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 기업 421곳에 물었는데, 평균적으로 올해 여름 휴가는 4.6일을 줄 거라고 답했습니다. 작년엔 4.2일이었는데, 0.4일이나 늘어났으니 저도 직장인 입장에서 일단 반가운 소식이었습니다.
그런데, 속을 들여다보니 의외의 이유가 있었습니다. 직원들 좋으라고 휴가를 늘린 게 아니었더군요.
● 이유는 '불황'
이유는 불황 때문이었습니다. 불황 때문에 물건 만들어봐야 팔리지도 않고, 생산량 줄이는 차원에서 휴가를 늘렸다고 답한 회사가 무려 42.9%나 됐습니다.
그리고 3위도 결국은 휴가를 안 보내면 연차수당 같은 돈을 더 주게 될 테니, 그 비용 아끼려고 더 보낸다는 답이 22.9%가 나왔습니다.
경제 상황과 여름 휴가 일수가 반비례한다는 건 아래 표에서도 드러납니다.
2004년에 주 40 시간 근무가 시행된 이후, 여름 휴가는 계속 평균 4일 수준에서 안정됐습니다. 단 한 번의 예외가 2009년에 찾아왔던 금융위기입니다. 그때도 역시 경제가 좋지 않아서 순간 평균 4.4일로 휴가 일수가 치솟았습니다.
그 이후 다시 4일 정도로 내려갔지만 2012년 이후 4년 연속 휴가 일수가 늘더니 결국 올해는 4.6일로, 사상 최대 수준으로 늘어났습니다.
휴가비를 주는 회사도 작년보다 줄었습니다. 중소기업은 69.6%로 1.6%포인트, 대기업은 71.8%로 0.6% 포인트 각각 휴가비 주는 회사가 줄었습니다. 이유는 다 비슷하겠죠.
● 여름 휴가, 홀가분하게 떠나야 할 텐데
많은 직장인들이 가장 마음 편하게 쉴 수 있는 기간이 여름 휴가 시즌입니다. 그 휴가가 올해는 늘어났습니다. 그런데 이런 속 사정을 보면, 떠나는 사람도 왜 휴가가 늘었는지는 눈치챌 테니까, 마음이 그리 편치만은 않은 휴가가 될 것 같습니다. 휴가를 다녀와도 회사 실적은 지지부진할 거고, 이래저래 편치 않은 일이 쏟아질 테고, 미래도 걱정이 될 테니까 말입니다. 이래저래 날씨도 덥고 마음도 더운 여름이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