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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압도적 완승' VS ‘3세 승계 방식 강력한 경고’

[취재파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압도적 완승' VS ‘3세 승계 방식 강력한 경고’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삼성물산 주식 445만 9598주를 가지고 있다. 지분율은 2.85%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자신들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안건에 찬성했다고 공시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이 만일 이번 합병에 반대했다면? 삼성물산 주총의 제1호 의안, 즉 ‘합병계약서 승인의 건’은 주총 참석 의결권의 66.16%의 찬성률로 부결됐을 것이다. 합병안 승인은 주총 참석 주주의 3분의 2(66.67%) 이상의 찬성을 요하기 때문이다. 부연하면 삼성물산 지분 11% 이상을 들고 있는 국민연금까지 거론할 필요도 없이, 한국투자신탁운용이라는 국내 기관투자자 ‘단 한 곳’만 반대했어도 이번 합병안은 부결됐을 것이다. '단 한 곳'만 반대했어도 3세 승계의 틀을 새로 짜야하는 상황에 몰릴 수도 있었다.

그런데 대충 일별만 해도 이렇다. ‘완승’, ‘압도적 찬성’, ‘외국인도 엘리엇 외면’, ‘예상 밖 찬성률에 놀라’, ‘탄력 받은 이재용 체제’라는 제목의 기사들이 넘쳐난다. 이런 수식어들은 제일모직 주총에서처럼 대표이사가 “이의 없으십니까? 정말 없으십니까”라고 형식적으로 묻고 나서 만장일치로 안건을 통과시키는 경우에나 적합한 표현이다. 삼성물산 경영진으로서는 가슴이 철렁했을 이번 표결에 붙일 수 있는 표현이 아니다. 

삼성물산 전체 의결권 가운데(주총 참석 의결권 중에서가 아니다) 25.8%가 주총에서 합병안에 반대표를 던졌다. ‘삼성그룹-KCC-국민연금을 비롯한 국내 기관투자자’의 지분이 대략 42%로 추산됨을 가정할 때 소액주주와 외국인 투자자 그룹에서는 17% 정도만이 이번 합병안에 찬성했다는 계산이 나온다. ‘삼성그룹-KCC-국민연금을 비롯한 국내 기관투자자’라는 카르텔을 빼면 찬성과 반대가 17대 25.8이다. 이런 경우에는  ‘3세 승계 방식에 대한 소액주주와 외국인 투자자들의 강력한 경고’라는 표현이 더 맞는 표현이다.

삼성물산은 주총 닷새 전 “다수의 증권사가 합병 무산 시 삼성물산의 주가가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고 주주들의 공포심을 자극했다. 하지만 정작 합병안이 통과된 날, 삼성물산의 주가는 10% 이상 하락했고, 제일모직도 7% 이상 떨어졌다. 이 날 증시에서 외국인 투자자가 가장 많이 내다 판 주식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다. 물론 단 하루의 주가 흐름이 ‘다수의 증권사 전망’을 반박하는 증거가 되는 것은 아니다. ‘경영권 분쟁’이라는 막연했던 재료의 소멸이 주가 하락의 빌미가 됐을 수도 있다. 하지만 삼성물산 주식을 던진 주주들 가운데는 지배구조에 실망하고, 분노한 주주들도 포함돼 있을 것이다.

시민단체들은 “...명분 없는 합병을 로비와 언론 마케팅으로 무마하는 행태는 이재용 체제의 삼성이 이건희 회장 체제의 삼성과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을 것임을 시사한다는 점에서 깊은 우려를 표하며...엘리엇의 개입을 민족자본 삼성 대 해외 투기자본의 대립구도로 설정하는 특유의 애국심 마케팅 등의 구태를 답습하며 상황을 돌파했다...”고 논평했다.

삼성의 CEO 출신인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은 ‘이번 엘리엇 공격이 자본시장을 성숙시키는 위장된 축복(disguised blessing)이 될 수도 있다. 이번 사례를 계기로 대기업들이 교훈을 얻어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하지만 삼성이 이번 주총 결과를 ‘3세 승계 방식에 대한 강력한 경고’로 받아들이지 않는 한  ‘위장된 축복’도, 교훈도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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