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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한국에서 유독 잘나가는 수입 럭셔리카

[취재파일] 한국에서 유독 잘나가는 수입 럭셔리카
계속되는 내수 침체 속에서도 호황을 누리는 품목이 있습니다. 바로 고가의 수입차들입니다. 대당 1억 원이 넘는 비싼 가격에도 불티나게 팔리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국내 고급 승용차 하면 현대자동차의 에쿠스가 떠올랐죠. 그만큼 가장 많이 팔리기도 했는데 이젠 아닙니다. 에쿠스가 출시된 게 2009년이니까 벌써 6년이 지나 모델이 노후화되면서 에쿠스 판매는 급감했습니다. 올 들어 4월까지 판매량이 2천6백여 대로, 지난 해 같은 기간보다 28.1%나 감소했습니다.

반면에 수입차 벤츠에서 에쿠스와 비슷한 모델이라 할 수 있는 S클래스는 그사이 승승장구했습니다. 같은 기간 4천백대가 넘게 팔렸습니다. 과거엔 에쿠스가 비교도 안될 만큼 많이 팔렸지만, 이제 역전을 허용한 겁니다. 사실 그냥 역전을 허용한 수준도 아닙니다. 벤츠 S클래스의 판매량은 에쿠스는 물론 기아차 K9과 쌍용차 체어맨 판매량까지 다 합친 것과 비슷한 숫자입니다. 벤츠뿐만 아니라 다른 고가 수입차들도 잘 나가고 있어, 이탈리아차 마세라티는 지난 해 매출 성장률이 469%에 달했고, 2억6천만 원짜리 벤틀리 플라잉스퍼는 지난 해 전 세계 도시 중 서울에서 가장 많이 팔린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문제는 이런 고가의 수입차들 대부분이 개인 명의가 아니라 법인 명의, 즉 업무용 차량으로 등록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현행 소득세법과 법인세법은 사업자의 업무용 차량에 대해 차값은 물론이고 취득세, 자동차세, 보험료, 유류비까지 전액 무제한으로 경비처리가 되어 있다 보니 개인사업자들이 자기 명의로 차를 사는 게 아니라 회사 명의로 차를 사는 겁니다. 실제로 시민단체 경실련 조사결과 대당 4억 원에 달하는 초고가 구입차 롤스로이스는 전체 구매 중 법인 명의가 97.9%에 달했고, 벤틀리는 84.8%, 포르쉐도 76.5%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고급 수입차인 벤츠는 63.6%, 아우디 53.4%, BMW 51%로 역시 법인 명의가 절반을 넘게 차지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경실련은 이렇게 최근 5년간 판매된 법인 명의 고가 차량으로, 사업자들에게 매년 2조5천억 원에 달하는 세제 혜택이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쯤에서 회사 차량을 업무용으로 쓰는데 세제혜택 주는 게 뭐가 문제냐고 하시는 분이 있을지 모르지만, 이런 법인 명의 업무용 차량들이 실제론 대부분 업무용으로 쓰이지 않고, 사실상 자가용으로 많이 쓰이는 게 현실입니다. 개인 명의로 차를 구입한 사람들에 비해 명백하게 부당한 세제혜택을 부여하고 있는 겁니다. 고가 법인명의 수입차들이 절세 수단으로 악용된다는 지적에 기획재정부는 개선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법인명의 차량에 세제혜택 주는 차값 한도를 제한하는 방안 등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조금 다른 얘기일 수 있는데 지금 이런 상황이 국산차 업계에도 달갑지 않은 만큼, 업계는 자체 대응책 마련에 나섰습니다. 법인 명의 차량 중심으로 고가 자동차들이 날개 돋친 듯 팔렸는데, 대부분이 수입차인 만큼 국산차업계로선 어찌 보면 당연한 반응일 수 있습니다. 고급차 모델은 그 회사의 기술력 척도로 브랜드 이미지 제고에 효과적이고, 이윤도 가장 많이 남는 만큼 더 아쉬울 수밖에 없습니다.

현재 업계에서는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6천만 원 이상 차량의 경우 수입차 점유율이 70% 이상 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가장 급한 불이 떨어진 현대자동차는 당초 내년 예정이었던 신형 에쿠스 출시를 올해 말로 앞당기기로 했습니다. 신형 에쿠스에 부분 자율주행기능 등 국산차가 가진 모든 첨단기술을 적용해 빼앗긴 고급차 시장을 되찾을 계획이라고 현대차 측은 밝혔습니다.

물론 에쿠스 자체도 고가의 차인 만큼 법인명의 차에 대한 부당 세제혜택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겠지만, 현재는 워낙 수입 고가차가 강세인 만큼 경실련이나 기재부와 공통의 적을 만난 셈이 됐습니다. 정부의 개선 방안과 시민단체의 주장, 국산차업계의 반격이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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