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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당신의 성공을 빕니다

잠자는 외국 동전, '앱'으로 환전

[취재파일] 당신의 성공을 빕니다
외국에 다녀오신 분들, 집에 그 나라 동전 몇 개쯤은 갖고 계시죠? 저도 그렇습니다. 대학교 3학년 때 처음 이국땅을 밟아본 이후로 언론사에 들어와선 출장 차 해외에 다녀올 일이 몇 차례 있었습니다. 그때마다 외국 동전을 조금씩 갖고 왔는데 지금은 어디에 뒀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네요. 다 합쳐보면 최소한 5~6천 원은 될텐데 말이죠.

제가 외국 동전에 대해 처음 보도한 건 지난 2013년 5월 6일 ▶환전 꺼리는 외국 동전…줄잡아 수천 억 원 달해이었습니다. 당시 보도는 그 동안의 제 경험이 축적된 결과물이었습니다. 그래서 저 같은 사례자 찾기는 어렵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어려웠던 건 해법 찾기였습니다. ‘외국 동전을 환전해줄 때마다 20%씩 손해를 본다’고 하는데, 자본주의 사회에서 은행 측을 무작정 비난할 수만은 없는 노릇이었습니다.

그 뒤로 2년 정도 지났습니다. 최근 저는 이메일 한 통을 받았습니다. 그 분은 자신을 벤처 사업가라고 소개했습니다. 외국 동전의 환전 문제를 다룬 제 기사를 보고 메일을 주셨다는 겁니다. 서랍 속에 ‘잠자고 있는 외국 동전’이 수천 억 원 된다는 건, 나라 경제 전체적으로 볼 때 손해이지만 누군가에겐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는 군요. 그때부터 ‘외국 동전 환전’을 위한 사업 구상에 들어갔다는 게 그 분의 설명이었습니다.

국내 외국환거래법 제8조 3항에 따르면 은행 같은 금융기관뿐만 아니라 민간인도 환전 영업을 할 수 있습니다. 외국 동전을 바꿔주는 일이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말이지요. 그렇다 해도 은행도 못하는(혹은 안 하는) 업무를 민간이 어떻게 하겠다고 나섰을까요. 그 사업가는 은행들의 해명에서 답을 찾았다고 합니다. 외국 동전을 그 나라로 운송할 때 많은 비용이 든다고 했으니 그 비용을 없애면 되지 않을까라고 말이죠.

간단히 설명하면 이렇습니다. 외국 동전 환전 신청을 할 수 있는 인터넷 홈페이지를 개설합니다. 앱도 당연히 있고요. 수요자가 외국 동전의 종류와 수량, 환전 희망 지역을 입력하면 직접 찾아가서 원화로 바꿔주는 체계입니다. 물론 피자 배달처럼 몇 십분 안에 이뤄지지는 않습니다. 방문 환전이다 보니 지역별로 수요 인원이 좀 차야 하고요, 시세는 은행과 같은 50% 환율을 적용한다고 합니다. 현재 국내 은행 중에 외환은행만 달러와 엔화 등 주요 8개 통화에 한해 50% 환율로 환전해주고 있거든요.

외국 동전이 그렇게 확보되면 이제 그걸 필요로 하는 해외 여행객들에게 되팔게 됩니다. 시세의 70%선에서 말이지요.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일본에선 동전을 정말 많이 사용합니다. 26일 시세로 100엔에 943원 정도 하니까 50엔, 10엔도 완전 소중할 수밖에 없겠죠. 만약 이걸 국내 은행에서 원화를 주고 살 수 있다고 가정하면 100엔의 경우 943원을 줘야 합니다. 하지만 이 사이트를 이용해서 엔화 동전을 산다면 660원만 내면 되는 셈입니다. 무엇보다 가장 큰 특징은 환전 가능한 통화가 주요 8개국을 훨씬 넘는다는 겁니다. 그 사업가 말로는 “아프리카 정도를 제외하고 거의 바꿔드리는 게 방침”이라네요.

지난해에만 해외 여행객 수는 1천6백만 명이라고 하는데, 이들이 갖고 들어온 외국 동전은 도대체 얼마나 될까요. 지금까지 국내에 쌓여 있는 외국 동전은 최소 3~4천억 원 정도 된다는 추정치가 있을 뿐 전국은행협회조차 파악을 못 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국내 은행들은 해외 여행객들에게 외국 돈을 환전해주면서 ‘환전 수수료’라는 걸 받아 챙깁니다. 반면에 ‘돈이 안 된다’는 이유를 들며 그들이 가져온 외국 동전은 취급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은행들이 이렇게 손실 걱정만 하며 배짱을 부리는 사이에 민간인이 외국 동전 환전 시장을 만들어 가기 시작했습니다. 이게 성공한 모델이 될 지 아니면 찻잔 속의 태풍으로 끝날지는 두고 봐야겠지만 분명한 건, 그동안 은행들의 말대로 방법이 없었던 게 아니라는 점입니다. 그 벤처 사업가가 성공하기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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