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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그 사람 탈출 안했어”…결국 나선 北

[취재파일] “그 사람 탈출 안했어”…결국 나선 北
북한군 장성을 포함해 해외에서 일하던 북한 간부들이 김정은의 공포통치를 피해 탈북과 망명을 하고 있다는 기사가 이달 초 모 언론에 실렸다. 현영철 처형을 전후해 북한 내에 조성되고 있는 공포 분위기와 맞아떨어지는 얘기였던 만큼, 이 기사는 조금씩 살을 붙여가며 여러 갈래로 확산됐다. 김정은의 비자금을 담당하던 간부, 노동당의 고위인사, 국가안전보위부 소속 간부들이 탈북과 망명 대열에 합류한 것으로 보도됐고, 보기에 따라서는 김정은 체제에 큰 균열이 생기고 있는 징후로도 해석될 수 있었다.

이런 여러 갈래의 탈북·망명설 가운데 가장 관심을 모았던 부분은 북한군 장성이 탈북했다는 보도였다. 김정은 비자금 담당 간부나 노동당 간부처럼 이른바 민간 부문의 중요인사로 분류되는 탈북은 간헐적으로 이뤄져왔기 때문에, 북한군 현역장성이 탈북했다는 것이 사실로 확인된다면 파장을 일으킬만 했다.

망명설의 주인공 이름도 오래지않아 나왔다. 2000년 9월 제1차 남북 국방장관회담 북측대표단 차석대표이며 인민군 상장(우리의 중장) 계급인 박승원이라는 것이다. 북한군 현역장성이자 남북 국방장관회담의 대표단에까지 포함됐던 인사가 탈북한 것이 사실이라면, 북한내 권력 엘리트가 상당히 동요하고 있다는 해석도 가능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이러한 보도 내용을 확인해주는 정부 당국자는 없었다.


탈북·망명설, 사실 확인 안 돼도 ‘오보’로 단정 짓기 어려워

사실, 이런 류의 보도는 정부가 부인한다고 해서 곧바로 ‘오보’가 되지 않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정말 중요한 인물이 탈북해 우리나라에 입국했을 경우, 정부가 보안을 위해 일부러 거짓말을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지금은 국가정보원도 밝힌 바 있듯이 북한 간부들 사이에 공포감이 확산돼 있는 상황이다. 이런 토대 하에서는 ‘누구누구가 탈북했다더라’하는 얘기가 쉽게 주목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이렇게 확인되지 않는 설이 확산되자, 결국 북한이 직접 나섰다. 북한은 8일 조선중앙통신사 논평을 통해 “남조선의 보수언론들이 탈북자 감투를 씌워놓은 그 장령은 지금 이 시각에도 마식령스키장을 … 더 잘 꾸리기 위한 건설사업을 현장에서 지휘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승원 상장은 엄연히 북한 내에서 활동중이라는 얘기다. 우리 정부 당국자도 “북한군 장성 망명설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더 이상 근거가 없는 얘기가 떠도는 것은 막아야 하겠다는 판단을 했다고 한 정부 당국자는 말했다.

정부의 설명을 토대로 다소 혼란스러웠던 최근의 상황을 정리하면 이렇다.

김정은의 공포정치로 북한내 간부들에게 두려움이 확산되고 있는 것은 사실인 것 같다. 이런 이유 때문에 해외에서 일하고 있던 일부 간부들이 탈북과 망명을 한 경우도 있다. 하지만, 김정은 체제의 근간을 흔들만한 비중있는 인사들이 탈북과 망명을 한 것은 아니다. 앞서 얘기된 박승원 상장도 탈북이나 망명했다는 정보가 입수된 바 없다. 아마도 북한이  밝힌대로 박승원 상장은 마식령스키장 건설장에서 건설사업을 담당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혹시나 하는 가능성보다는 ‘김정은 체제의 현실’을 바로 봐야

북한 인사들의 잇따른 탈북·망명설이 관심을 끄는 것은 북한 체제의 균열로 인해 김정은 체제에 이상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시각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객관적인 상황은 김정은의 공포정치로 인해 북한 체제에 이상이 생기고 있다는 정황은 아직 없다는 것이다.

물론, 김정은이 부하들로부터 자발적인 충성심을 이끌어내지 못하고 강압적인 통치만을 계속할 경우 어떤 미래가 펼쳐질 지는 누구도 쉽게 예단할 수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혹시나 하는 가능성만을 바라면서 시간을 보내는 것은 매우 어리석은 일이다. 만일의 가능성에도 대비해야겠지만, 지금 우리가 할 일은 현실적으로 공고한 김정은 체제를 상대로 어떤 남북관계를 가져갈 것인지 고민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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