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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국정원 경력판사 면접…'당당한 사법부'를 기대하며

[취재파일] 국정원 경력판사 면접…'당당한 사법부'를 기대하며
“법적근거가 다 있습니다. 저도 어차피 (임용과정에서) 국정원 전화 와서 대답하고 그랬는데 다 그렇게 했기 때문에...우리가 다 하고 그렇게 하고 들어와 있는데...”

국정원의 경력판사 면접에 대해 취재를 마치고 확인 절차에 들어갔을 때 나왔던 반응 가운데 하나다. 법원행정처 공식라인 또한 이 반응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취재진의 기사가 나오고도 “기사 내용 중에서 오해되거나 잘못 전달된 부분이 있다”는 항의만 있었을 뿐, 사실관계를 파악해보겠다는 말조차 없었다. ‘법적으로 근거가 있고 우리들이 심각하게 안 받아들였으면 됐지, 당신들이 지나치게 반응하는 것 아니냐’는 식이었다. 법원의 현실인식이 이 정도다.
▶ 경력판사 지원했는데…국정원 '비밀 면접' 논란
▶ "임용 예정자 아닌 지원자 면접은 규정 위반"

‘국정원이 경력법관 지원자들을 찾아가거나 주변 인물들을 통해 조사를 진행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냐’는 질문에 대법원은, “법원은 국정원에 신원조사를 의뢰하고, 신원조사의 구체적인 방법 등은 국정원 직원이 관련 규정에 따라 실시하고 있고, 신원조사 방법에 대하여 법원에서 관여하거나 간섭할 영역에 있지 않음” <법원행정처 공식 답변> 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법원행정처장이 지난 3일 법원 내부통신망에 올린 글 내용은 당시 답변내용과 매우 다르다.

“신원조사가 법령상 정해진 취지와 목적에서 벗어나는 형태로 이뤄지거나 사법부 독립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지 않도록 필요한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국가정보원에 대해서도 그에 상응한 필요 조치를 취해 줄 것을 요구하였습니다.”<법원행정처장 명의의 글>

국정원에서 시행하는 판사 신원조사가 적법하고 아무 문제가 없다던 법원의 기존 입장이 180도 바뀐 것이다. 법원행정처는 기존에 취재진에게 보낸 답변처럼 신원조사 과정에 문제를 제기했던 임용대상자가 없어서 몰랐다가 이번에 실태를 파악했기 때문에 입장이 바뀌었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취재진은 첫 기사를 내보낸 뒤 지난 2013년 임용된 경력판사들이 법원행정처에 문제제기를 했던 내용을 다시 기사화한 바 있다. 그 당시 판사들의 문제제기에 대해 행정처는 “법에 그런 절차를 거치게 돼 있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 [취재파일] 대법원, 국정원 '비밀면접' 항의 받고도 은폐 의혹
 
법원행정처는 왜 이런 일련의 의혹제기에 대해 사실관계 조차 파악하지 않고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답했던 것일까. 이 부분부터 법원행정처는 명확히 해야 할 필요가 있다. 취재진은 시중에 떠도는 풍설을 가지고 무턱대고 질문을 한 것이 아닌 정식으로 공식라인을 통해 취재내용을 근거로 한 질문지를 보냈고, 추가답변까지 요구하면서 질문지를 다시 보냈다. 1차 답변 뒤 보낸 취재진의 추가 질문에 대해 법원행정처는 지금까지도 답변이 없다.

또한 취재진은 국정원이 법관 임용대상자가 아닌 일반 지원자까지 접촉해 사실상의 면접을 진행했다는 내용을 보도한 바 있다. 국정원이 매년 모든 경력판사 지원자의 신원정보를 조사한 것이 아니라면 결국 법원행정처가 제공한 지원자들의 신원정보를 가지고 접촉했다는 말이 된다.

법원행정처가 국정원에 신원조사를 의뢰한 때는 임용 과정의 어느 단계였는지를 밝혀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만약 법원행정처는 임용 대상자만을 대상으로 신원조사를 의뢰했는데 국정원이 지원자까지 조사를 벌인 것과 법원행정처가 임용 대상자 이전 단계부터 신원조사를 의뢰한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사법부의 독립은 자유민주주의 근간을 이룬다. 그리고 사법부 독립의 핵심은 결국 법관 인사의 독립이다. 법관을 임명하는 단계에서부터 행정 권력이 그 영역을 침범해 온 것에 대해 이제라도 제도 개선을 하겠다니 다행이라는 생각이다. 

덧붙여 이 사안과 관련해 의혹과 문제점을 제기한 외부에 대해 정식으로 답변하지 않으면서 법원 내부통신망에 슬그머니 글을 올린 것이 글에 나온 표현처럼 과연 ‘사법부다운 당당함’인지는 생각해 볼 문제인 듯 하다. 

▶ 법원 "국정원의 '경력 판사 지원자 면접' 제도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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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재파일] 경력판사 '국정원 면접' 법적 근거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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