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희생 변치 않는데…정권 따라 '고무줄 보훈'

<앵커>

우리나라 보훈 대상에는 파란만장한 근·현대사가 그대로 담겨 있습니다. 일제시대 독립유공자부터 전쟁 참전 용사들, 그리고 군사 독재에 맞선 민주화 유공자까지 다양합니다. 문제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보훈 대상에 대한 평가가 달라서 매번 논란이 생긴다는 겁니다.

SBS 연중기획 배려, 대한민국을 바꿉니다. 박아름 기자가 보훈정책의 문제점을 짚어봅니다.

<기자>

몽양 여운형 선생은 임시정부에서 활동하는 등 독립운동사에 한 획을 그은 대표적인 항일투사입니다.

민족지도자로 추앙받으며 해방 이후 건국준비위원장까지 지냈지만, 좌우합작을 도모하다 암살당한 뒤 수십 년 동안 공을 인정받지 못했습니다.

사회주의 활동을 했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장원석/몽양여운형생가기념관 학예연구사 : 해방 당시 좌우의 대립이 아직도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사회적인 분위기가 있지 않나.]  

여운형 선생을 비롯해 반공이데올로기에 눌려 빛을 보지 못한 좌파 독립운동가 111명은 해방 이후 60년 세월이 흐른 뒤에야 독립유공 훈장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런가 하면 친일 행적이 밝혀져 독립 유공서훈을 박탈당했지만 여전히 국립현충원 애국지사 묘역에 묻혀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묘를 강제로 이장하게 하는 법안이 4년째 국회에 계류 중이기 때문입니다.

[방학진/민족문제연구소 사무국장 : 정부와 정치권이 의지를 가지고 이장을 비롯한 청산의 조치를 취해야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국립묘지에 독립운동가와 안장된 모순된 현실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공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과가 깔끔하게 정리되지 않는다면 보훈정책에 대한 신뢰는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정근식/서울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 특정한 정파의 일방적인 국가 정통성 해석에 맡겨져서는 안 된다, 정권이 바뀜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시민들이 합의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합의 위에서 보훈정책이 마련돼야 한다.]  

시대에 따라 정치적 입장에 따라 희생의 가치를 달리 평가할 게 아니라 공은 공대로, 과는 과대로 인정하는 게 국가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배려입니다.

(영상취재 : 양두원, 영상편집 : 이승희) 

▶ '의로운 죽음' 쉽게 잊는 사회…기억해주세요
▶ 희생은 당연한 것? '명예로운 직업' 한국만 홀대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