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도 모르게 휴대전화가 개통되고, 나중에는 그 휴대전화가 중국으로 팔려나가는 일이 가능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과거 어느 휴대전화 대리점에서 전화 개통을 위해 주민등록증이나 운전면허증을 복사해줬다면 충분히 가능합니다.
전북 익산경찰서에 따르면 휴대전화 대리점 점주로 일하는 문 모(29·여)씨는 일하면서 수집한 고객들의 신분증 600여 개를 이용해 고객들 몰래 1천여 대의 휴대전화를 개통한 혐의로 다른 대리점 사장 박 모(32)씨와 함께 구속됐습니다.
문 씨는 통신사 대리점에서 휴대전화를 개통할 때 신분증만 있으면 신청서 등을 대리로 작성할 수 있다는 허술한 절차를 이용했습니다.
문 씨는 또 휴대전화 요금을 자신의 계좌에서 빠져나가도록 해 피해자들이 휴대전화 개통 사실을 모르도록 감쪽같이 속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현행법상 한 통신사에서 개인당 최대 4대까지 휴대전화를 개통할 수 있습니다.
특히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법(단통법) 시행 이전 통신사 프로모션이 좋을 때는 100만 원짜리 휴대전화에 통신사 지원금이 80만 원이 나올 때도 있었기 때문에 문 씨는 시세 차익을 노리고 무차별적으로 휴대전화를 개통하기도 했습니다.
나중에는 신분증을 모으기 위해 평소 알고 지내던 또 다른 대리점 직원들에게 5만∼20만 원을 주고 신분증 사본을 사들이기도 했습니다.
문 씨 등이 이렇게 무차별적으로 신분증 수집에 나선 것은 100만 원짜리 휴대전화를 지원금 80만 원을 받아 개통한 뒤 3개월간 이용하면 지원금을 물어내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었습니다.
이들은 이렇게 개통 후 석 달이 지난 다음에는 휴대전화를 해지하고 중국 등 해외에 중고폰으로 판매했습니다.
중고폰 값으로 70만∼80만 원을 받고, 통신사에서 휴대전화 개통에 따른 성과금 등을 받으면 신분증 값으로 20만 원을 치르더라도 휴대전화 1대당 30만∼40만 원의 부당이득이 문씨에게 떨어진 것입니다.
피해자들은 범행이 이뤄지는 3개월동안 통신사를 방문해 자신의 명의로 휴대전화가 몇 대 개통됐는지 확인하지 않는 이상 이 같은 사실을 알 방법이 없었습니다.
신분증 하나만 있으면 본인이 아니어도 휴대전화를 개통할 수 있도록 한 제도가 이 같은 범죄를 조장했다는 게 경찰 관계자의 설명입니다.
여상봉 익산경찰서 수사과장은 "피해자들이 자신의 명의로 휴대전화가 개통된 사실을 알고 지금도 계속해서 고소장을 접수하고 있다"며 "휴대전화를 개통할 때는 개인정보가 담긴 신청서 등은 개통 후 반드시 돌려받고, 신분증을 대리점에 맡기는 등 개인정보가 도용될 수 있는 행위를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SBS 뉴미디어부)
신분증 사본만 있으면 'OK'…나도 모르게 개통되는 휴대전화
신분증 600개로 1천 대 개통…통신사의 본인 확인절차에 '구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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