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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산주의 중국이 민주주의 발상지 그리스를 구할까

'공산주의' 중국이 `서양 민주주의의 발상지' 그리스를 국가부도의 연옥에서 구하러 나서줄까?

두 나라가 역사적으로 가장 오래된 인류문명의 발원지라는 공통점 가지고는 그리스의 채무를 중국이 책임지겠다고 나서도록 할 유인이 될 수 없다.

하지만, 중국이 역점 추진 중인 21세기 해상 실크로드의 유럽 쪽 축이 그리스의 피레우스항이라는 사실에 생각이 미치면 그리스의 운명에 대한 중국의 관심은 현실적이 된다.

그리스가 속한 유럽연합(EU)이 중국의 최대 교역처이고, 중국은 EU의 제2대 교역국이라는 점도 그리스의 운명이 중국의 이해관계에 직결됨을 보여준다.

중국의 리커창(李克强) 총리는 지난달 말 유럽을 방문한 자리에서 "하나로 통합된 유럽, 번영하는 유럽, 강한 유로화"에 대한 중국의 지지 입장을 거듭 나타냈다.

일부 전문가들이 그리스에 대한 중국의 구제금융 가능성에 주목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리스를 위한 구원투수로서 중국에 대한 관심은 수년 전부터 제기돼 왔으나, 주로 중국의 대 그리스 투자 확대와 그리스 기업들의 대중 수출 증대를 통한 그리스 경제의 활력 회복 가능성에 초점이 맞춰졌다.

그러나 그리스 위기 속에 리커창 총리가 브뤼셀에서 열린 EU-중국간 정상회의에 참석한 것을 계기로, 4조 달러의 외환보유고를 자랑하는 중국이 그리스에 대한 구제금융에 직접 나설 가능성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실제로 리 총리의 기자회견에서 중국이 그리스를 돕기 위해 차관이나 기타 재정지원을 할 용의가 있느냐는 질문이 나왔다.

리 총리는 "그리스의 채무 문제는 원칙적으로 유럽 내부 사안이라는 것을 전제로, 그리스가 유럽에 남느냐 여부는 유럽뿐 아니라 중국의 이해와도 관계있는 문제"라며 "중국은 그리스의 부채 위기 극복 지원 노력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중국은 그리스 정부의 우려와 요청에 부응하는 실제 조치들을 취해왔다"며 "중국은 건설적인 역할을 할 태세가 돼 있다"고 덧붙였으나 그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도쿄에 본부를 둔 외교안보 온라인매체 디플로매트는 지난달 30일 리 총리의 이러한 발언에 대한 풀이에서 "공식 차관이 가까운 시일 내에 있을 것 같지는 않지만 중국이 간접적인 방식으로 도울 수는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헤리티지 재단의 딘 쳉 선임 연구원도 지난 4일 포린 폴리시에 쓴 글에서 "베이징이 아테네에 구제금융을 할 것이라고 예측하는 것은 아니다"고 전제하고, 중국과 그리스, 나아가 EU간 이해관계와 중국의 자금력 등을 근거로 중국이 그리스 구제에 나설 만한 전망을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중국은 이미 지난해 세계은행과 미주개발은행(IDB)의 차관을 합한 것보다 많은 220억 달러를 남미에 제공한 것으로 미뤄 세계적으로 재정역할 확대 의지를 갖고 것으로 보인다.

유럽이 중국의 최대 교역처인 점, 중국의 경제성장이 둔화하고 증시도 불안한 상황에서 유로존의 안정이 필요한 점, 중국의 대 유럽 투자가 2010년 20억 달러에서 매년 140억 달러 수준으로 급증한 점 등을 감안하면, 유럽 국가를 대상으로 한 재정역할 확대 의사는 더 클 것으로 볼 수 있다.

게다가 중국은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일대일로' 구상의 유럽 쪽 종착역으로 그리스를 상정하고 있다.

이 사업은 실크로드기금 400억 달러를 기반으로 추진되지만 중국이 최근 출범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도 동원될 수 있다.

쳉 연구원은 중국이 지난해 남미에 제공한 220억 달러 가운데 국가신용 위기를 겪은 아르헨티나와 베네수엘라에 각각 70억 달러와 60억 달러를 할당하고, 서방의 제재로 재정난을 겪은 러시아 금융기관 등에 140억 달러 가까이 금융지원을 한 선례도 들었다.

물론 현재 그리스 정부와 국민의 경제개혁 의지가 충분치 않은 점 등을 감안하면 중국이 그리스의 채무를 책임지는 데 따른 정치적, 경제적 위험부담은 상당히 클 것이다.

그럼에도 중국이 그리스의 EU 탈퇴를 막는 데 실질적인 기여를 하게 되면, 톈안먼(天安門) 사태에 따른 제재 가운데 아직 남은 무기 금수와 첨단기술 수출 통제 등의 해제와 유사시 반중 연합전선의 약화 등 유무형의 막대한 반대급부를 기대할 수 있다고 쳉 연구원은 주장했다.

중국이 대규모 자금을 풀어 그리스 구하기에 나선다면 그동안 미국의 고유권한으로 치부되던 영역에 뛰어드는 일대 사건이 되는 셈이다.

이와 관련, 중국 사회과학원 수량경제 및 기술경제연구소의 판 밍타이 국장은 "그리스 위기가 중국의 대 그리스 무역과 투자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점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며 중국이 그리스를 직접 지원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러시아 관영 스푸트니크뉴스가 지난 2일 전했다.

판 국장은 "EU 국가들을 통한 국제지원의 틀안에서 간접 지원하는 방법과 직접 그리스에 지원하는 방법이 있다"며 "특히 실크로드 경제지대와 AIIB를 고려하면 중국은 그만한 능력이 있다"고 말했다.

중국은 경제력에선 미국에 버금가고 군사력도 미국의 신경을 건드릴 만큼 팽창하는 등 미국과 함께 `G 2' 반열에 올랐으면서도 미국과 달리 세계의 `지도국'으로 불리지는 못하고 있다.

이는 세계가 거부할 수 없는 지도이념의 부재 외에도 국내의 정치·경제적 주름살을 감수하면서 세계사에 개입할 의지나 여력이 있음을 아직 입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중국이 일각의 주장대로 그리스 구제금융에 나선다면 미국을 비롯한 서방에 정치·경제적으로 회심의 대타격을 가하는 대사건이 되겠지만, 과연 중국이 국내 정치·경제적 위험 부담을 감당할 만큼 체제가 안정됐느냐는 문제는 남아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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