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 끓는 청춘이던 20대 중반의 A씨는 2011년 남미로 여행을 갔다가 한 여성을 우연히 만났습니다.
전역을 6개월씩이나 늦추며 군대에서 모은 돈으로 장기간 떠난 여행이었습니다.
타지에서 둘은 호감을 느꼈고, 한국으로 돌아온 뒤에도 A씨는 여자친구가 있는 지방을 주말마다 오가며'장거리 연애'에 푹 빠졌습니다.
사귄 지 2년가량 됐을 무렵인 2013년 A씨의 여자친구는 부모님에게"남자친구가 있다"고 알렸습니다.
그러나 부모는 "남자가 아직 취업하지 않았고 나이 차가 많이 난다"는 이유로 둘의 교제를 극구 말렸습니다.
A씨의 여자친구도 8개월가량 어머니와의 대화를 끊고 자신의 고집을 굽히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영원할 것 같던 둘의 사랑에 금이 가기 시작했습니다.
지난해 7월 여자친구는 A씨에게 헤어지자고 말했습니다.
청천벽력 같은 이별 통보받고 A씨는 곧장 여자친구가 있는 지역으로 내려갔습니다.
새벽 4시쯤 여자친구가 사는 오피스텔에 도착해 3시간가량 설득했지만 깨진 유리 조각들을 다시 붙일 수는 없었습니다.
A씨는 그 건물에서 몸을 던져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A씨의 여자친구는 연인이 자살한 지 7개월 만에 어릴 적부터 알고 지내던 다른 남자와 결혼했습니다.
A씨의 부모는 아들의 여자친구를 상대로 총 2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들은 "아들과 여자친구가 3년 넘게 사귀며 결혼을 준비했고 1주일 이상 오피스텔에서 함께 지내는 등 사실혼 관계였다"며 "피고는 아들이 자살할 무렵 이미 다른 남자를 사귀고 있었다고 의심할 만한 정황도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인천지법 민사17부(도진기 부장판사)는 A씨의 부모, 동생, 조부모가 A씨의 여자친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고 밝혔습니다.
재판부는 "사실혼 관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사회통념상 부부공동생활을 인정할 만한 실체가 있어야 한다"고 전제했습니다.
이어 "A씨가 피고의 오피스텔에 자유롭게 출입했고 1주일 이상 함께 지낸 적이 있더라도 둘 사이에 부부공동생활을 인정할 만한 실체가 있었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재판부는 또 "법률은 '어떤 행동을 하면 대개는 이런 결과가 발생한다'는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는 원인행위만을 다룬다"며 "피고가 이별을 통보할 때 남자친구의 자살을 예견할 수 있었다고 확신할 수도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SBS 뉴미디어부)
'이별통보 뒤 애인 자살'…법원 "여성 배상책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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