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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통닭에 통바지까지…'추억 마케팅'

[취재파일] 통닭에 통바지까지…'추억 마케팅'
소비재를 중심으로 '추억 팔기'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본질이야 기업의 마케팅이겠지만 소비자의 향수(鄕愁)를 충족시킨다는 점이 공감을 가져온 게 아닌가 싶습니다.

요즘 한창 뜨고 있는 게 완전체로 튀겨 나오는 '옛날식 통닭'입니다. 기름이 펄펄 끓는 무쇠솥에 튀김옷 입은 닭 한 마리가 통째로 들어가 나오는데 걸리는 시간은 15~20분. 어떤 업체는 여기에 바비큐 맛의 소스를 발라 오븐에 한 번 더 구워내기도 하고, 또 다른 업체는 소금간만 해서 튀겨내기도 하죠.

패션의 완성은 얼굴이라고 하지만 '옛날식 통닭'의 완성은 아마 소품이 아닐까 싶습니다. 만드는 방법은 조금 달라도 두 업체 모두 통닭 아래 약간 촌스럽게 보이는 황토색 종이를 깔아놓습니다. 80~90년대 퇴근길 가장(家長)이 통닭을 담아오던 노란 봉투를 염두에 둔 전략이겠지요. 심지어 손으로 직접 채널을 돌리는 금성TV나, 역시 수동식 백열전구로 실내 인테리어를 꾸민 '옛날식 통닭' 점포도 있습니다.

사실, '옛날식 통닭'은 우리 주변에서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난 음식이 아닙니다. 경기도 수원의 한 '통닭 거리'에 수십 년 동안 존재해왔고, 시장이 형성돼 있는 곳이라면 한두 군데쯤은 팔고 있는 어찌 보면 우리에게 낯익은 풍경이기도 하지요. 다만 우리가 조각 치킨에 너무 익숙해져 외면했기 때문에 현재에 존재하는 '과거'가 된 게 아닐까요. 이걸 식품 업체들이 포착해 가격은 줄이고 맛은 담백하게, 거기에다가 추억까지 얹어 팔고 있는 겁니다.
추억의 먹거리는 '옛날식 통닭'만이 아닙니다. 도넛처럼 생긴 빵에 콩고물을 바른 제품은 출시한 지 열흘 만에 백만 개가 팔렸다는군요. 비슷한 제품을 내놓은 한 업체는 옛날 방식으로 도넛을 튀긴 뒤 콩고물 대신 설탕을 묻혔고 이걸 노란 봉투에 담아 팔기 시작했는데 목표 판매량보다 120%나 더 팔았다고 합니다.

과거로의 회귀 열풍은 패션 쪽에서도 강하게 불고 있습니다. 요즘 길거리를 돌아다녀 보면 와이즈 팬츠, 일명 통바지를 입고 다니는 여성들이 많습니다. 60~70년대에 한창 유행했던 나팔바지와 비슷한 모양이지요. 물론 와이즈 팬츠는 일자 통으로 된 데 반해 나팔바지는 무릎 아래부터 퍼지는 형태라 조금 다르긴 하지만 스키니 진이나 핫팬츠처럼 밀착형 바지와는 확연히 다른 추세인 것만은 분명해 보입니다.

선글라스도 마찬가지입니다. 신세계백화점에 따르면 올해 3~6월 매출 1위 선글라스 제품은 가장 오래 전부터 인기를 누려온 '보잉형'입니다. 역삼각형 알을 둘러싼 금속테가 특징이지요. 2위에서 5위까지도 고전적인 느낌의 금속테 선글라스가 차지할 정도라니 가히 복고 전성시대라 할 만합니다.

추억 마케팅이 활발해진 이유에 대해 소비자·유통 전문가들이 진단하는 공통된 견해는 '경기가 어려운 때일수록 과거를 지향하는 경향이 있다'는 겁니다. '그땐 좋았는데'라는 아쉬움과 동경이 소비자들의 심리에 똬리를 틀게 된다는 얘기이지요. 이에 대해 '개취(개인의 취향)에 웬 신파를 불어넣느냐'고 반박할 분들도 계시겠지만 뭐 해석의 자유라는 것도 있으니 어디까지나 참조만 하시면 될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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