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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디폴트' 불사하는 그리스…세계는 괜찮을까?

또 재발한 그리스발 악재에 직면한 글로벌 경제의 충격

[월드리포트] '디폴트' 불사하는 그리스…세계는 괜찮을까?
 그리스 부채 협상은 그동안 계속 난항을 겪었지만 파국을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모두가 패자가 되는 협상 결렬을 그리스도, 채권자인 유럽국가들도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리스 지도자들은 국가가 구제금융을 받는 채무조건의 문제를 국민투표에 올려버렸다. 표면적으론 '경제문제의 정치화'지만, 사실 '정치문제의 정치화'라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복지국가인 그리스에서 유로존이 요구하는 연금삭감과 부가세 인상은 심각한 민심의 동요를 불러오기 때문일 것이다.

 어쨌든 1990년대 말,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금융위기 당시의 서슬퍼런 IMF와 지금의 IMF의 위상은 다소 다른 느낌이다. 그리스가 국가부도를 불사하면서 유럽의 채권국들과 벼랑 끝 협상을 벌이는 것을 지켜보는 시선은 선진국과 신흥국들 간에 차이가 있다. '자국의 정책적 전통을 지켜내고 저소득층을 보호하려는 과감한 대항'이라는 시각과 '막대한 부채의 책임은 뒤로 한 채 글로벌 경제를 위협할 수 있는 무리수를 두고 있다'는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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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했던 시나리오, 글로벌 경제 파장은?

 그리스에선 이미 뱅크런(은행 예금 대량인출)이 발생했고, 정부는 은행영업을 중단했다. 은행 자금이 바닥날 상황을 막기 위한 것이다. 현지시간 월요일에 열릴 증권시장에도 휴장과 같은 비상 조치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 그리스의 주식시장이 폭락하고, 금융체계가 사실상 마비된 상황에서 유로존과의 추가 협상 추이를 세계가 지켜보는 상황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유럽중앙은행(ECB)은 그리스에 대한 긴급유동성지원 한도를 동결한다고 선언해 그리스의 '채무불이행'(디폴트)는 단기간이라도 현실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렉시트'로 불리는 그리스의 유로존 이탈로 이어진다면 혼란은 더 커진다.

 하지만 2012년에 겪었던 남유럽 재정위기 같은 충격이 나타날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낮아 보인다. 당시 동반위기를 겪은 스페인과 포르투갈, 이탈리아의 대 그리스 위험노출액 규모는 우리 돈으로 37조 원 수준으로 2010년 말의 최대치인 139조 원 대에 비하면 25% 수준으로 축소된 상태이다.

 또 올해 6월 현재 범유럽 은행들의 그리스 부채 보유액은 53억 유로 정도로 추산되는데 지난 2011년의 763억 유로에 비해 크게 줄어든 것이다. 과거처럼 유럽의 주력은행들이 잇따라 위기를 맞는 상황은 오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 외교협회에 따르면 그리스의 디폴트에 가장 타격이 클 국가는 이탈리아이다. 이탈리아는 이런 상황이 오면 국가부채가 350억 유로에서 두배인 740억 유로로 급증하게 된다고 분석하고 있다. IMF가 예상하는 이탈리아의 올해 경제성장률은 0.5% 정도여서 위기가 전이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현재 그리스에 채권이 가장 많은 나라는 독일로 약 580억 유로로 추산된다.)

 글로벌 금융시장에는 단기적 충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그동안 그리스 부채협상이 지지부진했지만 시장은 결국 타결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해왔기 때문이다. 다행인 것은 최근 유럽중앙은행(ECB)이 최근 펼쳐온 대규모 양적완화(돈풀기)정책이다. 시중 자금이 상대적으로 넉넉한 상황이어서 시장의 심리가 비교적 안정돼있다. 물론 그리스 경제가 타격을 받으면 유럽 전체의 경기 회복세에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그렇게 되면 유럽 전체의 경기둔화가 불가피하고, 유로화는 더 약세를 보일 것이다. 문제는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로 이어질 경우인데, 유럽 경제가 처음 겪는 상황이기 때문에 예상못한 결과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큰 불안요인이다.

한국 경제는 괜찮을까?

 한국과 그리스의 직접 교역규모는 크지 않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교역규모가 14억 6천만 달러로 전체 교역규모의 0.1%였다. 문제는 그리스로 인한 유럽경제의 전반적 침체 상황이 올 경우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그리스가 디폴트에 빠질 경우 유럽연합(EU) 성장률이 전년 대비 0.1%포인트 감소하고, 원·유로 환율은 1.0%포인트 하락하면서 한국의 EU 수출도 1.4%포인트 떨어질 것으로 분석했다. 이미 유럽중앙은행(ECB)의 양적완화 정책으로 유로화가 약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그리스 사태가 유로화 약세 추세를 강화하게 되면 원화의 가격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 수출 기업들에겐 안좋은 상황이다.

 미국의 금리인상 움직임에 이미 긴장하고 있는 한국 금융시장에도 타격이 불가피해보인다. 하지만 사태가 그리스 디폴트에만 머물고, 일정 시일이 걸려 해결국면을 맞는다면 악영향은 줄어들 수 있다. 그리스에 돈을 빌려준 유럽 은행들이 자금 회수에 나서더라도 국내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유럽 주요 은행의 대 한국 익스포저(위험노출액)는 유럽 재정위기 당시 1,675억2000만달러에서 지난해 4분기 1,174억 4000만 달러로 줄었다. 또 그리스 신용등급 강등 시기였던 2011년 3분기 외국인들은 국내 주식을 46억 7000만 달러어치나 팔았지만,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가 거론된 올해 1분기에는 오히려 23억 4000만 달러를 순매수하는 등 달라진 태도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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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심리…장기화 여부, 美 경기도 변수

 굵직한 국제경제 악재에 이래저래 속이 타는 건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들이다. 지난 겨울의 내수경기 타격에서 벗어나 다시 견조한 회복세를 찾아가는 미국은 돌발한 그리스 상황을 지켜보면서 자국의 기준금리 인상 시점을 저울질 하겠지만 소비자 물가가 뚜렷한 상승세를 타고 있다는 점에서 다른 나라 사정을 살필 여유가 사실 많지 않다.

 신흥국들에게는 이점이 큰 부담이다. 미국 금리는 6월에는 동결이 확실시됐는데도 이미 신흥국 펀드에선 자금이 대거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6월 4일부터 일주일 동안 신흥국 주식펀드에서 92억 달러, 채권펀드에서 7억 8천만 달러가 이동했다. 달러 강세를 예상한 국제 투자자금의 계산된 사전 이동이다. 또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대 규모의 유출이다.

 유럽 경제가 다시 흔들릴 경우에는, 유로화 약세로 인한 달러화 강세 흐름이 강화되면서 이런 자금이동을 더 부추길 것으로 우려된다. 특히 중국의 성장세 둔화가 뚜렷한 가운데, 그동안 많은 신흥국들이 외화표시 채권을 발행해 재정을 충당해온 점은 새로운 위험요소로 부각되고 있다. 달러 표시 채권 비중이 높아진 상황에서 달러화 가치가 오름세를 보이면 가뜩이나 자국 통화가치 약세로 고전하는 신흥국들은 높은 달러 이자 부담의 이중고에 직면하게 되기 때문이다.  미국이 미 연준이 공언한 '점진적이고 단계적인'금리 정상화보다는 상승하는 물가에 쫓기듯 금리를 올리게 되는 상황은 글로벌 경제에는 큰 부담을 넘어 악몽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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