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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최운정의 스승은 잭 존슨('디 오픈' 챔피언)의 스윙 코치 '마이크 밴드'

미국에서 첫 스승이 마이크 밴드…"8년 동안 한 번도 코치 안 바꿔"

[취재파일] 최운정의 스승은 잭 존슨('디 오픈' 챔피언)의 스윙 코치 '마이크 밴드'
 지난 20일 미국 LPGA투어 마라톤 클래식에서 우승한 최운정 선수의 부친 최지연 씨와 전화 통화를 하다가 흥미로운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최운정 선수를 가르치는 스윙 코치가  21일 끝난 남자 메이저대회 브리티시오픈(디 오픈)에서 정상에 오른 잭 존슨의 현 코치인 마이크 밴드라는 것입니다. 마이크 밴드는 한 주에 남녀 투어 챔피언을 모두 배출해 미국 언론에서도 화제가 됐다고 합니다.

 최운정의 아버지 최지연 씨는 마이크 밴드와 처음 만나게 된 사연과 미국 진출 후 8년 만에 첫 우승을 하기까지 스토리를 솔직하게 털어놨습니다.
 
 "2007년, 운정이가 고등학교 2학년 때 갑자기 프로가 되고 싶다고 했어요. 넉넉하지 않은 집안 형편 때문에 빨리 돈을 벌어 부모의 부담을 덜어주고 싶었던 거겠죠. 가슴이 먹먹했습니다. 고 1때 같이 국가대표 상비군을 했던 친구들(유소연, 최혜용)은 풍족한 환경 속에서 골프에만 몰두하는데, 운정이는 당시 월 270만 원이나 드는 레슨 비용을  감당할 수 없어서 레슨도 제대로 못받고 뒤처지기 시작하는 거에요.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결심했죠. '비용이 저렴하고 골프 환경이 좋은 곳으로 가자.' 2007년 7월 30일. 저는 당시 근무지였던 혜화경찰서에 휴직계를 내고 운정이와 둘이서 미국 플로리다행 비행기를 탔습니다. 플로리다에서 처음 찾아간 곳이 '마이크 밴드 아카데미'였고 거기서 만난 스승이 마이크 밴드였습니다."
(기자) 레슨 비용이 한국보다 더 쌌나요?

"정말 너무 싸서 깜짝 놀랐습니다. 마이크 밴드가 처음엔 저에게 한 달에 얼마를 낼 수 있냐고 묻더군요. 저희 부녀는 당장 잘 곳도 없었기 때문에 숙박 포함하는 조건으로 한 달에 2,100달러까지 낼 수 있다고 말했는데 즉석에서 'OK' 했어요. 3개월 계약을 했죠. 마이크 밴드 코치는 운정이가 대한민국의 국가대표 상비군이었다는 기록을 보고  성장 가능성을 높이 산 것 같아요.

계약하고 3개월 동안 정말 꿈같은 생활을 했습니다. 좋은 곳에서 자고 골프는 원하는 대로 언제든 치면서 레슨까지 받는데 월 2,100 달러면 한국과는 비용면에서 비교가 안 되더라구요. 운정이가 이 3개월 사이에 실력이 엄청나게 늘어서 바로 그 해 LPGA 2부투어 퀄리파잉 스쿨을 3등으로 통과하고 2008년 2부투어를 뛰다가 그 해 말 1부투어 퀄리파잉 스쿨까지 통과했어요.

그래서 2009년부터 지금까지 LPGA 멤버로 죽 뛰게 된 겁니다. 처음 미국 와서 지금까지 9년 동안 운정이는 단 한번도 스윙 코치를 바꾼 적이 없어요. '한 번 스승은 영원한 스승'이라는 거죠."

(기자) 경찰관 월급으로 골프선수 딸 뒷바라지를 하시기 힘들었을텐데?

"너무 힘들었죠. 아내와 맞벌이를 했는데도 4남매를 키우다 보니까 살림이 빠듯했어요. 아내는 한국에서 직장 다니며 남은 3남매를 키워야 했고 저는 미국에서 운정이와 상금을 벌어 생활비를 마련해야 했어요. 캐디 비용도 아껴야 하니까 제가 직접 캐디 백을 멜 수 밖에 없었죠. 2008년 2부투어 뛸 때 아예 경찰 배지를 반납하고 퇴직을 했어요. 2009년 드디어 꿈에 그리던 1부투어 입성하고 난 뒤에는 상금이 차곡차곡 쌓여 그럭저럭 투어 비용이 마련되더라구요."

(기자) 지금도 가족이 떨어져서 사시나요?

"지금은 한국에서 대학 다니는 둘째 딸(27세)만 빼고 다섯 식구가 미국에 와서 같이 살아요. 운정이가 1부투어 뛰면서 여유가 생겼고 덕분에 아내도 2013년에 직장을 그만두고 미국에 합류했어요. 2014년 1월 플로리다 잭슨 빌에 저렴한 콘도를 구입했는데 여기가 베이스캠프지요.

운정이(25세)가 4남매 중 셋째에요. 맏 딸(29세)은 지금 운정이의 매니저 역할을 하고 막내 아들(20세)은 중학교 때 유학와서 고등학교 때 골프선수를 했고 지금은 대학생인데 지난 6월 한국에 잠깐 나가서 세미프로 테스트에도 합격했죠."

(기자) 딸이 첫 우승을 할 때까지만 캐디를 맡겠다고 하셨는데 이젠 무거운 가방 내려놓게 돼서 후련하시겠네요?

"정말 후련합니다. 8년 동안 미국 전역을 운전하고 다니면서 20kg 투어 백을 매일 메다보니 양쪽 어깨에 굳은 살이 다 생겼어요. 그렇지 않아도 너무 힘들어서 쉴 궁리를 하고 있었는데 마침 운정이가 이렇게 덜커덕 우승을 해줬으니 정말 말도 못하게 좋지요. 앞으로 2개 대회는 이미 신청을 해놓았으니 브리티시여자오픈(7월 30일 개막)까지만 백을 메고 그 다음 대회부터는 운정이가 새 캐디와 호흡을 맞출 겁니다. 지금 얘기중인 캐디가 있는데 아직 계약은 안했습니다."

(기자) 캐디 그만두시면 앞으로 뭐하실 계획이신가요?

"일단 운정이는 큰 언니한테 맡기고 저는 좀 쉬어야죠. 가을에 한국 가서 보고 싶었던 친구,지인들과 만나 회포 좀 풀어야겠습니다."

(기자)  첫 우승을 하기까지 가장 고마웠던 분을 꼽는다면?

"스윙 코치인 마이크 밴드와 문경안 볼빅 회장님입니다. 문 회장님은 2011년부터 계속 운정이의 가능성을 보고 물심 양면으로 지원을 많이 해주셨어요. 운정이도 늘 고마워 하고 있습니다."
  
인터뷰를 마치면서 슬쩍 물어봤습니다.

(기자) 아버지도 골프를 잘 치시나요?

"대회 없을 때나 겨울 비시즌에 가까운 데 가서 치는데 '보기 플레이' 정도 합니다. 라이프 베스트 스코어는 4오버파까지 쳐 봤습니다."

 최운정은 이번주 목요일 밤 개막하는 마이어 LPGA 클래식에 출전해  2주 연속 우승에 도전합니다.

▶ 프로골퍼 딸 우승 위해…경찰복까지 벗은 '아빠 캐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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