한 순환출자 고리 덕분입니다. 롯데그룹의 순환출자 고리는 공정거래위원회 조사결과 지난 6월말 기준으로 무려 4백여 개나 됩니다. 재벌 중에서도 굉장히 많은 축에 속하는 거죠.

적은 지분에 무수히 많은 순환출자로 기업을 지배한다면 어느 정도 투명하기라도 해야하는데, 롯데그룹은 그렇지도 않습니다. 롯데그룹은 상장회사가 많지 않습니다. 2013년 기준으로 일본 롯데그룹 계열사 37곳중 상장된 기업은 단 한 곳도 없고, 한국 롯데그룹 역시 80개 계열사 중 상장된 곳은 단 9개 뿐입니다. 상장할 경우 지배구조 등 기업사정을 외부에 공개해야하는데 그러면 지금과 같은 총수의 제왕적 권력을 행사하는데 제약이 따를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그룹 지배에 핵심적인 역할을 할 일본 광윤사라는 회사 역시 지분 구조가 매우 불투명해 제대로된 구조가 파악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사실 이런 재벌총수의 독단적인 제왕적 권력과 폐쇄적인 기업문화가 비단 롯데그룹만의 일은 아닙니다. 다른 대기업들 역시 대부분 마찬가지지만, 이번 사태에서 보면 롯데그룹은 그 정도가 좀 더 심하다는 느낌입니다. 갈수록 막장 드라마를 연상케하는 일들이 연이어 일어나고 있는데, 그 주인공인 롯데그룹이 우리나라 재계 서열 5위의 대기업이라는 점이 더 놀라울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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