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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돋보기] 가계부채 대책…무능력과 무책임의 합작품

[뉴스 돋보기] 가계부채 대책…무능력과 무책임의 합작품
정부가 뒤늦게 가계부채 관리대책을 내놨다. 앞으로는 대출을 상환할 때 이자만 내는 '거치식' 대신 원금을 처음부터 갚아나가는 '분할 상환'으로 바꾼다는 것이다. 원금과 이자를 처음부터 갚아나가면 이자를 0.25%포인트까지 낮춰주지만, 원금을 놔두고 이자만 내면 더 높은 이자를 물게 하겠다는 거다. 그나마도 이자만 내는 거치 기간은 '최대 5년'에서 '1년 이내'로 줄인다. 대출 심사도 담보보다는 소득 중심으로 강화된다. 한마디로 은행 돈 빌리기가 깐깐해 진다는 뜻이다. 
 
지난 해 말 기준으로 우리나라 가계대출 잔액은 1100조 원을 돌파했다. 올 1분기 주택담보대출 증가액도 지난 해 동기 대비 9배나 늘었다. 주택 담보 대출자 70%가 지금 이자만 내고 있다. 그들은 원금상환을 독촉받으면 은행 바꿔가면서 '돌려막기'로 버틴다. 한때 집값이 오를 기미를 보이자 행복한 상상도 했었다. 부동산 경기 살아나면 얼른 집 팔아서 빚갚아야지라고. 
 
통상 가계부채의 위험 수위는 국내총생산의 75% 수준으로 본다. 지난 해 우리나라의 가계신용 규모는 국내총생산 대비 73%로, 위험 수준에 육박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가계부채가 급증한 것은 전적으로 정부 탓이다. "빚내서 집사"라며 지난 해 8월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완화한 것이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여기에 한국은행은 금리까지 인하했다. 경기 활성화란 명목이었지만, 자연스럽게 '빚 권하는 사회'가 됐다. 
 
주택담보대출을 경제활성화 수단으로 활용하면서 가계부채 총량이 급증하자, 정부는 총량규제 대신 가계부채의 구조를 개선하려 했다. 이를 위해 34조 원을 들여 이른바 '안심전환대출’ 기금을 만들었다. 하지만 이는 주택담보대출 총액(460조 원)의 7.4%에 불과하다. 안심대출로 전환되지 못한 나머지 430조원은 '불안대출'로 남아 있다. 국내 경기는 이미 4년 가까이 완만한 하강 국면을 보이고 있다. 금융권의 대출은 보통 대출이 증가된 2년 후부터 본격적으로 부실이 나타나기 때문에 지난 해 하반기 이후 대출은 2017년 하반기부터 부실 위험을 드러낼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에서 어제(22일) 정부가 뒤늦게 내놓은 가계부채 관리대책은, 지금까지 저금리와 규제 완화를 통해 가계부채를 늘려 소비를 촉진하려던 현 경제팀의 '항복선언'이라 할 수 있다. 1년 만에 가계부채 정책의 방향성이 뒤집어져 시장의 신뢰 또한 완전히 무너졌다. 가계부채를 충분히 관리할 수 있다며 ' 빚내서 집 살 것'을 강권했던 정부가, 이제와서 자신없다며 빚내기 어려운 상황으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정부 믿고 돈 빌려 집 산 서민들만 골탕먹게 됐다.
 
어제 대책으로 추산해 보면, 기존에 2억 원을 대출받은 사람은 매월 50만원을 상환하면 됐는데, 앞으로는 월 111만원을 부담해야 한다. 빚 갚는데 드는 돈이 많으니 당연히 생활에 쓰는 돈은 줄고, 가처분 소득이 줄다보니 경기는 위축될 수 밖에 없다. 내수경기 활성화는 기대 난망이다. 애당초 자신이 없으면 꺼내지 말았어야 할 카드였다. 경기 부양한다며 빚 권장하다, 놀란 빚에 이젠 경기마저 죽이려 하고 있다. 메르스 사태를 겪으며 무능함을 알았는데, 이번에 그 무책임함도 새삼 알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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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자만 갚는 주택담보대출 내년부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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