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뉴스] '태완아, 미안해' 황산 테러사건 공소시효 만료

시계가 멈췄습니다.

공소시효가 끝났습니다.

태완이를 고통스럽게 숨지게 한 범인을 영영 잡을 수 없게 됐습니다.

1999년 5월 20일 오전 태완이는 엄마가 운영하는 가게에 들어왔습니다. 심부름 잘했다고 이모가 500원을 줬다고 자랑한 뒤 가방을 들고 다시 뛰어나갔습니다.

공부방으로 가던 태완이, 그런데 그때 누군가 골목에서 튀어나와 태완이에게 황산을 끼얹었습니다. 태완이는 고통에 몸부림쳤습니다. 부모는 죽어가는 태완이를 붙잡고 마지막 단서를 모았습니다. 태완이의 증언을 녹음했습니다.

"작은 전봇대와 큰 전봇대 까만 봉지. 그리고 00가게 아저씨."

그렇게 녹음한 태완이의 음성은 300분이 넘었습니다. 사건 발생 49일 후 태완이는 결국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러나 태완이가 마지막으로 남긴 음성을 수사기관은 결정적 증거로 채택하지 않았습니다. 경찰은 범인을 잡지 못했습니다.

2014년 7월 4일, 태완이의 부모는 A씨를 용의자로 지목해 검찰에 고소장을 냈지만, 검찰도 증거가 부족하다며 무혐의 처리했습니다. 지난해 7월 공소시효 만료를 3일 남기고 태완이 엄마 아빠는 법원에 재정신청을 냈습니다. 검찰의 불기소 처분이 부당하니 다시 수사할 수 있도록 명령을 내려달라는 것입니다. 법원이 판단을 내리는 동안 공소시효는 잠시 정지됐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최종적으로 태완이 엄마, 아빠의 신청을 기각했습니다.

태완이를 죽인 범인에 대한 공소시효는 이제 완전히 끝났습니다. 영구 미제 사건. 이제 누군가 자신이 태완이를 죽인 살인범이라고 자백해도 처벌할 수 없게 됐습니다.

태완이 사건을 계기로 살인죄 등에 대한 공소시효를 폐지하자는 '태완이법'이 국회에 제출됐지만 통과되지 않고 있습니다. 태완이법이 원안 그대로 국회를 통과됐다면 태완이 사건에 대한 공소시효도 없어지고, 범인을 잡을 수 있는 기회도 사라지지 않았을 텐데…

16년 동안 추적했지만 끝내 범인을 붙잡지 못한 태완이 엄마, 아빠는 하늘나라에 있는 태완이에게 미안하다고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태완이와 태완이 엄마,아빠에게 미안하다고 말해야 할 사람은 함께 이 나라에서 살아가는 우리 모두일지도 모릅니다.

(기획/구성: 임찬종, 그래픽: 박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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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뉴미디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