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과정을 돌이켜보면 가장 어려웠던 때가 6월 말이었다고 생각됩니다. 이란 내부에서 강력한 반발에 부딪친 때입니다. 6월 말 타결을 목표로 협상을 진행하던 중 이란 내부에서 반발이 일었습니다. 군사 시설 사찰은 주권 침해라고 이란 의회가 규정한 것입니다.
서방 측은 이란 핵문제를 투명하게 해결하기 위해서는 특히 핵실험 바로 전 단계인 고폭 실험장이 있는 이란 북부 파르친 지역을 반드시 사찰해야 한다고 요구했습니다. 이란 의회가 협상의 최종 승인 권한을 국가안보 최고회의에 넘겼는데, 이 회의체는 이란 대통령 보다 우위에 있다고 할 수 있는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의 의중을 반영하다는 점에서 최종적으로 협상이 결렬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까지 낳았습니다. 이 문제 때문에 이란 핵협상은 시한을 보름 쯤 넘겨 겨우 타결됐습니다.
이번 이란 핵협상의 주역은 누구일까요? 한편으로는 이란, 다른 편으로는 당연히 미국이 되겠지요. 그런데 유렵에서는 조금 다른 시각으로 보고 있기도 합니다. 핵협상은 이란과 P5+1이 진행한 것으로 나와 있습니다. 이 표현에 따르면 UN 안보리 상임이사국 5개국에 독일이 추가되는 형국입니다. 왜 하필 독일이 들어가는 지는 구체적인 설명이 없습니다.
그런데 유럽 쪽 표현을 보면 독일이 참여한 이유가 명확해집니다. EU 등 유럽 쪽에서는 E3+3라는 표현을 더 선호합니다. 즉 유럽 주요 3개국(영국, 프랑스, 독일)에 세계 주요 3개국으로 미국과 러시아, 중국이 함께 협상 주체로 들어간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유럽에서는 이란 핵문제를 유럽의 문제로 보고 있고, 미국으로서는 미국의 세계 전략 속에서 이란 핵문제를 다룬 것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2007년과 2008년 유럽에서는 큰 논란이 있었습니다. 미국이 MD, 미사일 방어 체제를 갖추기 위해 동구권 국가에 접근을 한 것입니다. 러시아가 자국을 겨냥한 것이라면서 강력히 반발하자 미국은 MD의 목표가 러시아가 아니라 이란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당시 미국은 심지어 북한 핵까지도 유럽 MD의 목표라고 강변했습니다. 미국은 결국 폴란드와 루마니아에 MD 체제를 구축하려 하고 있습니다. 이란 핵은 유럽에 직접적인 위협이 된다는 논리가 설득력을 가졌습니다. 그런 만큼 유럽은 이란 핵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란은 원유 매장량 세계 4위, 천연가스 매장량 세계 1위로 이란에 대한 경제 금융 제재가 풀리면 막대한 규모의 해외 투자가 몰릴 것이라는 분석이 많습니다. 6월까지 이란의 원유 생산량은 하루 3백만 배럴을 밑돌아 1970년대 최고 수준의 절반에 그쳤습니다. 그런데 경제 제재가 풀릴 경우 이란 산 원유 생산이 급증해 국제 유가가 배럴당 50달러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습니다. (연합뉴스 6.24.)
실제로 협상 타결 직후 7월 20일 뉴욕 상품거래소에서는 8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 산 원유(WTI)가 배럴 당 50.15달러로 마감하며 4월 2일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이란 원유의 영향력이 미치기 시작한 것이라고 분석됩니다. 이렇게 경제 제재가 해제되면 이란은 경제적으로 얻을 것이 많습니다. 당연히 국내적으로도 경제 제재를 받는 현실에 대한 불만이 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따지고 보면 이번 협상은 이런 약한 고리를 정확히 겨냥했고, 이것이 정권 교체 등 이란 내부의 변화와 맞물려 결과적으로 성공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제 세계의 눈은 북한을 향하고 있습니다. 과연 이란 핵협상처럼 북한과도 핵협상이 가능할 지, 또 협상의 최종 목표인 북핵 제거가 가능할 지를 따져보는 시각입니다. 지금 북한과 대화의 틀은 6자회담을 기본으로 하고 있습니다. 비록 몇 년째 회담 자체가 열리지 못하고 있지만 아마도 북핵 관련 회담이 재개된다면 가장 쉬운 대안으로 6자회담이 다시 떠오를 것입니다. 중국이 주도권을 놓지 않으려는 상황에서 또 다른 형식의 회의체를 구성하는 일 자체가 난제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6자회담의 진행을 보면 과연 북핵 문제 해결에 이 회담 형식이 최선일까 하는 의문은 계속 제기되고 있습니다. 미국과 직접 대화라는 북한의 요구에 끌려가고 싶지 않은 한국과 미국의 필요에, 북한 문제에 관한 한 주도권을 잡으려는 중국의 입장, 또 주변 강대국으로서 북한 문제에 어떻게든 영향을 미치고자 하는 러시아나 일본의 이해까지 맞물려서 6자회담이 이뤄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북한도 이란 핵협상 이후 바로 자신들에게 화살이 돌아올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습니다. 7월 21일 북한은 외무성 대변인 발표를 통해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습니다. 외무성 대변인은 조선중앙통신 기자의 질문에 대한 대답 형식으로 “이란 핵 문제와 관련한 합의가 이뤄진 것을 기화로 미국이 우리의 핵 문제에 대해 이러쿵저러쿵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일방적으로 먼저 핵을 동결하거나 포기하는 것을 논하는 대화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북한도 이란 핵협상 이후 세계의 동향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는 반증입니다.
이쯤에서 북한과 이란의 사정이 전혀 다르다는 현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미 북한은 핵 보유국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스톡홀름 평화연구소(SIPRI)는 북한의 핵탄두 보유를 2012년부터 사실상 공식적으로 인정했습니다. 2013년 SIPRI 연감에 따르면 북한은 6-8(?)개의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그런데 2014년 연감을 보면 물음표가 사라졌습니다. 핵탄두 수 6-8개로 등재돼 있습니다. 물론 2014년 현재 러시아가 최대 8,000개, 미국이 최대 7,300개라는 수치에 비하면 핵탄두 수 자체로 보면 아직 미약하기 그지없습니다. 그래도 핵탄두 보유국이 전 세계에서 (이스라엘을 포함해서) 불과 9개국(SIPRI 연감 2015)이라는 사실을 고려하면 우리로서는 큰 위협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란이나 리비아, 남아공의 경우에는 핵 프로그램 진행 상태에서 협상이 타결됐습니다. 우크라이나는 구 소련이 배치한 핵무기를 스스로 포기한 측면이 있습니다. 그러고 보면 자국이 개발한 핵무기를 보유한 국가의 비핵화는 세계가 아직 경험하지 못한 일입니다. 이런 면에서 북핵 관련 협상이 얼마나 지난한 일이 될 지 예측하기조차 어렵습니다. 94년 제네바 합의 당시만 해도 북한은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은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도 미국은 북한의 복잡다단한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었습니다. 과연 북핵 관련 협상이 재개되면 북한이 어떻게 나올 지 다양한 검토가 필요한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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