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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돋보기] 돈에 더럽혀진 명예…분노 부른 방산비리

[뉴스 돋보기] 돈에 더럽혀진 명예…분노 부른 방산비리
'1조 원 규모' 방위사업 비리 중간 수사결과 발표

정부합동수사단이 방위사업 비리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일단 1조 원에 달하는 사업비리의 규모가 놀랍고, 전·현직 군 장성만 10명 여기에 예비역을 포함한 영관급 장교 27명이 재판에 넘겨졌다는 사실이 충격적이다. 이들을 합치면 군단급 지휘부를 만들 정도다. 민간인까지 포함하면 기소된 사람은 모두 63명.

그런데 문제는 이것이 끝이 아니란 사실이다. 수사당국은 방위사업청의 미흡한 감독 시스템, 비리와 유착하기 쉬운 폐쇄적인 군 문화, 기무사 등 비리 예방기관의 기강 해이 등이 빚은 총제적인 문제였다고 진단했다.

민간인은 그렇다치고 군인들의 경우를 한번 따져보자. 기소된 63명 가운데 전·현직 군인은 모두 38명이다. 출신 군별로는 해군이 28명으로 가장 많았고, 공군 6명, 육군 4명이었다.

그들의 머릿속이 궁금하다. 그 무엇보다 유사시 자신들의 생명을 지키는데 가장 필요하고 전투에서 승리를 담보하기 위한 무기들 아닌가? 북한과 대치하지만 이 땅에서 전쟁은 절대 일어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아니면 전쟁이 나면 미군이 각종 첨단무기로 대신 싸워줄테니 엉터리 무기를 도입해도 괜찮다고 판단한 것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통상 무기체계 도입은 수요 결정부터 납품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 함정의 경우 어떤 배를 만들겠다고 준비하고 건조하기까지 무려 10여 년은 족히 걸린다. 그리고 그 배를 보통 30년 가까이 사용한다. 전직 해군참모총장 정옥근의 군함관련 비리의혹은 그래서 분노를 자아낸다. 그는 해군의 전력증강사업과 관련된 대기업을 상대로 돈벌이를 했다. 유도탄고속함과 차기 호위함 등의 수주 때 편의를 제공하는 대가로 7억 원 넘게 받아 챙겼다.

놀라운 것은 정 전 총장이 먼저 뇌물을 달라고 회사에 요구했다는 점이다. 그가 참모총장이란 자리를 통해 벌인 '장사'의 대가를, 우리 해군은 짧게는 10년, 길게는 40년 동안 치를 것이다. 실제로 로비를 통해 수주한 업체가 만든 군함은 지금도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합동수사단은 해군 사업분야에서 유독 비리가 많이 발생한 것은 결속력이 타군에 비해 훨씬 강한 문화적인 요인이 한 몫했을 것으로 분석했다. 이른바 '함정문화' (같이 배를 타면서 생사고락을 같이하는) 때문에 선후배간이 끈끈하고 결속력이 강하다는 것인데, 반드시 그것 때문만은 아니다. 오히려 전역후 취업알선의 유혹 때문이다.

외국 방산업체에서 전투기를 도입하는 공군과는 달리 해군의 주요 방산업체는 국내 조선기업이다. 그래서 이미 꽤 많은 장성 퇴역자가 국내 조선업체에 재취업했다. 이들은 현역으로 있는 후배에게 청탁을 하는데, 청탁의 실현여부가 현역들의 전역후 재취업에 영향을 미친다. 현역으로 있을 땐 인사로, 전역할 때는 취업알선으로 끊임없이 쥐고 흔들 수 있는 것이다.

군인의 삶은 고단하다. 하지만 퇴역 후 노후는 그리 팍팍하지 않다. 지난 해 퇴직 공무원 1인당 월평균 연금 지급액은 207만 5,745원. 퇴직 군인은 214만 9,721원이다. 군 고위 간부의 퇴역연금 월평균 수령액(평균 복무기간)은 대장 452만 원(32.7년), 중장 430만 원(32.5년), 소장 386만 원(31.9년), 준장 353만 원(30.2년), 대령 330만 원(29.4년)으로, 퇴역연금이 모두 평균 300만 원이 넘는다.

한평생을 조국을 위해 헌신했는데, 전역 후에는 좀 쉬어도 되지 않겠는가. 명예는 돈보다 훨씬 가치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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