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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암 재발하자 담당의에게 방화 테러…위협받는 中 의료인

[월드리포트] 암 재발하자 담당의에게 방화 테러…위협받는 中 의료인
광시의대 제1부속 병원의 방사선치료과 과장인 친 모 씨에게 여느 날과 똑같은 하루였습니다. 아침 8시 20분쯤 출근한 친 과장은 사무실로 가기 위해 엘리베이터에 올라탔습니다. 친 과장은 5층 버튼을, 함께 탄 환자와 보호자는 2층을 눌렀습니다.

두 사람이 2층에서 내리고 엘리베이터 문이 막 닫히려는 순간 한 남성이 뒤늦게 올라탔습니다. 그는 친 선생을 한 번 보더니 갑자기 품 안에서 녹색 음료수 병을 꺼냈습니다. 그리고 그 속에 든 액체를 친 선생에게 뿌렸습니다. 순식간에 엘리베이터 안에는 휘발유 냄새가 진동했습니다. 친 선생이 당황해 어쩔 줄 몰라 하는 사이 남자는 기름에 불을 붙이고 달아났습니다.

이런 모습을 방금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던 환자와 보호자가 모두 봤습니다. 그들은 소리쳐 사람들을 불렀습니다. 병원 보안요원들이 달려와 불을 끄고 친 선생을 응급실로 옮겼습니다.

중국 의료인 폭력
친 선생은 올해 54세로 30년 이상 의사로 일 했습니다. 환자들에게 친절하게 설명을 잘해줘 평도 좋았습니다. 그런 그가 마른하늘에 날벼락을 맞았습니다. 얼굴과 어깨, 가슴, 등, 팔 등 온 몸의 30~35%의 면적에 화상을 입었습니다. 그 가운데 15%는 매우 심한 3도 화상이었습니다. 화상의 특성상 72시간이 매우 위험합니다. 아직까지 위독한 상태입니다.

친 선생에게 방화 테러를 가한 혐의자는 병원 지하 주차장에 숨어있다 출동한 경찰에 체포됐습니다. 광시성 우밍현 출신의 37세 왕 모 씨였습니다.

비인두암 말기 환자로 3년 전 이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바 있습니다. 암 세포가 더 퍼져 며칠 전 내원해 화학치료를 받았습니다. 친 선생은 왕 씨가 3년 전 방사선 치료를 받을 당시 담당 의사였습니다.

병원은 왕 씨 측에서 치료와 관련해 어떤 불만이나 문제를 제기한 적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3년 전 방사선 치료를 받으면서 친 선생과 다툼이나 갈등을 겪었다는 기록도 찾지 못했다고 전했습니다. 아직까지 테러 이유가 모호합니다. 다만 암이 재발된 만큼 상당한 치료비를 쓰고도 완치되지 못한 데 대해 원한을 품었을 가능성이 나옵니다. 관할 경찰은 왕 씨를 상대로 관련 사항들을 수사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중국에서 환자나 그 가족이 의료진을 공격하는 행위는 드문 일이 아닙니다. 중국 언론이 조사한 결과 지난달 28일 이후 최근까지 겨우 20일 동안 중국 전역에서 12건의 의료진 상대 폭력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이달 3일에는 광둥성 선전시의 한 대학부속 병원에서 입원실 배정 문제로 불만을 품은 환자와 그 가족이 간호사를 집단으로 구타했습니다. 같은 날 허베이성 바오딩시 종합병원에서는 내과 의사가 한 노인의 응급 처치를 제대로 못했다는 이유로 그 가족들에게 얻어맞았습니다. 5일에는 산시성 위린시의 대형 병원에서 이빈인후과 부과장 류모 의사가 한 환자의 새치기를 제지했다가 주먹으로 맞아 왼쪽 안구가 파열되는 중상을 입었습니다. 7일 윈난시 쿤밍시에서 가장 큰 병원에서 갑자기 남성이 흉기를 휘두르며 난동을 부려 의사 1명이 크게 다쳤습니다. 이밖에도 부지기수입니다.
[월드리포트] 우상

중국의사협회가 최근 발표한 '중국취업의사백서'에는 위험에 노출된 중국 의료진의 실태가 여실히 드러납니다. 조사 결과 지난 해 중국 의사의 60%가 환자들로부터 언어폭력을 당했습니다. 이런 수치는 그나마 나아진 것입니다.

2012년에 30개 지역 316개 병원의 의료진 8천명에게 설문조사를 한 결과에서는 응답자의 무려 96%가 언어 등 각종 폭력을 경험했다고 대답했습니다. 16%는 물리적 폭력을 당하기까지 했습니다. 그래서 약 40%는 안전에 대한 우려 때문에 심각하게 전직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심하면 목숨을 읽는 경우도 있습니다. 2012년 헤이룽장성 하얼빈시의 대형병원에서는 한 남성이 회의 중이던 의사들에게 흉기를 휘둘러 1명이 숨지고 4명이 다치는 참극을 빚었습니다. 2013년에는 저장성 원링시의 병원에서 회진 중이던 의사들이 흉기 공격을 받고 1명이 칼에 찔려 숨졌습니다. 지난해에도 환자와 몸싸움을 벌이던 의사가 함께 엘리베이터실 바닥으로 떨어져 숨졌습니다. 한해 2~3명의 의료인이 이렇게 공격을 당해 사망합니다.

이쯤 되면 중국의 의사들은 언제 폭력에 희생될지 모르는 매우 위험한 직업을 갖고 있는 셈입니다. 사람의 목숨을 다루는 고귀한 직업을 가진 의료인들이 중국에서 왜 이렇게 증오의 대상이 됐을까요? 어쩌다 존경을 받기는커녕 욕을 먹고, 얻어맞고, 심지어 목숨을 빼앗기는 경우까지 발생할까요?

다음 글에서 알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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