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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지소연-박은선, 미완의 조합…"아쉬움 많은 월드컵"

[취재파일] 지소연-박은선, 미완의 조합…"아쉬움 많은 월드컵"
캐나다 여자 월드컵에서 사상 첫 승리와 16강 진출이라는 값진 성과를 올린 여자 축구대표팀이 귀국했습니다. 대표팀은 이번 대회에서 체격 조건에서 앞선 상대팀들에 강한 정신력과 투지로 맞서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비록 16강전에서 FIFA랭킹 3위인 강호 프랑스에 적지 않은 실력 차를 드러내며 3대 0으로 완패했지만 두 번째 월드컵 출전 만에 첫 승과 16강이라는 성과를 올린 것은 분명 박수를 받을 일입니다.

그럼에도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 있다면 한국 여자 축구에서 역대 최강의 투톱으로 평가받은 '지소연-박은선'이 최상의 컨디션으로 함께 그라운드를 누비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이번 캐나다 여자 월드컵에서 우리나라는 지소연과 박은선 투톱 조합에 큰 기대를 걸었습니다. 지소연의 개인기와 골 결정력, 박은선의 제공권과 파괴력이 빚어낼 '시너지 효과'였습니다.

하지만 기대했던 시너지 효과는 보지 못했습니다. 두 선수가 함께 그라운드 위에서 나선 것은 스페인과 조별리그 3차전에서 59분이 전부였습니다. 두 선수 모두 대회를 마친 직후 인터뷰에서 한 목소리로 개인적으로 이번 월드컵이 아쉬웠다고 말했습니다.
박은선
● 박은선, '발목 통증' 때문에…

박은선은 이번 대회 내내 몸상태가 정상이 아니었습니다. 지난달 소집 전부터 양쪽 발목 모두 좋지 않았는데 대회 때까지도 통증이 가라 앉지 않았습니다. 브라질과 코스타리카와 조별리그 두 경기에서 벤치를 지켰고, 배수의 진을 치고 임했던 스페인과 마지막 3차전에서야 선발 출전했습니다.

하지만 풀타임을 소화할 만큼의 몸상태가 아니었습니다. 스페인과 경기 도중에도 상대 선수에게 발목을 걷어차였고, 절뚝거리는 모습을 보이기도 해 걱정을 안겼습니다. 결국 후반 14분에 유영아와 교체됐습니다. 지소연이 허벅지 근육 통증으로 결장했던 프랑스와 16강전에서도 선발로 나서 전방에서 고군분투했지만 이렇다할 활약을 보여주지 못하고 후반 10분 교체됐습니다.

신장이 182cm인 박은선은 자신보다 5cm나 큰 프랑스의 중앙수비수 웬디 레나드 앞에서는 파워와 제공권에서 경쟁력을 점하지 못했고, 프랑스의 강한 압박에 전방에 고립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스페인전에 이어 이번에도 경기 도중 간간이 발목을 잡고 절뚝이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12년 전 17세 막내로 월드컵에 처음 출전했던 박은선은 화려한 피날레를 꿈꿨지만 아쉽게 미완에 그쳤습니다.
지소연
● 지소연, 충격적이었던 16강전 선발 제외

에이스 지소연도 진한 아쉬움이 남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잉글랜드 리그에서 올해의 선수상을 수상하며 한껏 물오른 기량으로 이번 대회에서 기대감을 높였지만 코스타리카전에서의 페널티킥 골을 제외하고는 공격포인트를 올리지 못했습니다. 처진 스트라이커로 나서 자신이 직접 해결하는 것보다 최전방 공격수에게 골 찬스를 만들어주는 역할에 주력해 결정적인 골 기회가 적었고, 상대 선수들의 집중 견제에 시달렸습니다.

