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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플러스] 메르스가 보여준 한국의 불신 비용

시장에서 물건을 살 때 주인에 대한 믿음이 없으면 왠지 바가지를 쓰는 것 같아서 제시하는 값보다 싼 값을 부르며 흥정을 하게 되죠.

국가도 마찬가지입니다.

국민이 정부라는 상인을 믿지 못하면 정책은 먹히지 않고, 저마다 흥정을 시도하는데요, 지금의 메르스 사태가 바로 우리 사회 불신의 정도와 그로 인한 부작용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고철종 기자의 취재파일 보시죠.

정부는 애초부터 정보를 독점하면서 국민들이 무조건 지침에 따라주길 바랐지만, 많은 국민들이 정부를 못 믿어서 자구책을 마련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과잉 반응에 따른 괴담도 만연했고 일부 환자들은 지침을 어기고 마음대로 움직이면서 메르스의 확산을 초래하기도 했습니다.

결국, 환자 수는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났고 정부와 지자체, 병원 간에 갈등은 치솟았으며 뒤늦은 격리로 적지 않은 국민들이 생업에서 불편을 겪었습니다.

당국이 무슨 말을 해도 "아닐 거야", "내가 알아서 대비해야지." 생각할 정도로 불신이 만연한 대가로 치르게 된 사회적 비용인 겁니다.

하지만 시장에서 정찰제를 시행하며 가격이 적정선이라는 믿음을 주면 손님들이 불필요한 흥정에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할 필요가 없어지는 것처럼 국가가 원칙을 지키며 합리적인 리더십이라는 신뢰를 주면 구성원들이 독자 행동에 나서며 전체에 손실을 가져올 가능성은 줄어듭니다.

정책이 힘을 발휘하고 재정 누수를 막을 수 있으려면 신뢰라는 기반이 얼마나 중요한지 이번 메르스가 적나라하게 보여줬다고 고 기자는 지적했습니다.

▶ [칼럼] 메르스가 보여준 한국의 불신 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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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저희 8시 뉴스에서는 미국과 멕시코의 접경지대에 있는 마약 밀수용 땅굴 현장을 보도해 드렸습니다.

우리나라 언론사로는 최초였는데요, 그만큼 취재를 하기까지 쉽지 않은 과정을 거쳤습니다.

박병일 특파원이 그 뒷이야기를 취재파일에 남겼습니다.

마약 땅굴 기사는 기자의 개인적인 호기심에서 출발했습니다.

지난 3월 초, 우선 샌디에이고 국경 순찰대에 취재 허가를 요청하는 메일을 보냈는데요, 불가능하다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아직 까지 해외 언론에 한 번도 마약 땅굴을 공개한 적이 없고, 취재팀이 시민권자가 아니라는 이유였습니다.

그렇지만 포기하지 않고 담당자와 수차례 통화를 한 끝에 방법을 찾아내 미 국무부의 신원 조회를 거치기로 했습니다.

그랬더니 드디어 5월 중순에 회신이 왔습니다.

두 달 반이나 걸린 뒤에야 취재를 허락받은 겁니다.

다행히 일단 허가를 받고 나니 순찰대 요원들은 매우 적극적으로 이것저것 설명하며 촬영을 도와줬고 자료 화면까지도 제공해줬습니다.

땅굴에 내려갈 때 안전모와 벨트 같은 안전 장구를 챙겨주는 것도 잊지 않았고, 여기에 혹시 몰라 공기의 상태를 측정해 산소량이 떨어지면 경보를 울려주는 경보기까지 달아주기도 했습니다.

원래는 리포트 한 편만 만들 예정이었지만, 두 편으로 제작하게 된 것도 이런 협조 덕분이었다고 합니다.

반나절 동안 쉬지 않고 열심히 안내해준 순찰대원들에 대한 감사의 뜻으로 박병일 기자는 방송에 나간 영상을 한국어 번역본과 함께 보내주겠노라 약속했습니다.

꼭 그렇게 해달라고 요구한 건 아니지만, 두 달 넘게 전화하며 귀찮게 한 데 대한 미안함의 표시이기도 했습니다.

박 기자는 오랜 기다림에 따른 짜증도 있었지만, 한국의 시청자들에게 이런 곳도 있다고 직접 보여줄 수 있고, 또 마약 밀매와 밀입국 실태를 조금이라도 알릴 수 있어 뿌듯했다고 소감을 밝혔습니다.

▶ [월드리포트] 한국 언론사 최초 '마약 땅굴' 취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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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미국은 요즘 한창 졸업 시즌입니다.

졸업식마다 가장 눈길을 끄는 이벤트 중 하나는 명사들의 특별 축사인데요, 지난달엔 영화배우 로버트 드니로가 뉴욕대에서 한 축사 연설을 8시 뉴스에서 소개해 드렸죠.

오늘(12일)은 여배우 내털리 포트먼이 하버드대에서 한 연설을 소개합니다.

최효안 기자의 취재파일입니다.

영화 <스타워즈>와 <레옹>으로 유명한 배우 내털리 포트먼은 12년 전 하버드 심리학과를 졸업했습니다.

뛰어난 미모와 명문대라는 학력, 게다가 이미 20대에 배우로서의 성공까지 이룬 그녀에게 살면서 무슨 어려움이 있었을까 싶은데요, 그녀는 이날 연설에서 보기 좋게 자신을 둘러싼 편견을 깨버렸습니다.

처음 하버드에 입학했을 때 남들 눈에 바보 같아 보일까 봐 걱정하며 자기 회의와 싸웠던 시간들부터, 남자친구와의 이별 후 우울증에 빠져 밖에도 나오지 않았던 어두웠던 나날들까지 아주 진솔하게 털어놨습니다.

무엇보다 그녀에게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의 영광을 안긴 영화 블랙스완에 대한 속내를 고백했습니다.

[내털리 포트먼/영화배우 : 제 한계를 의식하지 못한 탓에 한심할 정도로 준비가 안 된 일을 하고 말았습니다. 감독이 제게 발레를 할 줄 아냐고 물었을 때, 저는 제가 발레리나나 마찬가지라고 답했습니다. 진심으로 그렇게 믿었던 거죠.]

발레 동작이 엉터리였는데 그런 한계를 몰랐기 때문에 역할을 수락했고, 그 결과 최고의 성취를 거둘 수 있었다고 말한 겁니다.

미숙했기에 비로소 위험을 감수하고 무모하게 도전할 수 있었다며 부족한 부분에만 너무 집착하지 말고 무지함을 오히려 인정하고 장점으로 활용하라고 그녀는 조언했습니다.

20분이 넘는 연설을 이렇게 짧게 전해 드리려니 좀 아쉬운데요, 언제나 실현 가능한 도전만 하려는 이들에게 내털리 포트만의 메시지는 참 신선한 울림으로 다가옵니다.

포트먼이나 드니로나 자타가 공인하는 뛰어난 연기를 선보이는 예술가들인데요, 삶에서 우러나온 진정성 있는 이야기를 자신만의 언어로 솔직하게 풀어놓는 그들의 연설 또한, 그 어떤 연기 못지않게 아름답고 감동적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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