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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투에 돈 대신 물티슈'…덫에 걸린 보이스피싱 사기단

"현금봉투에 돈이 아니라 물티슈가 들어 있었다고?"

이달 15일 오후 3시 30분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의 한 시중은행 지점에서 5천만 원을 인출한 A(52)씨는 바깥에서 기다리던 김 모(19)씨에게 묵직한 현금봉투 5개를 건넸습니다.

그러나 김 씨는 미처 봉투를 열어보지도 못한 채 주변에 진을 치고 있던 강동경찰서 지능팀 형사들에게 연행됐습니다.

근처에서 망을 보던 감시역 최 모(26)씨도 함께 붙잡혔습니다.

수갑을 찬 채 차에 실린 이들은 그제야 봉투에 현금 대신 물티슈가 들어있었던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덫에 걸렸던 것입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이달 4일부터 15일 사이 피해자 11명으로부터 4억 3천여만 원을 뜯은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검찰을 사칭해 피해자들의 계좌가 범죄에 이용됐다고 을러댄 이들은 "금융감독원 계좌로 예금을 이체해 공범이 아니란 사실을 증명하라"고 요구했습니다.

이렇게 가로챈 돈을 인출하는데는 급전이 필요한 서민들이 이용됐습니다.

인위적으로 거래실적을 쌓아 신용등급이 올라가면 원하는 만큼 대출을 해주겠다고 속여 보이스피싱 피해금을 대신 인출하게 한 뒤 돈만 챙겨 달아난 것입니다.

김 씨 등은 피해자들로부터 가로챈 4억 3천여만 원 중 2억 6천여만 원을 이런 방식으로 현금화해 중국내 총책에게 송금했습니다.

일이 꼬인 것은 이달 11일 강동구의 한 은행지점 앞에서 공범 이 모(22)씨가 검거되면서였습니다.

이 씨의 스마트폰을 압수한 경찰은 이 씨가 '신입'인 김 씨에게 범행수법을 가르치는 등 내용의 모바일 메신저 채팅 내역을 확보했고, 나흘 뒤인 15일 청량리의 한 커피숍에서 김 씨가 A씨에게 가짜 대출관련 서류를 작성시키는 장면을 포착했습니다.

이들을 미행한 경찰은 A씨가 돈을 뽑으려하자 은행측에 협조를 요청했고, 은행은 5만 원권 200장 다발과 크기와 무게가 비슷한 물티슈를 현금 대신 봉투에 담아 A씨에게 건넸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A씨는 어차피 자기 돈이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내용물을 확인하지도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A씨 등의 계좌에 입금된 1억 7천만 원을 회수해 주인에게 돌려준 경찰은 김 씨 등 4명을 상습사기 혐의로 구속하고, 나머지 공범을 추적하고 있습니다. 

(SBS 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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