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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삼성서울병원 방역관리조사…정부 뒷북 대응

[취재파일] 삼성서울병원 방역관리조사…정부 뒷북 대응

이용식 기자 yslee@sbs.co.kr

작성 2015.06.16 09:46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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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취재파일] 삼성서울병원 방역관리조사…정부 뒷북 대응
 진료시설과 의료진, 병원환경 면에서 가장 앞선 그룹에 있다는 삼성서울병원이 메르스 2차 진원지가 되리라고 믿은 사람은 많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기에 ‘설마가 사람 잡는다’는 속담은 요즘 메르스 확산의 중심지에 있는 삼성 서울병원의 처지에 딱 들어맞는 말입니다.

 지난달 20일 삼성서울병원에서 첫 확진자 '1번 환자'가 나오고, 10일 뒤 30일에 두 번째 확진자 '14번 환자'가 나올 때만 해도 사람들의 관심은 온통 평택성모병원으로 쏠려있었습니다. 당시만 해도 1번 확진자가 입원치료를 받았던 평택성모병원에서 감염자가 계속 나왔고, 14번 환자 역시 역학조사 결과 1번 환자와 평택성모병원 동일병동에 입원했다가 감염된 것으로 조사됐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메르스 2차 대유행의 씨앗은 바이러스 잠복기 동안 삼성 서울병원에서 조금씩 싹을 티우고 있었습니다. 그 시작은 병원 의료진에서 촉발됐습니다. 14번 환자 주변에서 진료를 한 의사가 지난 4일 35번째 환자로 확진됐고, 이틀 뒤인 6일부터 14번 환자로 인한 3차감염자가 폭발적으로 나왔습니다. 6일에 확진된 환자만 15명, 이날 새로 확인된 감염자 22명중 70%에 이르는 규모입니다.

 7일엔 17명, 8일은 3명으로 줄었다가 9일에 다시 10명, 10일 10명, 11일 3명, 12일 7명, 13일 4명,14일 1명 등 지금까지 1번 환자 포함 모두 73명이나 됩니다. 3차 감염자가 전파한 4차 감염자 수까지 포함하면 삼성서울병원발 메르스 환자는 더 늘어납니다.
 
 확진환자의 동선이 확인되면서 삼성서울병원의 방역관리가 엉망이었고, 얼마나 허술했는지 속속 드러났습니다. 가장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은 1번 환자를 처음 찾아낸 뒤 불과 7일만인 지난달 27일 오후 슈퍼 전파자였던 14번 환자가 응급실로 들어왔는데, 어떻게 완벽한 격리조치도 이루어지지 않고 2박 3일간 응급실을 오염시키도록 방치했느냐 하는 점입니다.

 병원 쪽은 14번 환자가 평택성모병원을 경유했다는 말을 안 해서 대응조치가 늦었다고 해명했지만 궁색한 변명으로 밖에 들리지 않습니다. 뒤집어보면 이 말은 삼성서울병원이 메르스 감염 예방을 위한 선제적 대응이 없었음을 실토한 것이기도 합니다.
 
 만일 1번 환자가 확진판정을 받은 뒤 즉시 병원에 선별진료소를 설치하고, 열이 나는 환자들을 별도로 진료하고 관찰했다면 삼성서울병원에서 메르스환자는 14번 환자 1명으로 그쳤을수도 있습니다. 국내에서 손꼽을 정도로 인지도가 높은 병원이라면 당연히 그런 조치를 했어야 마땅합니다. 메르스 캡쳐_640
 선별진료소 운영은 고사하고 14번 환자에 대한 조치도 허술하기만 했습니다. 이 환자는 27일 오후 3시 10분부터 20분까지 10분 동안 또 오후 6시 5분부터 47분까지 40분간 두 차례나 응급실 주변을 돌아다닌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응급실 외부 복도롤 따라 화장실도 두 번 다녀왔고, 영상의학과 접수데스크 쪽에도 걸어 다녔습니다.

