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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녹아내리는 남극 빙하…지구 중력이 달라진다

[취재파일] 녹아내리는 남극 빙하…지구 중력이 달라진다
지구상에서 가장 큰 얼음 덩어리는 바로 남극을 덮고 있는 빙하다. 남극 빙하는 남극 전체 면적의 98%를 덮고 있는데 면적이 한반도보다 60배 이상 큰 1,400만 제곱킬로미터나 된다. 남극 빙하의 부피는 2,650만 세제곱킬로미터로 지구상에 있는 담수의 61%가 남극에 얼음으로 존재한다(자료:Wikipedia).
 
다른 지역과 달리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별 변화가 없었던 남극 남부에 있는 반도(Southern Antarctic Peninsula) 지역의 빙하가 급격하게 녹아내리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영국과 독일, 프랑스, 네덜란드 공동 연구팀은 남극 남부 반도 지역에 있는 빙하가 최근 들어 급격하게 녹아내리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연구결과를 담은 논문은 사이언스(Science) 최근호에 실렸다(Wouters et al, 2015).

논문에 따르면 그동안 큰 변화가 없었던 남극 남부 반도 지역의 빙하가 2008년부터 점차 녹아내리기 시작하더니 2009년부터는 매우 급격하게 녹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계산 결과 이 지역에서 빙하가 녹아 바다로 흘러들어가는 물의 양은 연평균 55조 리터나 됐다. 특히 2009년부터 2014년까지 5년 동안 빙하가 녹아 바다로 흘러들어간 물의 양이 300세제곱킬로미터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엠파이어 스테이트빌딩 35만개 정도에 해당하는 물이 바다로 흘러들어간 것이다. 연구팀은 이 지역이 현재 남극에서 해수면 상승에 두 번째로 가장 크게 기여하는 지역이라고 밝히고 있다.
 
빙하가 빠르게 녹아내리면서 빙하의 고도 또한 급격하게 낮아지고 있다. 연구팀은 남극 남부 반도지역 빙하의 고도가 매년 4m씩이나 낮아지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팀이 남극 남부 반도 지역의 빙하가 빠르게 녹아내리는 것을 확인하는데 이용한 것은 다름 아닌 위성자료다. 연구팀은 유럽 우주기관(ESA)이 2010년 발사한 Cryosat-2 위성 자료와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 독일이 공동 개발한 GRACE(Gravity Recovery and Climate Experiment) 쌍둥이 위성 자료를 이용했다.

Cryosat-2 위성은 레이더를 이용해 지상 물체의 고도변화 즉, 빙하의 높이 변화를 측정할 수 있는 위성이다. 하지만 GRACE 위성은 녹아내리는 빙하를 직접 관측하는 위성이 아니라 지구 중력의 변화를 관측하는 쌍둥이 위성이다. 중력의 변화를 관측해 빙하가 녹아내리는 것을 찾아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빙하가 녹아내리는 것이 지구 중력과 관련이 있다는 것인가? 빙하가 녹아내리면 지구 중력도 달라진다는 뜻인가?
 
일반적으로 지구가 다른 물체를 끌어당기는 힘인 중력은 지표나 그 지하에 있는 물질의 종류나 양에 따라 달라진다. 산맥이나 깊은 계곡, 해구처럼 지형의 높고 낮음, 지하에 무거운 물질이 있는지 아니면 가벼운 물질이 있는지, 또 적도지방인지 아니면 극지방인지처럼 위도에 따라서도 값이 변한다. 따라서 남극을 덮고 있던 거대한 빙하가 녹아 사라지게 되면 남극 표면의 고도가 변하는 것은 물론이고 질량에도 변화가 생기면서 중력이 달라진다.
 
지구 궤도를 돌고 있는 위성은 통과하는 지점의 중력에 따라 속도에 미세한 변화가 나타난다. 중력이 큰 지역에서는 상대적으로 속도가 느려지고 중력이 작은 지역을 통과할 때는 속도가 빨라진다.
 
GRACE 위성은 약 220km 정도 떨어진 궤도를 돌고 있는 쌍둥이 위성인데 두 위성이 각각 통과하는 지역의 중력에 따라 두 위성의 속도가 달라질 수 있고 결과적으로는 두 위성 사이의 거리에도 미세한 변화가 나타나게 된다. 즉 두 위성 사이의 거리에 변화가 생기면 중력이 달라졌다는 것을 뜻하는데 쌍둥이 위성의 속도와 두 위성 사이의 거리를 계산해 특정 지점의 중력을 산출할 수 있다.
 
나아가 특정 지점의 중력의 변화를 알게 되면 그 지점이나 그 지하에서의 질량 즉, 물질의 양이 어떻게 변하는지 계산할 수 있는데 남극 상공을 통과하는 GRACE 위성에서 관측한 중력의 변화를 이용해 빙하가 어느 정도 녹아내리고 있는지 산출하는 것이다. 결국 거대한 빙하가 빠르게 녹아내리면서 그 지역의 질량 즉, 물질의 양에 큰 변화가 나타나고 결과적으로 중력까지도 변화가 나타나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들어 빙하 고도가 매년 4m 정도씩 낮아지고 있는 남극 남부 반도 지역의 경우 중력 또한 작아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짧은 기간 내에 거대한 빙하가 빠르게 녹아내리면서 고도가 낮아지고 특히 그 지역의 질량이 감소하면서 중력이 작아진 것이다.
 
지난해(2014) 독일과 미국, 네덜란드 공동연구팀은 지난 2009년~2012년까지 3년 동안 GRACE 위성과 유럽 우주기관(ESA)의 GOCE(Gravity field and steady-state Ocean Circulation Explorer) 위성에서 관측한 중력의 변화를 이용해 아문센 해역이 있는 서남극(West Antarctic) 지역에서 녹아내리고 있는 빙하의 양을 밝혀낸 바 있다(Bouman et al, 2014).
 
물론 빙하가 녹아내리면서 중력이 달라진다고 해서 당장 큰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중력이 상대적으로 작은 적도에 살던 사람이 중력이 큰 극지방에 가더라도 중력의 변화를 느끼지 못하는 것처럼 남극의 빙하가 녹아내리면서 변하는 중력의 크기 또한 크지 않기 때문에 사람들이 일상생활에서 느낄 수 있는 정도는 아니다. 정밀 관측기기가 감지 할 수 있는 수준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제 지구온난화가 단순히 기후 변화 차원을 넘어 지구의 중력까지도 변화시키고 있다는 사실이다.
 
<참고 문헌>
 
* B. Wouters, A. Martin-Español, V. Helm, T. Flament, J. M. Van Wessem, S. R. M. Ligtenberg, M. R. Van Den Broeke, J. L. Bamber. 2015: Dynamic thinning of glaciers on the Southern Antarctic Peninsula. Science, DOI:10.1126/science.aaa5727
 
* J. Bouman, M. Fuchs, E. Ivins, W. van der Wal, E. Schrama, P. Visser, and M. Horwath, 2014: Antarctic outlet glacier mass change resolved at basin scale from satellite gravity gradiometry. Geophisical Research Letters, 10.1002/2014GL060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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