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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애플이 품질 덕분에 인기라는 방통위원장, 질문 있습니다

통신사는 왜 경쟁을 붙이지 않는건가요?

[취재파일] 애플이 품질 덕분에 인기라는 방통위원장, 질문 있습니다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이 어제 한 방송 라디오에 출연했습니다. 단통법 이후 국내에서 삼성과 LG의 점유율이 내려가고, 반대로 애플이 반사이익을 얻었다는 평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이 나왔습니다. 그런데 의외의 대답이 나오더군요. 대화 그대로 옮겨보도록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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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재홍> 단통법이 소비자뿐 아니라 국내 스마트폰 업계에도 큰 타격을 줬다, 이런 지적이 있어요. 단말기보조금 상한제 때문에 국내의 LG나 삼성의 점유율은 줄고 오히려 애플의 아이폰이 반사이익을 얻었다는 이런 지적도 있는데, 이 부분은 어떻게 보세요?

◆ 최성준> 조금 견해가 다릅니다마는, 기본적으로 우리나라의 경우에 최근에 애플의 아이폰 점유율이 좀 높아졌다는 분석이 있습니다마는 이것은 우리나라만의 상황이 아니고 전세계적으로 그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는 아이폰6 또 아이폰6플러스가 출시되면서 그 시기에 아이폰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가지고 전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고 우리나라의 특이한 현상이 아니기 때문에, 그것이 단말기유통법의 영향이라고 보기는 좀 어렵다고 생각을 합니다.

◇ 박재홍> 그렇다면 시장에서 말하는 애플이 반사이익을 봤다, 이런 지적은 틀린 것이라는 말씀이네요?

◆ 최성준> 저희가 보기에는 전세계적으로 같은 현상이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단말기유통법으로 인해서 반사이익을 얻었다고 그렇게 보기는 어렵지 않나 싶습니다.

◇ 박재홍> 단말기유통법 때문이 아니라 어떤 제품 자체의 경쟁력으로 인한 것이다라는 판단이시군요.

◆ 최성준> 네, 그렇게 보고 있습니다.

<CBS '박재홍의 뉴스쇼' 7월 15일 방송분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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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최 위원장의 대답은, 삼성, LG의 스마트폰 점유율이 떨어지고 애플이 오른 것은 단통법 때문이 아니다, 우리 잘못이 아니고 한마디로 삼성과 LG 전화기의 경쟁력이 애플만 못해서 그랬다, 왜 그렇게 못 만들었냐는 겁니다.

우리나라의 장관급 인사가 삼성, LG 같은 자기 나라 대표상품을 이렇게 대차게 면박 준 사례가 있었나 싶습니다. 반대로 해외 경쟁상품을 이렇게 극찬한 경우도 기억이 잘 안 나고요.

그런데 따져보면 틀린 말이라고 할 수 없는 것이, 아이폰 6가 나온 이후 애플이 전세계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서 선두 자리를 굳건히 한건 사실입니다.  우리나라도 시장경제 원칙 대로 자유 경쟁이 벌어진 결과 애플이 우위를 점했으니, '제품의 경쟁력 차이' 때문이라고 말할 수도 있는 겁니다.

그런데, 이쯤해서 질문이 하나 있습니다.
● 그런데 단통법은 왜?

제조업체는 자유로운 경쟁을 벌여서 애플이 이기는게 맞다고 생각하면서, 왜 같은 원칙을 통신시장에는 적용하지 않는 건가 하는 겁니다. 다시 말해서 왜 통신시장엔 정부가 단통법이란 제도를 가지고 개입해서 자유로운 경쟁을 막고 있느냐는거죠.

단통법은 시장경제에 역행하는 요소가 다분합니다. 아니라고 생각하실지 몰라서, 작년 9월 30일, 단통법 시행 전날, 방송통신위원회가 미래부와 함께 내놨던 '단통법 설명자료' 일부분을 준비해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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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1) 지원금 상한액을 설정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ㅇ 지원금 상한액은 과도한 지원금을 통한 경쟁을 지양하고 지원금에 소요되는 재원으로 투자를 확대하거나 요금을 인하하여 이용자의 후생을 증가시키기 위해 설정되었습니다.

