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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mm 컸다고 효능 인정' 키 크는 음료 부실 인증

<기자>

여기 이 음료수는 마시면 아이들의 키가 커진다는 건강기능식품입니다. 건강기능식품, 그러니까 지금 제가 나와 있는 식품의약안전처가 공식적으로 그 효능을 인정한 제품이라는 뜻입니다. 국가공인 제품이라는 말에 요즘 정말 불티나게 팔려나가고 있다고 하는데요, 정작 이 제품이 인정을 받은 과정을 살펴보면 부실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건강기능식품, 어디까지 믿고 먹을 수 있을지, 생생리포트에서 취재했습니다.

마시면 석 달 만에 2.25cm 키가 큰다고 광고하는 키 성장 음료수, 국내 최초로 식약처로부터 공식 인증을 받았단 점을 강조합니다.

이 음료의 핵심 원료인 키를 크게 해준다는 신물질이 지난해 8월 식약처로부터 사상 처음 공식 인정을 받았습니다.

[이지혜/소비자 : 국내 최초로 식약처에서 인증을 해줬다고 하니까, 일단 식약처에서 인정을 해줬다는 말을 들으면 '아, 먹여봐도 되겠다.' 이럴 때 마음이 제일 처음 움직여요.]

식약처의 첫 인증에 힘입어 이 제품은 하루 1억 원어치씩 팔릴 정도로 인기입니다.

키 성장 제품에 대해 유별나게 엄격했던 식약처가 돌연 이 제품에 대해서만 인증을 해 준 건 바로 이 임상실험 논문 한 편 때문이었습니다.

[키 성장 제품 업계 관계자 : 식약처에서 인증받으려 하면 임상시험도 해야 하고 시간적인 거 하고, 결국은 영업적 로비도 해야 하는 거고, 굉장히 어렵거든요.]

취재진은 키 크는 신물질에 대한 임상실험 논문의 요약본, 즉 초록을 입수해 전문가와 분석해 봤습니다.

연구팀은 키가 한창 자랄 나이인 7세에서 12세의 어린이 99명을 두 그룹으로 나눠 한쪽에만 키 크는 물질을 주며 석 달을 관찰했습니다.

그 결과 키 크는 물질을 먹은 그룹이 석 달 뒤 평균 2.25cm 자랐고, 먹지 않은 그룹은 1.92cm가 자라서 키 크는 물질을 먹은 쪽이 3.3mm가 더 컸다는 겁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논문 한 편만으로 이 제품의 효과를 공식 인증을 하기엔 식약처의 검증 절차가 너무 허술했다고 지적합니다.

[이덕환/서강대학교 화학과 교수 : 연구 두 달 후고 석 달 후예요. (두 달째에는) 안 먹은 쪽이 더 컸어요. 넉 달 후에는 어떻게 될지 모르는 거예요.]

[명승권/국립암센터 교수 : (논문이 실린 학회지는) 학술대회에 제출된 초록(요약본)들을 모아놓은 거예요. 연구 발표의 요약본들만 이렇게 다 모아 놓은 거죠. 수백 개 될 거예요. 이 중 하나로 이 논문이 발표된 거예요.]

[(검증을 받았다 이렇게 볼 수는?) 그렇게 볼 수 없죠.]

취재진은 식약처에 논문 원본과 해당 제품에 대한 심의 회의 회의록을 공개할 것을 요구했지만, 거절당했습니다.

[식약처 관계자 : 논문이나 그런 거는 기본적으로 영업 비밀에 해당해서 주기가 곤란합니다.]

[이 차이가(3.3mm) 행정조치를 할 만큼 유의미 한 거냐, 식약처가 만약에 이 논문을 갖고 (인증 같은) 행정조치를 한다면 이걸 실제로 읽어봐야 해요.]

식약처는 문제가 있는 제품은 인증을 철회할 수 있도록 건강기능식품 재인증 제도를 도입해, 이 제품을 포함한 일부 논란이 있는 제품들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영상편집 : 이승렬, VJ : 김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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