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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플러스] '수포자' 양산하는 한국 교과서

초등학교 자녀 두신 부모님들 아이들 수학 숙제 도와주기 힘들지 않으십니까?

아이가 수학을 싫어하는 것도, 또 부모가 수학 질문을 겁내는 것도 다 이유가 있었습니다.

우리나라는 사교육뿐 아니라 공교육인 학교에서 배우는 수학이 지나치게 어려운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정혜진 기자의 취재파일 보시죠.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우리나라의 수학 교과서를 선진 6개 나라의 수학 교과서와 비교해봤습니다.

일본과 싱가포르, 핀란드 그리고 영국과 미국, 독일을 비교 대상으로 선택했는데요, 그 결과 우리나라 초등학교 수학 교과서의 학습 부담이 이 6개국보다 27%가량 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68개 수학 항목 중 18개를 6개국 평균보다 너무 일찍, 빨리 배우게 설계돼 있기 때문이었는데요, 특히 비율과 비례 관계는 대부분 나라의 경우 중학교에서 핵심적으로 가르치는 항목이었습니다.

우리나라 교과서의 또 다른 특징은 개념 이해보다는 문제 풀이 위주였다는 점입니다.

영미권 교과서의 경우는 개념을 제시한 뒤 이해시키고, 다시 그 개념을 활용하는 순서로 구성됐지만, 우리나라 교과서는 주로 개념을 제시한 뒤 그것을 공식화하고 그다음 문제 풀이로 이어지는 3단계 주입식 구성이었습니다.

또 우리나라는 한 가지 주제를 한 번에 가르치고 다른 주제로 넘어가는 식이었지만, 다른 나라들은 여러 학년에 걸쳐서 반복 학습을 하고 있다는 차이를 보였습니다.

수학을 포기한 사람 '수포자'라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학교 수학 과정이 진도 빼느라 바빠서 수포자로 나가떨어지는 학생들을 함께 끌고 가지 못하는 건데요, 교육 과정의 개정과 학습량의 절대적인 경감이 필요해 보입니다.

▶ [취재파일] "중2때 학생 33%가 수학 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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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가정 교육은 어떨까요?

중국에서는 요즘 하나뿐인 자녀들에게 오로지 공부만 강조하고 공중도덕이나 사회성은 무시하는 풍조가 문제가 되고 있는데요, 임상범 특파원이 취재파일을 통해 전했습니다.

중국이 자랑하는 국제도시 상하이의 달리는 지하철 전동차 안 풍경입니다.

아예 돗자리를 깔아놓은 채 아이들이 신발까지 마구 벗어놓고 뒹굴며 놀고 있는데요, 꾸중하는 어른 하나 없는 이런 풍경이 사실 중국에서는 그리 낯설지 않습니다.

30년 넘게 지속해 온 한 자녀 정책의 후유증과 자본주의의 그늘인 금전 만능주의, 그리고 이기주의가 묘하게 버무려져 보물 같은 내 자식을 '소황제'마냥 키우는 지각 없는 부모들이 많아졌기 때문입니다.

금쪽같은 내 새끼에 대해 누가 뭐라고 지적하는 건 절대 용납하지 못해서 지나가다가 남의 집 자식 교육에 대해 어설픈 충고라도 했다간 대판 싸움판이 벌어질 정도입니다.

특히나 자식의 안락한 미래를 위해 오직 학업과 성적에만 올인하는 경향이 늘면서 최근 한 만화가 인터넷에서 많은 공감을 샀는데요, 보시면 성장 단계별로 왼쪽 중국 아이와 오른쪽 미국 아이가 집에서 무엇을 배우는지 대조시켜놓은 그림으로 아기 때부터 중국 가정에서는 글자를 가르치는 반면, 미국 가정에서는 기저귀를 쓰레기통에 버리는 걸 가르치고 2~3살 때도 중국에서는 시를 암기시키는 반면, 미국에서는 장난감 정리하기를 가르친다고 묘사돼 있습니다.

또 중국 아이들이 일찌감치 예체능 사교육을 시작하는 3세에서 5세 때도 미국 아이들은 여전히 꽃에 물 주기, 애완동물 놀아주기 같은 소소한 집안일에 참여하는 것으로 그려져 있습니다.

중국 어린이들이 성적의 노예가 되어갈 때 미국 어린이들은 청소나 요리하기 같은 독립적인 인격체로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하는 데 시간을 보낸다는 겁니다.

중국의 모습이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아서 놀랍기도 하고 찔리기도 하는데요, 분명한 건 지금의 교육 방식이 훗날 그 사회의 발전상을 결정할 거란 점입니다.

▶ [월드리포트] 지하철에 돗자리 깔고 노는 아이들…'자녀 교육' 안녕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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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스포츠 소식 하나 더 보시죠.

좀 황당한 일인데요, 국내 최대 규모의 피겨 대회에서 심판들이 연거푸 실수를 저질러서 무더기 징계를 받은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습니다.

사건의 전말을 권종오 기자가 취재파일을 통해 단독 보도했습니다.

지난 3월 제57회 전국 남녀 피겨스케이팅 종별 선수권대회가 열렸습니다.

새로 지은 인천 선학 국제 빙상 경기장에서 개장 기념으로 열린 터라 더욱 관심을 끌었는데요, 여자 싱글 경기에서 경력이 10년이 넘은 심판 A씨가 음악이 흐르며 선수의 연기가 시작됐는데도 자리에 채 안 앉아있다가 뒤늦게서야 도착했습니다.

더 어처구니없는 건 다른 심판인 B씨가 지각을 하느라 제대로 못 봤을 동료 A 씨에게 참고하라며 자신이 매긴 채점지를 건넸다는 겁니다.

이런 가운데 심판들을 총 관리해야 할 레프리 C 씨는 전원 심판석에 착석했는지 확인도 하지 않고 경기를 진행시키는 잘못을 범했고 이와는 별도로 또 다른 심판 D 씨는 시간에 쫓겨 어떤 선수의 점수를 실수로 3점이나 적게 입력했습니다.

당연히 네 명 모두 징계를 받았는데요, 가장 무거운 책임을 져야 할 레프리에게는 '주의'라는 가벼운 징계가 내려졌고 단순 버튼 조작 실수를 한 심판이 오히려 2개 대회 출전 정지라는 무거운 처벌을 받아 형평성 논란마저 일었습니다.

이에 더해 대한빙상경기연맹은 징계가 확정된 지 한 달이 지났는데도 상급기관인 대한체육회에 보고도 하지 않았습니다.

기자가 통화하기 전까지는 주무부처인 문체부도 이런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었습니다.

A와 B 둘 다 일당을 받는 심판이 아니라 매달 정부의 기금, 즉 국민의 세금으로 300만 원씩 고정 급여를 받는 상임 심판이었는데도 말입니다.

내로라하는 베테랑 심판들이 이렇게 허술한 데다 설상가상으로 후속 조치조차 낙제 수준이었으니 차기 동계올림픽 개최국으로서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 [단독 취재파일] 황당한 피겨 심판, 더 황당한 빙상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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