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취재파일] 메르스와 이미지 정치

모두가 위기 극복 외치지만…메르스 소멸 후 냉정한 복기 필요

[취재파일] 메르스와 이미지 정치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페이스북에 지난 10일 사진 2장이 올라왔다. 김 대표가 큰 딸과 두 손주를 데리고 국밥집에서 식사를 하는 사진이었다. 사진 속 국밥집은 메르스 확진환자가 다녀간 사실이 알려지면서 손님이 뚝 끊긴 곳이다. 

식당의 딱한 소식을 전해들은 김 대표가 가족을 불러 식사를 하고 인증 사진을 페이스북에 남긴 것이다. 의원실 관계자는 "사진을 찍던 날 김 대표는 부산의 한 횟집에서 지역 인사들과 만나고 있었는데, 메르스로 타격을 받은 국밥집 얘기를 듣고 그 자리에서 가족을 불러 자리를 옮겼다"고 전했다.

김 대표는 페이스북 글에서 "딸아이와 손자 손녀를 데리고 이곳에 와서 국밥을 먹었는데, 안전에 어떠한 문제도 없다는 점을 국민 여러분께 말씀드립니다. 메르스로 사회가 큰 혼란을 겪고 서민경제 전체가 어려워지고 있는데, 사스 보다 전염성이 낮고 공기전염이 안되는 만큼 너무 걱정말고 일상 생활을 해 주시기를 국민에게 부탁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11일에는 국회 메르스 대책특위 새누리당 의원들과 함께 여의도 성모병원을 찾았다. 여의도 성모병원은 메르스 확진환자(6번 환자. 5월28일.이 환자의 사위도 확진)가 발생한 곳이다. 국밥집과 마찬가지로 이 병원도 환자 발길이 뚝 끊겼다.

외래환자가 평소 절반 수준으로 줄었고 퇴원자도 속출했다. 김 대표는 마스크도 사양한 채 이 병원 메르스 간이 검사 시설 등을 둘러봤다. 김 대표는 어제 오후에도 집단 발병지인 삼성서울병원을 관할하는 강남보건소를 방문했다.
취재파일

새누리당 관계자는 김 대표의 메르스 관련 행보에 대해 "과도한 공포와 불안에서 벗어나 일상 생활을 이어가자"는 메시지를 국민에게 던지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포, 불안과의 싸움이기도 한 메르스와 전쟁에서, 시민들에게 지나치게 겁먹지 말고 차분히 대응하자는 메시지를 전하겠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어제 당 회의에서도 "새누리당은 전국 시도당 대회를 계획대로 실시하고, 각 위원회별로 예정된 행사를 그대로 진행하라. 없는 행사도 만들어서 소비를 진작하라"고 당부하는 등 이런 기조를 이어갔다.

일각에선 김 대표의 이런 행보가 "메르스 위기 상황에서 지도자로서 자질을 보여주기 위한 계산된 행동"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미지 정치'의 일환 아니냐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현장 행보가 뜸한 상황에서 김 대표가 유력 대선후보로서 민심 잡기에 선제적으로 나서는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에 대해 김 대표측 관계자는 "메르스를 활용해 선거 운동을 한다는 것은 불쾌한 해석"이라고 선을 그었다. 김 대표 스스로 메르스를 극복하기 위해선 과도한 공포와 불안감에서 벗어나는 게 우선이라고 여기고 있고, 평소 생각해온 바를 실천하고 있다는 게 김 대표측 설명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경우,  메르스 대처 과정에서 몸값이 부쩍 높아졌다. 특정 환자의 동선을 공개하고, 병원명 공개를 주장하면서 시민들의 호응을 얻었다. 이 과정에서 중앙 정부와의 갈등을 촉발하고, 공개 대상 환자의 반발을 불러오긴 했지만 한국 갤럽 조사에서 김무성, 문재인 두 여야 대표를 제치고 차기 정치인 지도자 지지율 1위를 기록하는 등 메르스를 계기로 발돋움했다.  

정치인들은 이미지를 먹고 산다. 정치는 사람의 마음을 얻는 데서 시작하고, 사람의 마음을 훔치기에 가장 효과적인 수단 중 하나가 이미지다. 그 효과를 극대화하고 싶은 것은 정치인들에게 인지상정이다. 한동안 TV에서 보기 힘들었던 정치인들이 너도나도 노란 잠바를 입고 현장을 찾고, 회의를 열고, 브리핑룸에 선다. 메르스 공포가 휘감고 있는 2015년 여름 대한민국은, 정치인들에게 놓칠 수 없는 기회다. 

당장은 어느 정치인의 어떤 활동이 위기 극복에 도움이 되는 것인지 파악하기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모두가 한목소리로 위기 극복을 외치고, 국민의 안전을 내세우고 있어서다. 메르스 위기가 지나간 뒤 정치인들의 행위가 위기 극복에 어떤 도움을 주고 해악을 미쳤는지, 혹은 '빈말'이나 '자기 장사'에 그치지는 않았는지 차분히 복기해 볼 필요가 있다. 만들어진 이미지만으로 정치인의 진짜 속뜻과 실력을 파악해내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