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초원에서 노니는 목초 닭? '웰빙 달걀'의 진실

<앵커>

달걀을 살 때 닭이 이렇게 푸른 초원을 노니는 모습이 그려져 있거나 건강한 느낌을 주는 이름이 쓰여있으면 아무래도 눈길이 더 가게 되죠. 하지만 실제 사육 방식은 이런 이미지와 다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99%는 옴짝달싹할 수 없을 만큼 좁은 공간에 갇힌 닭들이 극심한 스트레스 속에 낳은 달걀들인데요.

생생리포트, 안서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홰에 앉아 날갯짓하며 쉬거나, 돌아다니며 먹이를 쪼는 닭들, 암탉은 빨간 천에 가려진 어둡고 아늑한 공간에서 알을 낳습니다.

이 농장은 닭들이 모래 찜질을 할 수 있도록 바닥에 톱밥을 깔아놨고, 밖에서 들어오는 햇빛과 바람을 차단하지 않고 그대로 들어오도록 했습니다.  

닭이 타고난 습성대로 자라도록 풀어서 기르는 겁니다.

이런 방식으로 가축을 사육했을 때 정부에서 인증한 '동물 복지' 마크를 붙일 수 있습니다.

[홍기훈/국내 1호 동물복지농장 대표 : 동물의 습성에 맞게끔 사육을 하다 보니까 자연스러운 면역력이 생깁니다. 그래서 바이러스성 질병, 세균성 질병에 강한 면역력을 갖고 있고.]  

국내에서 하루 생산되는 달걀 4천만 개 가운데 동물복지농장에서 나오는 달걀은 1%가 채 안 됩니다.

나머지 99%의 달걀은 철장을 쌓아 올린 '배터리 케이지'에서 생산됩니다.

축산법이 규정한 닭 한 마리 사육 면적 0.05㎡짜리 철장 안에 가둬 기르는 건데, 신문지를 세 번 접은 크깁니다.

하지만 달걀 포장지나 이름을 봐선 이런 사실을 짐작조차 할 수 없습니다.

달걀 포장지에 너도나도 써넣은 '목초'의 뜻을 물어봤습니다.

[황세윤/소비자 : 나무랑 풀? 나무 목에 풀 초 아닌가요? 그냥 그런 것 같은데. 저 닭은 그래도 좀 건강하게 자라지 않았을까 이런 느낌.]  

짐작하는 것처럼 풀을 먹여 길렀다는 뜻이 아니라, 나무를 숯으로 만드는 과정에서 나오는 액체인 목초액을 사료에 첨가했단 뜻입니다.

[P사 고객센터 : 아무래도 이제 포장용기 부분에 그런 풀 그림이 있어서 아마 고객님처럼 그런 약간의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는데요…]  

유럽연합은 동물 학대 논란이 계속된 배터리 케이지 방식의 닭 사육을 지난 2012년 전면 금지했습니다.

또 달걀 껍질을 보면 사육 방식과 생산 지역, 농장 위치, 사육장 번호를 알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혜원/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 정책국장·수의학 박사 : 총 달걀 생산량의 약 10%만 실내의 케이지에서 나온 달걀이고요. 선호하지 않기 때문에 구하기가 힘든 거죠.] 

동물복지 인증 달걀이나 철장에서 생산된 브랜드 달걀이나, 값은 한 알에 4~5백 원 선으로 비슷합니다.

어떤 걸 선택하든 그건 소비자의 자유입니다.

하지만 어떻게 생산된 달걀인지에 대한 정보는 정확하게 제공돼야 합니다.

(영상취재 : 홍종수, 영상편집 : 박선수)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