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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돋보기] 집사 변호사, 너 변호사 맞아?

[뉴스 돋보기] 집사 변호사, 너 변호사 맞아?
우리 헌법은 체포 또는 구속된 피의자 혹은 피고인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기본적 인권으로 보장하고 있다. 형사 피의자·피고인의 방어권과 변호인 변호권을 보장하기 위해 변호인 접견을 폭넓게 허용하고, 접견 시간·횟수에 대한 제한도 없다. 그런데 이런 변호인 접견권을 악용해서 구치소 수감자의 말동무나 심부름을 주로 하는 이른바 '집사(執事) 변호사'가 성업중이다. 보다 못한 대한변호사협회가 이들에 대한 징계 절차에 들어갔다.
 
집사(執事)의 사전적 의미는 '주인집에 고용되어 그 집일을 맡아보는 사람'이란 뜻이다. 초창기 집사 변호사는 주로 구치소에 수감된 재력가 혹은 유력 정치인들에게 서류를 전달하거나 옥바라지를 하는 일이 주 업무였다. 다시 말해 이전 집사 변호사는 '범털'(돈 많고 빽 있는 죄수)들의 전유물이었다. 하지만 국내 변호사 수가 2만 명을 돌파하고 로스쿨 졸업생이 쏟아져 나오면서 이젠  평범한 '개털'(돈 없고 연줄 없는 죄수)들도 집사 변호사를 찾는 일이 부쩍 늘었다.
 
최근 수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일부 변호사는 접견만을 목적으로 구치소를 드나들며 '개털'들을 모으는 박리다매식 영업도 벌이고 있다. 경제적 여유가 있는 수용자들은 선임한 공판 변호사 외에 집사 변호사를 별도로 고용해 재판 준비가 제대로 되고 있는지 점검도 한다는 소식이다. 구치소 안에서는 집사 변호사에 대한 정보 공유도 이뤄진다.
 
집사 변호사를 고용하면 뭐가 좋은 것일까? 법무부 교정 관계자는 "수용자들이 수감시설 안에만 있으면 답답하고 심심하니까 변호사 접견을 핑계삼아 나와서 맘껏 쉰다"고 전했다. 변호사 접견실은 피고인과 변호사 단둘만 있는 데다 일반 면회실과는 달리 교도관 참석이나 녹취도 불가능하다. 게다가 형사 판결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사용 시간과 횟수도 무제한이다.
 
특정 수용자가 변호인 접견실을 차지하다 보니 막상 접견이 필요한 다른 수용자가 못쓰는 경우가 많다. 이는 곧 구치소 '갑질' 논란으로 불거진다. 이른바 '땅콩 회항' 사건으로 구속됐던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경우가 그렇다. 구치소 내 여성전용 변호인 접견실은 단 두 개 뿐인데 조현아 전 부사장 측이 장시간 접견실을 독점해 다른 변호사들이 대기해야 했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다른 변호사들의 변론을 위한 접견을 방해한 것이다.
 
요즘 집사 변호사는 수용자들로부터 돈을 받고 과자 심부름을 하기에 이르렀다. 이번에 대한변호사협회가 징계 신청을 한 변호사가 그런 경우다.  변호사 개업을 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신참 변호사가 사건수임에 어려움을 겪자 수용자들에게 사탕이나 과자 등을 사다주는 잔심부름을 하다가 적발됐다. 

다른 A변호사는 수감자가 손으로 쓴 편지를 휴대전화로 찍어 수감자가 지시한 다른 사람들에게 문서파일을 5차례 외부로 전송하다가 교정당국에 걸렸다. B변호사는 수감자가 직접 작성한 문서를 받아 몰래 외부로 반출하려다, C변호사는 휴대전화를 몰래 반입하려다 적발됐다. 한마디로 천태만상이다. 

그들은 말한다. 생계유지 차원이었다고. 옛말에 3일 굶으면 남의 집 담장도 넘는다 했는데, 이러다 정말 담장까지 넘지 않을까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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