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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림받음의 반복"…갈 곳 없는 거리의 아이들

<앵커>

우리나라의 가출청소년은 최소 10만 명이 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보호시설이나 쉼터가 있긴 하지만 적응하지 못하고 거리를 떠도는 아이들이 적지 않은데요, 이렇게 방치된 청소년들은 범죄의 유혹에 빠지기 쉬운 만큼 자립을 지원하는 대책 마련이 시급합니다.

생생 리포트, 박아름 기자입니다.

<기자>

가출청소년 14살 A 양은 희귀 뇌 질환인 '모야모야병'을 앓고 있습니다.

4살 때 뇌수술을 받은 뒤 정기적으로 병원을 찾았는데, 지난해부터 거리생활을 하며 병원을 못 간 사이 증상이 심해져 재수술이 필요한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김승기/서울대학교 어린이병원 소아신경외과 교수 : 나이가 어리고 주변에 어떻게 보면 돌봐줄 사람이 없으니까 요번에는 본인이 너무 아프니까 응급실로 오게 된 것 같습니다.]

가족이 없는 A 양은 어릴 때부터 서울의 한 보육시설에서 자랐습니다.

엄격한 규율 속의 보육원 생활은 A 양에게 견디기 힘든 시간들이었습니다.

[A양 : (초등학교) 1학년 때 밥 제한 시간이 5분이었어요. 5분 안에 못 먹으면 운동장 20바퀴를 뛰라고 했어요. (대표) 수녀님한테 얘기를 했어요. 그래서 (그렇게 시킨) 선생님 바로 내보냈어요.]

사춘기에 접어들며 규율을 어기는 일이 잦아지자 보육원은 A 양을 대구의 다른 보육시설로 보냈습니다.

그러나 친구들과 떨어져 낯선 공간에서 적응하긴 더 어려웠고 결국, 거리 생활을 택했습니다.

[고아라서 예의 안 배웠느냐고 막 그런 식으로 말하는 사람들도 있단 말이에요. 쉼터를 계속 옮기고 옮겨서 정착할 거주지가 없어서 병원도 못 갔어요.]

[가출청소년 보호활동가 : 누군지도 모르는 부모에게 버림받았고 어쨌든 안정적으로 살았던 공간(보육원)에서 또 한 번 버림받았고 버림받음의 경험이 반복된 거죠.]

A 양처럼 시설을 벗어난 아이들은 어디에서,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파악조차 되지 않는 게 현실입니다.

[서울시 ○○보육원 관계자 : 저희가 사후관리를 하지 못하죠. 지금 있는 애들도 많은데 실질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제도적 근거가 없어요.]

A 양은 다행히 의료급여 지원을 받고 병원과 사회복지단체의 도움으로 치료비를 감당할 수 있게 됐지만, 퇴원하면 돌아갈 집이 없습니다.

14살이 감당하기엔 가혹한 현실입니다.

[강명순/前 국회의원, '청소년 자립 법안' 발의 : 청소년 쉼터에 적응 못하거나 집에 돌아갈 수 없는 아이들을 위해서는 빨리 이 아이들이 바르게 살 수 있는, 자립할 수 있는 대책을 법으로 마련해주면.]

거리로 나온 아이들은 당장의 의식주를 해결하기 위해 범죄에 빠져들기 쉽습니다.

가출청소년의 자립을 지원하자는 법안은 지난 18대 국회에서 발의됐지만 통과되지 못했습니다.

(영상편집 : 이홍명, VJ : 김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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