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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정몽준 FIFA 회장 도전?" 해프닝 속사정

[취재파일] "정몽준 FIFA 회장 도전?" 해프닝 속사정
오늘(3일) 오후 3시 16분, 축구협회 출입기자들 핸드폰에 한 통의 문자가 날아들었다. [긴급공지]라는 머리말을 붙인 채 대한축구협회에서 보낸 문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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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공지] 대한축구협회 정몽준 명예회장 기자회견 오늘 오후 5시 30분 축구회관 2층 다목적회의실에서 실시 - KFA -

그냥 공지도 아니고 긴급공지라니, 월드컵도 아니고 여간해서는 드문 일이다. 2시간 전에 기자회견을 잡는 일도 좀처럼 없다. 마침 오늘 새벽 블라터 FIFA 회장의 사임 소식이 전해진 뒤라 촉이 곤두섰다. 정몽준 회장은 지난 금요일 FIFA 회장 선거 직전에도 보도자료를 내고 블라터 회장의 즉각 퇴진을 요구한 바 있다. 아니나 다를까, 손 빠른 일부 인터넷 매체에서 제목부터 뽑았다. '정몽준 명예회장, FIFA 회장 도전하나?' '정몽준, FIFA 회장 출마 선언할 듯'

그럴 만도 했다. 타이밍도 타이밍이거니와 중대한 발표가 아니고서는 굳이 2시간 전에 기자회견까지 잡을 필요가 있을까 싶은 게 기자뿐 아니라 공통의 생각이었다. 이미 지난 금요일에 보도자료로 입장을 대신했던 정 회장이다. 회견장에 부랴부랴 모여든 기자들도 의견이 분분했다. 거기다 기자회견을 30분 앞두고서는 보좌관이 들어와서 정몽준 회장이 쓴 자서전까지 나눠줬다. 친절하게 144페이지에 블라터 회장에 관한 내용이 있다는 설명까지 덧붙였다. 이만하면 중대 발표가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드는 게 인지상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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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적으로 말하면 해프닝이었다. 정 회장은 "국제 축구계 인사들을 여럿 만나보고 신중하게 판단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해프닝의 전조는 회견 10분 전 모여든 축구협회 관계자들과 보좌진들 입을 통해 이미 감지됐다.

말하자면 이렇다. 블라터 회장이 사임 소식이 알려진 뒤 정몽준 명예회장의 입장을 묻는 인터뷰와 코멘트 요청이 쏟아졌고, 이에 "이왕 할 거, 모아서 얘기하자"는 쪽으로 방향이 정해졌다. 언론사 마감 시간이나 방송사 뉴스 시간대 등을 고려하면 5시 반 정도가 적당하겠는데 그러자니 2시간 정도밖에 안 남았다. 이러다보니 채널을 맡은 축구협회 실무진이 앞에 "'긴급공지'를 붙이자" 이렇게 된 셈이다. 어쨌든 회견장에는 국내 언론을 비롯해 외신 기자들도 제법 몰려들어 성황을 이뤘다.

정몽준 명예회장은 'FIFA 회장에 출마할 생각이 얼마나 있느냐, 51%냐, 49%"라는 질문에도 "나중에 결심하면 말씀드리겠다"고 대답했다. 또 "축구 행정보다는 축구를 좋아하는 것이고, 좋아하는 축구가 상처입은 것이 가장 안타까운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모르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계획이나 뚜렷한 의도는 없어 보였다.

이른 여름 오후의 '정몽준 FIFA 회장 도전기'는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정몽준 회장은 나름의 소신을 밝혔고 FIFA 부회장으로 재임하며 겪었던 풍부한 에피소드들도 풀어놨다. 한편에서는 '보도자료로 돌리면 될 것을, 회장님이 카메라가 그리우셨나보다' 하는 우스갯소리도 흘러나왔다. FIFA 회장 보궐선거는 오는 12월 이후에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정몽준 명예회장의 출마 여부도 하반기쯤에는 윤곽이 나올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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