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뉴스] 태완이는 왜 '태완이법' 혜택을 받지 못할까?

'살인죄에 대한 공소시효 폐지' 이 내용을 핵심으로 한 이른바 '태완이법'이 법률로 제정되기 위한 첫 관문인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1소위를 통과했습니다.

이 법안은 1999년 대구에서 누군가가 뿌린 황산을 뒤집어쓴 뒤 숨진 김태완 군의 이름을 따 만들어졌습니다. 태완이를 살해한 범인을 잡지 못한 채 공소시효가 끝나가자 살인죄에 대한 공소시효를 폐지하자는 여론이 높아졌고, 태완이의 이름을 딴 법안이 되어 국회에 제출된 것입니다. 김현웅 법무부 장관이 태완이법 통과를 중점과제로 삼겠다고 말할 정도이니,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가능성도 매우 커졌습니다.

그러나 정작 태완이 가족과 하늘나라에 있는 태완이는 이 법안의 혜택을 받지 못합니다. '태완이법'은 법안이 발효된 이후 발생한 사건뿐 아니라, 법안이 발효된 시점에 아직 공소시효가 끝나지 않은 사건까지 공소시효를 폐지하도록 하고 있지만, 태완이 사건은 공소시효가 지난 6월 말 이미 끝났기 때문입니다. 이제 태완이법이 국회를 통과해도 태완이 살인범을 잡을 수 없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왜 진작 이 법안을 통과시키지 않았을까요? 주저하거나 반대하는 의원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 법안이 처음 논의된 지난 6월 17일 법안심사1소위 법안을 대표발의한 서영교 의원은 물론이고, 행정부를 대표하는 법무부 차관과 사법부를 대표하는 대법원 법원행정처 차장까지 찬성한 상황, 그런데 이런 발언들이 이어집니다.

[전해철 의원(새정치민주연합) : 오늘 만약 결정을 한다면 저는 조금은 보류 의견이고 (중략) 아무튼 제 의견은 약간 유보적으로 하고, 다른 위원들 이야기해 보시지요.]

[김진태 의원(새누리당): 몇 개 사건에 대해서 국민 여론, 법감정에 휩쓸려서 이렇게 막 갈 문제가 아니라고 보고…]

[소위원장 이한성 의원(새누리당) : 지금 시간이 얼마 없고 자꾸 바쁜 일로 가실 분이 생겨 가지고 조금 더 진척하기 위해서 그 정도만 하시고…]

이렇게 회의가 끝났습니다. 그리고 그 사이 대법원이 태완이 사건에 대한 재정신청을 기각해 공소시효가 끝났고, 태완이는 영영 '태완이법'의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됐습니다.

물론 법률을 자주 흔들어 법적 안정성을 해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도 일리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어차피 법안심사1소위에서 통과시킬 것이었다면, 조금만 더 빨리 처리해줬다면, 태완이 가족도 마지막 희망을 간직할 수 있었을텐데...

태완이는 혜택을 받지 못하는 태완이법의 아이러니가 많은 사람을 슬프게 만들고 있습니다.

(기획/구성: 임찬종 그래픽: 이윤주)

(SBS 뉴미디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