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프로골퍼 딸 우승 위해…경찰복까지 벗은 '아빠 캐디'

슬라이드 이미지 1
슬라이드 이미지 2
슬라이드 이미지 3
슬라이드 이미지 4
슬라이드 이미지 5
슬라이드 이미지 6
슬라이드 이미지 7
슬라이드 이미지 8
슬라이드 이미지 9
슬라이드 이미지 10
슬라이드 이미지 11
슬라이드 이미지 12


아빠는 늘 한 쪽 어깨에 제 가방을 메고 있습니다. 20kg에 달하는 무게 때문에 굳은살까지 배겼습니다

저는 프로골퍼(최운정 선수)로, 아빠는 제 캐디로 벌써 8년째 함께하고 있습니다.

누구보다도 듬직한 경찰관이었던 우리 아빠... 셋째 딸인 저를 위해 아빠는 20년 넘게 입었던 경찰복을 벗었습니다. 중학교 때 여유 있게 골프를 배우는 또래들이 부러워 아빠를 졸랐기 때문입니다. 나도 다른 애들처럼 골프를 하고 싶다고, 유학 가자고...

아빠는 딸에게 한 번은 기회를 줘야 한다고 생각하셨고, 우리는 9년 전 함께 미국에 왔습니다. 넉넉지 않은 형편에 전문 캐디를 구할 비용을 아끼기 위해 아빠는 직접 제 캐디가 돼주셨습니다. 

저는 타고난 골프 천재는 아니지만, 끈질기게 도전했습니다. 미국 여자프로골프협회(LPGA) 투어에 무려 156번이나 출전해 준우승만 3번,번번이 눈앞에서 우승을 놓치는 게 속상했습니다.

"전문 캐디가 아니라서 우승을 못하는 거 아니야?" 주변에서 이런 말이 들릴 때마다 아빠를 보는 게 미안했습니다. 부족한 건 저였는데, 아빠에게 화살이 향하는 게 너무 속상했습니다. 그런 저를 아빠는 매번 따뜻하게 보듬어줬습니다. 눈앞의 성적에 연연하지 말고, 프로답게 제 자신을 사랑하라고.

[최지연 씨/최운정 선수의 아버지: 우승에 목마를지라도 골프 선수로서 직업의식을 갖고 자신의 일을 사랑하는 게 우선이란다.]

그리고 어제(20일), 마침내 저는 LPGA 마라톤클래식에서 처음으로 우승컵을 거머쥐었습니다. 157번 도전 끝에 첫 우승, 가장 먼저 생각난 건 늘 곁을 지키던 아빠였습니다.

첫 우승을 할 때까지만 캐디를 해주겠다 약속한 우리 아빠. '아빠, 이제 더 이상 무거운 가방 안 메도 돼요!'

딸의 꿈을 위해 아버지는 가장 가까운 곳에서 묵묵히 희생을 감내했습니다. 몇 번의 좌절을 겪고 얻어낸 그녀의 우승, 그 피나는 노력과 아버지의 사랑이 있었기에 더욱 빛나고 있습니다.

(SBS 스브스뉴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