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속에 수분이 조금이라도 있어야 배추를 심든지 말든지 하지…"
"땅속 15∼25㎝까지는 그냥 말라 있어서 심어 봐야 말라 죽을 게 뻔해"
해발 1천100m의 태백산맥 험준한 산 능선에 있는 강릉시 왕산면 대기4리 속칭 안반데기가 극심한 가뭄으로 배추 모종을 심는 파종작업에 차질을 빚고 있습니다.
이곳은 1965년부터 화전민에 의해 개간돼 현재는 198만㎡에 이르는 국내 최대 규모의 고랭지 채소단지입니다.
이곳 배추 작황이 소비자 물가에 큰 영향을 미치는 곳이어서 이곳 작황은 매우 중요합니다.
그러나 계속된 가뭄으로 벌써 우려했던 상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보름 전에 시작했어야 할 양배추를 심는 작업을 비가 올 때를 기다리느라 미루고 미루다 어제 더 늦출 수 없어 심었으나 오늘(2일)에는 작업을 중단했습니다.
어제 심은 모종이 타 죽어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주부터는 8월 10일쯤에 출하할 배추 모종을 심는 작업이 본격화돼야 하지만 쨍쨍 내리쬐는 햇살에 한숨만 깊어가고 있습니다.
그래도 할 수 없어 배추를 심으려고 여기저기서 트랙터가 분주히 움직이며 작업을 하고 있지만,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먼지만 날려 가뭄이 얼마나 심한지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곳은 산꼭대기에 있는 데다 너무 가물어 관정의 물도 비어가 쓸 수 없는 지경이 되고 있습니다.
농민 김시갑(63)씨는 "땅속 25㎝까지 말라 있어 배추를 심어도 살릴 수 있을지 걱정"이라며 "관정에도 물이 없어 계곡에서 물을 길어와야 하지만 조그만 차에 실어와야 '언 발에 오줌 누기'여서 급한 대로 행정기관에서 큰 물차라도 지원해 줬으면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곳의 출하량을 맞추지 못하면 물가에도 영향을 주게 되고 배추 모종도 이미 올해 초에 계약해놔 더 늦춰 심을 수도 없는 안타까운 지경"이라며 "예상에 없던 물값과 물을 주고자 들이는 인건비가 더 들게 돼 이러 저래 농민만 어렵게 됐다"라고 말했습니다.
이곳 농민들은 계곡에서 물을 끌어올려 쓸 수 있는 항구적인 한해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강원지방기상청의 5월 기상특성 분석에 따르면 강릉을 비롯한 동해안의 강수량은 6.2㎜로 평년 91.3㎜의 7%에 불과해 1973년 이후 42년 만에 최저를 기록했습니다.
특히 3∼5월까지 봄철 강수량도 동해안은 96.7㎜로 평년(220.6㎜)의 44%, 영서는 142㎜로 평년(208.4㎜)의 68%에 그쳐 극심한 가뭄의 원인이 됐습니다.
10만㎡가량의 고랭지 채소를 재배하는 이웃의 이 모(59)씨도 "땅속이 축축해야 하는데 먼지만 날려 대책 없이 하늘만 쳐다보고 있다"라며 "지금 같아서는 심기 하루 전에 물을 주고 심으면서 물을 주고 심고 난 뒤에도 물을 줘야 그나마 살릴 수 있어 인건비와 물값만 몇 배로 들어가게 생겼다"라고 말했습니다.
산채 모종 800만 원어치를 심었는데 다 타죽었다는 농민도 있었습니다.
모종을 심은 아랫마을에서는 물차 1대에 70∼80만 원씩 주고 밭에 물을 대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4월 말 심은 씨감자도 곳곳이 듬성듬성 비어 있고 살아 있는 감자도 잎이 바짝 말라 하루하루를 힘겹게 버티고 있습니다.
그래도 농사를 포기할 수 없는 농민들은 뜨거운 태양 아래서 하늘을 쳐다보며 비가 내리기를 학수고대하고 있지만 시원한 비 소식조차 없어 마음만 시커멓게 타들어 가고 있습니다.
강릉시는 비상대책반을 운영하는 등 가뭄극복을 위해 발벗고 나섰으나 벼와 밭작물, 고랭지 채소 등 가뭄 피해가 워낙 광범위해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SBS 뉴미디어부)
"심어봐야 말라 죽을 게 뻔해"…가뭄 극심 강릉 안반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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