ㅇ 상한규제는 이러한 경쟁구조 개선이 이루어질 때까지 3년간 한시적으로 운영되며, 이후에는 지원금 지급 규모에 한도를 두지 않고 시장경제에 맡길 예정입니다.
<2014.9.30, 미래부-방통위 '단통법 설명자료'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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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는 시장경제에 맡기겠다'는 마지막 문장은 지금의 단통법 구조가 '시장경제 원칙'에 맞지 않는다는걸 자인한 셈입니다. 그러니까 3년만 하겠다고 처음부터 이야기를 할 수 밖에 없겠죠.

그렇다면 뭐라도 좋아졌어야 이 원칙을 잠시라도 누를 수 있는건데, 글쎄요, 모르겠습니다. 우선 단통법 시행 이유로 가장 크게 들었던 '요금 인하'는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통신사들은 돈을 더 벌어들였습니다. 처음부터 그런 방향으로 설계되지 않았으니 예견됐던 결괍니다.

방통위원장은 앞서 저 라디오 인터뷰에서 가계 통신비가 단통법 전보다 5천원 정도 줄었다고 자랑을 했지만, 이것도 따져보면 사실과 다릅니다.

통계청 조사를 보면, 가계 통신비는 이미 단통법 전부터 줄고 있었습니다. 단통법 시행 전인 작년 3분기에 이미 1년 전보다 무려 12%나 통신비가 줄었습니다. 사람들이 쓸 돈이 없어서 시장이나 마트도 안가고 지갑을 닫고 있는데 통신비만 늘면 그게 이상한거죠.  그런데 '단통법' 덕이라뇨.


● 단통법으로 투자확대?

투자확대도 마찬가집니다. 이 부분은 정부도 이제는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왜냐면 이미 아니라는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경제 회복이 단통법 때문에 잘 이뤄지지 않았다는게 경제 당국의 평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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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분기 전체로는 단통법 시행의 영향, 그리고 세수 부족에 따른 건설투자 부진 등으로 회복 모멘텀이 예상보다 약했습니다."
(1월 15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브리핑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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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스마트폰 제조업체의 투자는 얼어붙었습니다. 팬택은 쓰러졌고, LG도 G4를 내놨지만 20만대를 조금 넘게 팔리는 충격적인 실적을 내며 주춤하고 있습니다. 삼성은 그나마 낫지만 역시 예전만 못한 상황이죠. 여기에 판매점들도 픽픽 쓰러져 나갑니다. 관련 투자가 올스톱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아마 방통위가 말한 투자확대는 '(통신사의) 투자확대'였을 겁니다. 하지만 통신사들은 1분기 영업이익이 작년 3,871억원에서 올해는 7,822억원으로 두배 가까이 늘었지만, 제조사나 유통업체들이 줄인 투자 이상으로 대규모 투자를 하겠다는 이야기는 들리지 않습니다.

● 그래서 단통법은 왜?

그래서 다시 묻습니다. 시장경제에 어긋나는거라고 자인했던 단통법을, 심지어 경제에 악영향까지 주고 있는 단통법을 왜 지키고 있느냐는 것이죠. 삼성, LG는 애플보다 경쟁력이 약하다고, 그래서 밀리는게 당연하다고 공공연하게 이야기를 하면서, 왜 통신사는 경쟁을 유도하지 않는걸까요. 경쟁에서 보호해야 할 이유가 따로 있는 걸까요? 아무리 생각해도 잘 모르겠습니다. 글을 마치는 이 순간까지도요.

P.S) 단통법은 사실 미래부 소관인데, 왜 자꾸 나한테 그러느냐 하실지 모르겠습니다. 미래부 책임은 조만간에 따로 따져볼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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