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골룸] 김성준의 정치댓글 09 : 거부권 정국 이제 어디로 가나

▶ 오디오 플레이어로 듣기
- 오디오 플레이어를 클릭하면 휴대전화 잠금 상태에서도 들을 수 있습니다.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김성준입니다.
 
SBS 뉴스가 전해드리는 팟캐스트 골룸, 골라듣는 뉴스룸.
월요일 정치편 김성준의 정치댓글 순서입니다.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거취 결정이 초읽기에 들어간 건지 버티기에 들어간 건지 알 수가 없습니다.
국회법 개정안 폐기가 확정되면 유승민 원내대표의 거취에도 어느 정도 방향이 잡히지 않겠나 싶습니다.
 
일단 오늘은 이른바 거부권 사태 또는 유승민 사태로 불리는 최근 여권의 갈등 양상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

[박근혜 대통령 : 당선된 후에 신뢰를 어기는 배신의 정치는 결국 패권주의와 줄 세우 기 정치를 양산하는 것으로 반드시 선거에서 국민들께서 심판해주셔야 할 것입니다.]
 
화들짝 놀랐습니다. 지난 달 25일 박근혜 대통령의 국무회의 발언이지요.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한 말입니다. 여야 정치권을 한데 묶어서 심판을 요구한 겁니다.
▶ 박 대통령, 국회 맹공…여당엔 "배신·패권주의" 직격탄
▶ 박 대통령 "당선 후 배신의 정치, 국민이 심판해야"

더 놀라운 건 그 다음이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 : 여당의 원내 사령탑도 정부 여당의 경제 살리기에 어떤 국회의 협조를 구했는지 의문이 가는 부분입니다. 정치를 자기의 정치철학과 정치적 논리에 이용해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국정을 논하는 국무회의에서 대통령이 여당의 원내대표를 콕 찍어서 비판했습니다. 사실상 사퇴를 촉구하는 걸로 받아들여졌습니다.
 
자 그 다음부터 어떻게 됐습니까?
 
새누리당은 깜짝 놀라서 곧바로 의원 총회를 열고 자기들이 가결시킨 국회법 개정안을 폐기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유승민 원내대표의 거취였습니다. 대통령이 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을 때 대응하는 방법은 과거에도 경험이 있으니까 그대로 가는데, 원내대표의 거취 문제는 좀 달랐습니다.
 
대통령이 자기 당 원내대표를 원내대표 잘 못하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비판했는데 어떻게 해야 하냐. 헌정 사상 처음 있는 일입니다. 과거에 대통령이 당 총재를 하면서 원내총무를 임명할 때야 맘에 안들면 그냥 바꾸면 됐지만 이젠 그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그래서 김무성 대표가 아이디어를 냈습니다. 법안은 대통령 뜻대로 폐기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이 직접 선출한 대표인만큼 살려주는 방향으로 가자는 거였지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 거부권 행사에 대한 대통령의 뜻을 존중해서 당에서 수용됐고, 그 다음에는 의원들의 생각도 존중해야 합니다.]
 
유승민 원내대표도 대통령에게 사과하는 것으로 상황을 진정시키려고 시도했습니다. 거의 반성문 읽는 수준이었습니다.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 : 박근혜 대통령께 거듭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대통령께서도 저희에게 마음을 푸시고 마음을 열어 주시길 기대합니다.]
 
하지만 대통령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화가 난 대통령의 목소리를 들은 친박계 의원들이 일제히 들고 일어났습니다. 한 친박계 의원은 대통령의의 발언을 이렇게 해석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아버지의 핵심 측근 중에 측근이 아버지를 배신하고 암살한 것을 경험한 사람이다. 그 이후에도 많은 사람들이 자기에게서 등을 돌리는 걸 보면서 배.신. 이 두 글자에 대해서는 뼈 속 깊은 한을 갖고 있다. 대통령 입에서 배신이란 말이 나왔으면 그걸로 끝이다.” 결국 유승민 원내대표를 밀어내기 위한 친박계의 대공세가 시작됐습니다.
 
당 최고위원 회의에서는 서청원 의원을 비롯한 친박계 최고위원들이 유 원내대표의 사퇴를 촉구했고 그 와중에 그리 친박도 아닌 김태호 최고위원이 앞장서 총대를 맸다가 회의를 파행으로 만들기도 했습니다.
지난 2일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 모습입니다.
 
