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월드리포트] 프랑스식 메르스 퇴치법…"정보 공개와 연대의식이 핵심"

[월드리포트] 프랑스식 메르스 퇴치법…"정보 공개와 연대의식이 핵심"
프랑스도 2013년 코로나바이러스가 발병한 국가다. 최초 감염자 1명만 사망했을 뿐 감염 확산 현상없이 마무리됐다. 의대 교수로 당시 방역 현장을 지휘하고, 현재는 프랑스 정부 부처인 보건부로 옮겨, 보건 분야 최고 책임자로 일하고 있는 브놔 발레 국장을 만나 설명을 들었다. 핵심은 역시 초기 대응이었다. 정부는 정보를 정확히 공개해 시민들이 대응하게 하고, 시민은 자신과 타인이 서로 연결돼 있다는 연대의식을 발휘하는 것이었다.
          
당시 프랑스 상황을 간략히 설명하면 이렇다. 2013년 5월, 아랍에미리트를 다녀온 65살 남성이 호흡기 질환과 고열 증세를 보여 지역 작은 병원에 입원했다. 의료진은 환자의 여행지(중동)와 여행에서 돌아온 기간, 즉 잠복기를 감안해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됐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프랑스 보건부는 바이러스 검사와 동시에, 환자를 지역 거점 도시의 대학병원으로 옮겨 격리 치료를 시작했다. 보건 당국은 검사 결과에서 확진 판정이 나오자마자 환자가 입원한 병원 이름을 공개했다. 격리치료 전, 같은 병실에 입원했던 50대 남성이 유사 증세를 보이자 역시 거점 병원으로 이송해 격리 치료했다.

보건장관은 환자가 입원한 병원을 방문해 의료진을 격려하고 기자회견을 통해 관련 정보를 제공했다. 프랑스 보건당국은 이후에도 감염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된 사람들을 확진 판정 전에 격리했다. 최초 감염자는 한 달 후 사망했지만, 추가 피해자는 나오지 않았다.
          
다음은 발레 국장과의 일문일답이다.
발레국장
- 2013년 환자가 처음 입원했을 때 코로나바이러스로 판단한 근거와 조치는 어떻게 이뤄졌는가.
▲ 당시 저는 프랑스 북부 릴(Lille)이란 도시의 대학병원에서 근무했다. 릴에서 가까운 두에(Douai)라는 지역 병원에 중동을 다녀온 환자가 입원했다. 호흡기 질환을 보였고, 중동에서 돌아온 지 10일쯤이었다. 의료진은 환자가 고열도 있어서 코로나바이러스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고 정밀 검사를 의뢰했다. 검사 도중 즉, 확진 전이지만 환자를 릴 대학병원으로 옮겨 격리했다. 릴 병원에는 메르스를 다룰 수 있는 시설이 있었다. 두에 병원에서 감염된 두 번째 환자도 릴 병원으로 이송해 격리했다.

- 최종적으로 감염자 1명이 숨졌다. 전체적으로 감염 차단에 성공했다고 평가하는가.
▲ 국가차원의 관리와 치료시설에서의 관리, 두 가지 측면으로 나눠 볼 수 있다. 국가차원에서는 추가 감염자가 없었다는 점에서 성공했다고 본다. 프랑스 국경지역인 공항이나 항만에서 여행객에게 주의를 주고, 관련국을 오가는 사람들에게 주의 사항을 알려주는 일이 잘 이뤄졌다고 본다. 두 번째 측면인 치료 시설 안에서의 관리가 중요하다. 초기에 메르스에 대한 진단이나 증상을 정확히 알지 못해서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못한 사례가 있었다. 메르스 전담 시설이 없는 병원에서 몇몇 감염 사례가 있었다. 하지만, 거점 병원으로 이송한 후 확산이 멈췄다.
 
- 한국은 초기에 병원 이름을 공개하지 않아 논란이 있었다. 병원 이름을 공개한 이유는 무엇인가.
▲ 발병 정보가 아주 빠르게 전파됐다. 기자들이 이미 알고 있었다. 미디어가 감염자가 나왔고, 어느 나라에서 왔는지 파악하고 있었고, 관련 기관에 정보 공개 요청이 있었다. 그래서 정보를 공개하고 투렌느 보건부 장관이 릴 대학병원을 직접 방문해 설명한 것이다. 격리된 환자가 있고, 어떤 증상을 보이고 있는지 알렸다. 적절한 조치가 취해지고 있다는 점을 알려서 시민을 안심시키고  보호하기 위해 정보를 공개했다. 감염되지 않은 대중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였다. 미디어의 정보 공개 압력이 있었고, 의료진이 시민을 보호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줘야 하는 이중적 측면이 작용해 병원 이름을 공개했다.

발레국장
- 병원 이름 공개가 원칙인가?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가?
▲ 상황에 따라 다르다. 예를 들어 에볼라의 경우, 감염 가능성이 있다고 모든 정보를 공개하게 되면 쓸데없이 시민을 불안하게 하는 측면이 있다. 그래서 확진 전에는 공개하지 않았다. 확진이 되는 경우 또는 해당 국가에서 치료를 위해 데려온 환자가 있는 경우 공식적으로 정보를 공개했다. 누가 어느 병원에 있고 에볼라 증상은 무엇인지 알렸다.
 
- 지방에서 처음 발생했는데 중앙정부와는 어떻게 소통했는가.
▲ 프랑스에는 ARS(Agence Regionale de Sante: 지방 보건국 정도로 해석 가능)가 있다. 그래서 보건 관련 권한이 지역으로 분산돼 있다. 환자나 정보의 접근성을 위한 것이다. 감염 관련은 ARS가 관할한다. 그 당시에도 ARS의 책임자가 관리했다. 두에 병원과 릴 대학병원 간 환자 이송, 격리실 입원 조치도 ARS가 처리했다. 지역 내 감염 관련 시설을 가지고 있는 병원과 지역 내 다른 병원들을 연결하는 시스템을 더욱 강화해 갈 것이다.
 
- 한국은 감염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이 돌아다녔다. 자가 격리도 실효성이 있는지 의구심이 있다. 프랑스는 어떤 조치를 취하는가.
▲ 감염 의심환자, 가능환자, 확진환자로 단계를 나눌 수 있다. 의심 단계에서는 조치를 취하기 어렵다. 감염 가능성이 있어야 한다. 관련 증상이 있고 잠복기를 따져서 감염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확진 환자처럼 격리 조치를 취한다. 감염 가능환자로 지정되면 의료진이 도착하기 전에 자가 격리를 한다. 거의 확진이라는 의견이 있을 경우 병원으로 이송한다.

감염자와의 접촉이 있었던 사람들은 전화로 연락한다, 해당자들이 관련 증상이 있는지 알게 하고, 증상이 있으면 자가 격리를 시작한다. 외출하지 말고, 병원도 가지 말고, 다른 사람들을 만나지 않아야 한다고 알려준다. 손 씻고 마스크 착용, 체온 점검 등을 하게 한다. 자가 격리의 핵심은 연대의식이다. 내가 감염됐을 가능성이 있으면 다른 사람에게 전염시킬 수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 거꾸로도 마찬가지다. 서로의 안전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