그래도 스페인전에서 후반 들어 적극적으로 박스 안으로 침투하며 답답하던 흐름을 돌려놓았고, 중앙에서 상대 선수의 공을 가로챈 뒤 날카로운 스루패스로 조소현의 동점골에 발판을 마련하기도 했습니다. 스페인전 경기 MVP에 선정되며 16강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지만 아쉽게 허벅지 근육 통증 때문에 출전하지 못했습니다. 지소연은 스페인전 직후 허벅지에 통증을 느꼈고, 프랑스와 16강전 때까지 회복이 안 돼 윤덕여 감독은 고심 끝에 지소연을 선발 명단에서 제외했습니다. 프랑스전을 앞두고 지소연의 몸 상태는 현지에서도 알지 못해 그의 선발 제외는 더욱 충격적이었습니다.

경기 전날 마지막 훈련을 마치고 믹스드존에서 만난 지소연은 힘들어하는 표정이 역력했는데 돌이켜보면 그의 몸상태를 말해주는 단서였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차분하게 프랑스전에 임하는 각오를 말해 그의 결장을 예측하지 못했는데, 경기 당일 아침 윤덕여 감독은 지소연과 면담에서 선발 제외를 통보했습니다.

윤덕여 감독은 경기 전날 기자회견에서 박은선의 선발 투입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는데 이것이 지소연의 결장에 대비한 포석으로 풀이됩니다. 지소연은 프랑스전 후 인터뷰에서 이번 월드컵에서 준비한 것들을 보여주지 못해 개인적으로 너무 아쉽다며 4년 후 대회에서는 더 좋은 활약으로 아쉬움을 털어내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 대표팀의 중추 역할 해낸 '1988년생'

최고의 컨디션인 박은선과 지소연의 조합을 보지 못해 아쉬웠지만 이번 대회는 '1988년생'들의 활약을 발견한 무대였습니다. 이번 대표팀에는 주장 조소현과 미드필더 전가을, 권하늘, 공격수 유영아, 수비수 이은미, 김도연 등 6명의 1988년생이 포함돼 있었는데 이들은 모두 주전으로 뛰며 팀의 주축을 이뤘습니다.

특히 조소현은 중앙 미드필더로 나서 공수를 넘나드는 투지 넘치는 플레이와 강한 압박으로 팀에 활력을 불어넣었고 스페인전에서는 직접 동점골까지 터뜨렸습니다. WK리그 최고의 테크니션인 전가을은 왼쪽 미드필더로 전 경기 풀타임을 소화하며 코스타리카전에서 남자 선수들 못지 않은 감각적인 헤딩골까지 선보였습니다. 올해 27살인 이들은 2010년 U-20 월드컵 3위, U-17 월드컵 우승 멤버의 윗세대로 그동안 연령별 월드컵 출전 경험이 없었는데 이번에 성인 월드컵에서 처음으로 큰 무대를 경험했습니다.

조소현과 전가을은 16강전에서 프랑스에 진 것도 아쉽지만 무엇보다 우리가 준비한 플레이를 펼쳐보이지 못한 경기 내용 때문에 더욱 속상해 했습니다. 프랑스 선수들의 체격조건과 개인 기량도 월등했지만 무엇보다 영리하고 노련한 플레이에 말린 것 같다며 우리가 마음만 급했고 서두른 것 같다고 경기를 돌아봤습니다. 30살이 넘는 4년 뒤 월드컵에 출전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 모르는 월드컵이어서 더욱 진한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습니다.

출정식 때 '한국에서 여자 축구 선수로 산다는 게 많이 외로웠어요'라며 울먹였던 전가을은 이번에는 담담하게 '비록 우리가 16강에서 탈락했지만 한국 여자 축구는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는 말을 잊지 않았습니다.

신구 조화로 '황금세대'로 불린 이번 여자 축구대표팀의 월드컵은 16강에서 끝났습니다. 한국 여자 축구가 이번 대회에서 쌓은 경험을 교훈 삼아 4년 뒤인 2019년 프랑스 여자 월드컵에서 한 단계 도약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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