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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15배 빠른 기가 LTE?…따져봐야 할 것들

[취재파일] 15배 빠른 기가 LTE?…따져봐야 할 것들
국내 이동통신 3사가 이른바 15배 빠른 LTE 상용화 경쟁에 나섰습니다. 먼저 KT가 '세계 최초 기가 LTE'를 상용화 했다고 발표했고 SKT와 LGU+도 거의 같은 내용의 보도자료를 내고 조만간 상용화 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동안 '2배 빠른 LTE', '3배 빠른 LTE' 같은 광고로 경쟁해 온 통신사들이 이번엔 '15배 빠른 LTE'를 내세운 셈입니다. 과연 소비자들 입장에서 얼마나 도움이 되는 것인지 몇가지 짚어봐야 할 점들을 정리해 봤습니다.

● 15배 빠른 LTE? 이론상 최고 속도일 뿐

스마트폰을 통한 이동통신이 15배나 빨라진다는 이 기술은 LTE와 WIFI로 나뉜 기존 통신망을 하나로 묶어서 쓸 수 있다는 말입니다. 지금까지는 LTE 별도, WIFI 별도였고 주로 통신사들의 속도경쟁은 LTE 망에 집중돼 왔습니다. LTE의 최고 속도가 300Mbps고 와이파이의 최고 속도가 866Mbps인 만큼 이 둘을 합하면 최고1.17Gbps의 속도가 가능해 지기 때문에 '기가 LTE'라고 부를 수 있다는 게 통신사들의 설명입니다. 15배라는 숫자가 나온 건 가장 초기 LTE의 최고 속도가 75Mbps기 때문에 이를 기준으로 계산했다고 합니다. 
[취재파일] LTE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여기서 이야기하는 이 속도들은 그야말로 '이론상 최고 속도'일 뿐이라는 점입니다. 즉 실제 소비자들의 이용환경에서는 구현되지 않는다는 이야깁니다. 쉽게 말해 고속도로에서 자동차 한 대가 혼자 달릴 때 가능한 속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정부가 하는 통신서비스 품질 평가라는 조사가 있습니다. 이통사들의 통신 품질이 실제로는 어떤지를 조사하는 것입니다.
[취재파일] LTE

지난해 조사에서 통신사들의 LTE 실사용 속도는 광고의 절반에 불과하다는 점이 이미 확인된 적이 있습니다. 이번에 나온 기가 LTE 역시 실사용 속도가 광고와는 크게 다를 것이라는 점은 통신사들도 인정하고 있습니다.

● 아직까지는 소수를 위한 LTE

'상용화'됐다곤 하지만 모든 이동통신 가입자에게 도움이 된다고 말하면 과장입니다. 단말기, 지역, 요금제 이 세 가지 조건을 모두 갖춘 소수의 가입자만 쓸 수 있기 때문입니다. 

A. 현재로선 기가 LTE가 가능한 스마트폰은 삼성 갤럭시 S6와 S6엣지 뿐입니다. 그나마 펌웨어 업그레이드를 받아야 가능합니다.  단 사용 가능 단말기가 앞으로 확대되긴 할 겁니다.

B. 고가 요금제를 쓰는 가입자만 쓸 수 있습니다. 가장 먼저 상용화 한 KT의 경우, 6만원 이상 무제한 요금제를 써야만 기가 LTE를 사용할 수 있고, 그 이하 요금제는 아예 차단 됩니다. SKT와 LGU+는 아직 정확한 상용화 시점을 밝히지 않아 어떤 요금 정책을 취할지 정확히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C. 기가 LTE는 지역적으로 3밴드 LTE와 기가 와이파이가 모두 가능한, 그러니까 중복 서비스 지역에서라야 가능합니다. 3밴드 LTE는 흔히 통신사들이 '4배 빠른 LTE'라고 광고하는 것인데, 서로 다른 3개 대역의 주파수를 묶는 기술이 적용됩니다. 기가 와이파이 역시, 보통의 와이파이보다는 훨씬 빠른 속도의 통신망으로 일부 지역에서만 가능합니다. 상용화를 했다면서도 정확히 어떤 곳, 몇 군데가 기가 와이파이가 가능한 지역인지 통신사들은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말해 현재 기가 LTE는 'S6나 S6 엣지를 갖고 펌웨어 업그레이드를 받은 뒤, 3밴드 LTE와 기가 와이파이가 중첩되는 지역에서, 6만원 이상 요금제를 쓰는 가입자'를 위한 것인 셈입니다. 아직까지는 소수를 위한 서비스라고 말할 수 밖에 없겠습니다.
 
● 일반 소비자에게 속도가 중요할까?

기가 LTE의 최고 속도 1.17Gbps에 대해 통신사들은 초고화질 UHD 영화 1편(18GB)을 126초, 즉 2분만에 다운로드 받을 수 있는 정도라고 설명합니다. 하지만 이런 설명을 들은 많은 소비자들은 '과연 어떤 사람들이 18GB짜리 초고화질 영화 파일을 스마트폰 LTE로 다운 받겠냐?'고 반문합니다. 3~4만원대 요금제를 사용하는 보통의 소비자들이라면 3~4달치 데이터 제공량을 한꺼번에 날려버리는 셈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많은 소비자들의 반응은 '속도경쟁은 별 의미 없으니 데이터 요금이나 좀 내려달라'는 겁니다.

● 와이파이는 무료, LTE는 유료…과금 따져봐야

기가 LTE의 경우 요금 산정방식도 좀 복잡하기 때문에 소비자들로서는 잘 따져봐야 하는 부분도 있습니다. 실제로 기가 LTE를 켜서 통신망으로 영화 파일을 다운로드 받는다면 파일의 일부는 LTE로, 다른 일부는 와이파이로 받게 됩니다. 

중요한 건 와이파이망으로 다운로드하는 부분은 과금이 안 되지만 LTE로 다운로드 받는 부분은 과금이 된다는 겁니다. 즉 10GB 짜리 고화질 동영상을 다운로드 받을때 5GB는 와이파이로, 5GB는 LTE로 받는다면 LTE 5GB는 소비자에게 과금이 된다는 겁니다. 

중요한 점은, 원래 와이파이를 주로 이용해 대용량 다운로드를 받던 소비자 입장에서는 기가 LTE를 쓰면 오히려 손해라는 이야기가 됩니다. 자칫 데이터 요금 폭탄을 맞을 수도 있습니다. 역으로 LTE를 이용해 대용량 다운로드를 받던 소비자라면 일부분을 와이파이로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데이터 과금을 줄일 수 있다는게 통신사들의 설명입니다. 하지만 LTE망만 이용해 대용량 다운로드를 받았던 소비자가 많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지불해야 하는 요금이 매우 비싸기 때문입니다.

결국 다수의 와이파이 중심 다운로드 이용자에게는 오히려 손해가 될 수 있고, 소수의 LTE 중심 다운로드 이용자에게는 이득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가능합니다. 통신사들의 속도경쟁 뒤에 숨은 의미를 소비자들이 정말 잘 따져봐야 하는 때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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