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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돋보기] '순애보'서 한국판 '백골연금'으로?

[뉴스돋보기] '순애보'서 한국판 '백골연금'으로?
 인생의 중요한 고비에서 행하는 일련의 의식을 통과의례라 한다. 대표적인 것이 혼례와 장례다. 요즘은 동거는 해도 결혼은 거부하는 젊은층이 늘면서 혼례 자체에 큰 의미를 두지 않을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장례는 어느 누구도 죽음을 피할 수 없다는 점에서, 앞으로도 여전히 중요한 통과의례로 남을 것이다.
 
 민속학자 구미래는 주검을 맞으면 누구나 '분리거부 단계'를 겪게 된다고 했다. 가까운 사람의 죽음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다시 살아나기를 바라는 것이 인간의 보편적인 심성이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유교상례에는 마당이나 지붕 위에 올라가 망자의 옷을 흔들며 '복(復)'을 외치는 고복(皐復) 절차가 있다. 김소월 시인의 노래처럼 '산산이 부서진 이름, 허공 중에 헤어진 이름, 불러도 주인 없는 이름'을 부르는 초혼(招魂)의 풍습은 분리거부의 심리를 잘 보여주는 의례라 할 수 있다.
 
 집단생활을 하는 침팬지나 돌고래 같은 동물도 가족의 죽음을 받아들이는 데 일정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한다. 어미 침팬지는 죽은 새끼를 며칠씩 등에 업고 다니거나 새끼를 깨끗한 곳에 누이고 얼굴을 어루만지는 등 다른 침팬지가 새끼의 죽음을 확인해 줄 때까지 새끼의 죽음을 선뜻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 같은 행동을 한다. 새끼가 정말 죽었는지 확실히 알지 못한 데서 비롯된 지연일 수도 있지만, 그 역시 일종의 분리거부 심리가 반영된 행동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하물며 인간임에야...
 
 간암으로 사망한 남편의 죽음을 인지 못하고(?) 7년이나 시신과 생활한 '방배동 미라' 사건이 뒤늦게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사건의 당사자인 아내가 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남편이 숨진 뒤에도 급여와 퇴직금 등을 받아 챙겼다는 것이다.
▶ [단독] '방배동 미라' 아내, 죽은 남편 급여 2억 챙겨
 
 5년 전, 일본 도쿄의 최고령 남성이었던 111세 노인이 실제로는 약 30년 전에 숨진 것으로 드러나면서 일본열도가 한동안 떠들썩했다. 도쿄 아다치(足立) 구에 살고 있는 것으로 구청에 등록된 가토 소겐(加藤宗現) 씨. 1899년생이었던 그는 81세인 장녀의 가족과 함께 거주하는 것으로 등재돼 있었다. 당시(2010년) 살아있었다면 만 111세를 갓 넘긴 상태였다. 아다치 구는 2008년과 2009년 건강한 고령자에게 주는 축하선물까지 보냈지만, 어느 날 미심쩍은 생각이 들었다.
 
 담당 공무원이 수차례 집에 찾아가 가토 씨와의 면담을 요청했지만 가족은 계속 거절했다. 이웃 주민들에겐 "병원에 입원했다"거나 "노인시설에 있다"고 말해, 주민들도 가토 씨가 정말로 살아있는지 의문을 품어왔다. 강제수색권이 없는 구청은 결국 경찰에 생사 확인을 요청했다. 경찰이 가토 씨의 자택을 수색한 결과, 방 침대에 이불을 덮고 누운 채 백골로 변한 가토 씨를 발견했다. 경찰은 가토 씨가 약 30년 전에 숨진 것으로 추정했다. 가족들이 연금을 타기 위해 수십년 전에 죽은 백골상태의 시신을 집안에 감추고 살아있는 척 한 것이다.
 
 '방배동 미라' 사건은 처음 그것이 '순애보'로 포장돼 알려졌을 때도 한편의 납량특집물처럼 섬뜩했다. 그런데 이제는 한국판 '백골연금' 사건이 될 조짐이다. 정말 돈 때문에 주검을 거실에 모셔놓고 온 가족이 생활을 한 것인가? 그것도 7년 동안이나...인간은 죽음을 받아들이고 해석한다. 인간은 죽음이라는, 일상적이고도 특별한 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각기 독특한 방식을 고안한다지만, 이건 아무리 생각해도 정말 기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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