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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명불허전! '요나스 카우프만'의 첫 한국공연

'그의 공연을, 머지 않아 다시 보고 싶다.'

[취재파일] 명불허전! '요나스 카우프만'의 첫 한국공연
지난 밤 독일 출신의 세계적인 테너, 요나스 카우프만의 첫 한국공연이 있었습니다.
 
캐스팅만으로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와 런던 코벤트 가든의 객석을 매진시킨다고 알려진 그이지만,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은 만석이 아니었습니다. 군데군데 빈 자리가 눈에 띄었습니다. 국내 성악 팬 층이 그다지 넓지 않은 이유도 있겠고, 전국을 공포로 몰아넣은 메르스의 탓도 있을 겁니다. 주최 측에 따르면 실제로 메르스 사태 이후 이 공연의 티켓이 백 장 넘게 환불 조치되기도 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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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메르스의 공포를 뚫고 온 관객들답게, 객석의 반응은 처음부터 열광적이었습니다. 관중은 카우프만이 첫 곡인 오페라 ‘토스카’의 아리아, ‘오묘한 조화(Recondita armonia)’를 마치는 순간부터 우레와 같은 환호와 박수를 쏟아냈습니다. ‘브라보’를 외치는 함성은 1·2막에 걸쳐 계속됐고, 2막의 마지막 곡인 ‘베르테르’ 중 ‘봄바람이여, 어째서 나를 깨우는가(Pourquoi me reveiller)’가 끝나는 순간 기립박수로 이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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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기는 앙코르 무대에서 더 뜨거워졌습니다. ‘토스카’의 ‘별은 빛나건만(E lucevan le stele)’이 시작될 때는 객석의 앞선 환호가 잠잠해지지 않아 전주가 한 차례 중단됐다 다시 시작됐고, 소프라노 홍혜경 씨와 함께 부르는 ‘라 트라비아타’의 ‘축배의 노래(Libiamo, ne'li calici)'가 울려 퍼질 때에는 흥을 주체하지 못한 관객들이 박수로 박자를 맞추기도 했습니다. 마지막 앙코르 곡인 '미소의 나라' 중 '그대는 나의 모든 것(Dein ist mein ganzes Herz)'이 끝나는 순간에는 전원 기립박수의 장면이 펼쳐지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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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왜 그를 ‘스타’ 테너라 부르는지 실감이 났습니다. 무대 장악력이 굉장했습니다. 객석의 반응은 찬사를 넘어 팬덤에 가까워 보였습니다. 그의 짙고 어두운 음색, 깊이 있는 곡 해석과 풍부한 표현력, 그리고 외적인 매력이 한국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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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도 이전에 동영상으로 본 그의 어떤 다른 공연보다도 인상적인 무대였습니다. 동영상과 현장의 차이일 수도 있겠지만, 그가 끊임없이 발전하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그는 저와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는데, 공연을 본 뒤 그의 얘기에 새삼 고개가 끄덕여졌습니다.
 
‘우리 모두는 끊임없이 변화합니다. 3년 전에 제가 녹음한 노래들을 저는 더는 못 듣겠어요. 만약 지금 다시 녹음한다면 완전히 다르게 부를 겁니다. 큰 틀에서는 비슷할지 몰라도, 디테일한 부분은 많이 달라질 거예요. 지금까지 그래왔듯 저는 앞으로도 더 성숙하고 발전할 겁니다.’ 세계 무대에 우뚝 선 지 벌써 10년이 다 됐지만, 그는 여전히 앞으로를 더 기대해 볼 만한 테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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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인터뷰 중 이런 말도 했습니다. ‘당신이 만약 화가나 조각가라면, 당신은 수백 번 작품을 수정하고 마음에 들지 않는 건 던져버릴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정말로 마음에 드는 작품만 전시장에 들어가게 될 것이고, 당신이 던져버린 작품은 아무도 볼 수 없게 되는 거죠. 대신 전시장에 들어간 작품은 영원히 남게 되겠죠. 하지만 노래를 부르는 일은 다릅니다. 제가 하는 일은 순간(moment)의 예술이어서 그 순간이 지나면 사라져버립니다(vanish). 다만 관객의 기억 속에서 얼마간 남아있게 될 따름이죠. 하지만 결국 사라진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뜨거운 열기 속에 진행된 그의 첫 내한공연도 지나간 시간 속에 사라져버렸습니다. 귓가를 맴도는 그의 노랫소리도 이제 곧 기억 속에서조차 사라져버리겠죠. 클래식 공연장에서 이토록 아쉬운 순간을 경험한 적이 없습니다. 그것이 그의 공연을 다시 보게 될 날을 기다리게 된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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