 이 과정에서 14번 환자는 가끔 마스크를 입에서 내리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응급실안 뿐 아니라 주변 병원을 바이러스로 오염시킨 것입니다. 정형외과 외래를 다녀온 환자, 비뇨기과 외래진료를 보러온 아버지를 모시고 왔던 아들, 그리고 병원에 입원중인 친척의 병문안을 다녀온 방문객이 메르스 확진판정을 받은 것이 증거입니다.

 이 세 분의 경우는 모두 응급실을 방문하지 않았는데도 메르스에 감염된 사례이기 때문입니다. 격리자 관리도 구멍이 숭숭 뚫렸습니다. 지난 12일 확진판정을 받은 137번 환자는 삼성서울병원에서 이동식 침대로 환자를 병실이나 검사실로 옮겨주는 일을 하는 이송요원입니다. 지난 달 27일에서 29일 사이 14번 환자가 있던 응급실을 드나들었지만 뭔 일인지 격리대상에서 누락돼 관리가 안 됐습니다. 이 확진자는 지난 2일 처음 열이나고 근육통이 있었지만 10일까지 근무를 계속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 과정에서 접촉한 환자와 의료진 등 바이러스 감염우려가 있는 사람만 200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송요원의 감염이 확인돼 파문이 일파만파로 커지자 삼성서울병원은 14일 응급실 포함 병원을 24일까지 부분폐쇄하겠다고 뒤늦은 대책을 내놓았습니다.
 
 삼성서울병원의 허술한 방역관리 책임에는 보건당국도 자유로울 수 없고, 공동의 책임선상에 있거나 오히려 더 무겁게 느껴야 할 것입니다. 삼성서울병원에 역학조사관 3명이 파견된 것은 지난달 29일이었습니다. 복지부는 1번 확진자 관련 모니터링이 주 업무였다고 설명했지만 1번 확진자가 나온 뒤 9일 만에 파견된 것부터 석연치 않습니다. 역학조사관이 파견된 바로 이튿날 14번 환자가 확진되자 방역관 1명, 역학조사관 2명, 예방의학교수 1명 등 모두 9명의 현장역학조사팀이 추가로 파견됐습니다.

 하지만 메르스 2차 대유행의 불씨를 잡기는 커녕, 방역관리도 허술할 뿐이었습니다. 역학조사가 제대로 안 된 것입니다. 밀접접촉자와 격리대상 선정이 부실했고, 슈퍼 전파자인 14번 환자의 응급실 밖 동선도 확진 2주뒤인 14일에야 공개됐습니다. 도대체 역학조사를 어떻게 했는지, 혹시 병원의 자체조사만 믿고 손 놓고 있던 것은 아닌지, 궁금증이 풀리지 않습니다.
 
 급기야 민관합동 즉각 대응팀은 민간전문가 10명, 복지부 역학조사관 4명 등 모두 24명을 지난 13일 삼성서울병원에 투입해 병원 및 자택격리 대상자 4천75명을 관리하기 시작했습니다. 총리실도 방역관리 점검 및 조사단을 삼성서울병원에 15일 급파 했습니다. 조사단은 병원에 상주하면서 삼성서울병원이 방역에 실패한 이유와 실태를 조사해 재발방지대책이 수립되도록 감독하게 된다고 총리실은 밝혔습니다. 역시 한 발 늦은 사후약방문 대책이어서 효과를 얼마나 낼지 미지수입니다

최경환 총리직무대행은 매일 메르스 일일점검회의를 하겠다면서 컨트롤 타워 역할을 자임하고 나섰지만 잇따른 대책과 조치는 아직까지 국민들의 불안을 잠재우기는커녕, 믿음도 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말로만 늘 선제적 대응하겠다고 하지만 따지고 보면 늘 상황을 뒤쫓아 가기도 버거워보입니다. 삼성서울병원의 방역관리 조사단 파견도 이미 불에 다 타버려 끌 수 도 없는 건물에 소방관을 투입하는 것 같아 씁쓸하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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