[새누리당 최고위원 회의/7월 2일 : 지금 회의 끝내겠습니다. (대표님 이렇게 할 수 있습니까?) 마음대로 해.(개XX.)]
▶ 회의장 박차고 나간 김무성…새누리 최고위 '아수라장'

김무성 대표의 생각도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여당 원내대표가 대통령을 이길 수는 없지 않냐는 말을 내놓으면서 사실상 명예퇴진을 유도하는 방향으로 당론을 유도했습니다. 당의 분위기도 그렇게 흘러갔습니다.
 
지난 1일 추경 예산안을 논의하는 당정 회의는 유 원내대표 대신 원유철 정첵위 의장이 주재했고 유승민 원내대표가 회의를 주재하면서 청와대 인사들과 얼굴을 마주해야 하는 국회 운영위원회는 일정이 연기됐다가 다시 열리는 우여곡절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유승민 원내대표는 거취문제에 대해 침묵을 이어갔습니다.
 
운영위원회에서도.

[거취문제에 대해 이야기 좀 나누셨어요? (지금부터 입이 없습니다.)]
 
최고위원회의에서도.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거취문제에 대한 질문에는 입을 다물었습니다.
[드릴 말씀 없습니다. (어. 그건 얘기 못 하겠어요.)]
 
좌절감을 느꼈을까요? 그동안 보여줬던 거침없는 행보와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 '사퇴' 놓고 살얼음 대치…말 아끼는 유승민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 / 지난 해 10월 외교부 국정감사 : 외교부 누가 합니까? 청와대 얼라들이 합니까?]
 
지난해 10월 외교부 국정감사장에서 한 이 말은 이른바 청와대 3인방을 겨냥했다는 해석을 낳았습니다.
 
지난 2월 원내대표에 당선되고 나서는 더욱 거침없는 직진을 계속했습니다.
 
[유승민 원내대표 /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 :134조 5천억 원의 공약 가계부를 더 이상 지킬 수 없다는 점입니다. 이 점에 대해서는 새누리당이 반성합니다.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임이 입증됐습니다.]
 
첫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은 파격 그대로였습니다. 정부 정책에 대해서는 비판을 쏟아낸 반면 야당에 대해서는 유화적인 손짓을 내밀었습니다. 급기야는 대통령의 선거 공약이 잘못됐다고 반성까지 하고 나서니까 야당 의원들 사이에서도 박수가 나왔습니다.

파격 행보는 계속됐습니다. 정부가 쉬쉬하던 사드 도입 문제를 공론화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결국 청와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공무원 연금개혁안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국민연금이나 국회법 개정안과 연계하겠다는 야당의 요구를 받아들였습니다. 유 원내대표가 대통령과는 더 이상 같은 배를 타기 어렵게 됐다는 말들이 나왔습니다. 과거 당 대표와 비서실장으로, 대통령 선거 경선 후보와 핵심 측근으로 끈끈하게 이어왔던 인연은 이제 과거가 돼 버린 겁니다.
 
우리나라 민주주의에 필요한 것이 박근혜의 원칙인가. 유승민의 타협인가.
대통령의 화를 불렀으면 소속 의원들의 투표로 당선된 여당 원내대표라도 사퇴해야 하는 것인가, 아니면 원내 사령탑의 임무를 계속해야 하는 것인가.
▶ [취재파일] 대통령과 유승민, '정의란 무엇인가'
 
우리 정치는 지금 절차적 민주주의가 정착된 이후 사상 초유의 사태를 경험하고 있습니다. 대통령의 국정 장악력, 여당의 분열여부, 원내대표의 정치적 미래, 당 대표의 대권 행보, 내년 총선 공천의 향배, 모든 게 달려 있는 사안입니다. 아무도 결과가 어떻게 될지 짐작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건 이겁니다. 흔히 떠도는 얘기처럼 나라가 국민 걱정을 하지 못하고 국민이 나라 걱정을 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

버티기냐, 시간끌기냐, 사퇴냐.
과연 유승민 원내대표는 어떤 길을 선택할까요?
또 유 대표가 선택을 거부하면 박근혜 대통령은 어떤 선택을 할까요?

 
(SBS 뉴미디어부)     

▶ <골룸 : 골라듣는 뉴스룸> 팟캐스트는 '팟빵'이나 '아이튠즈'에서도 들을 수 있습니다.
- '팟빵' PC로 접속하기
- '팟빵' 모바일로 접속하기        
- '팟빵' 아이튠즈로 접속하기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