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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암초 만난 새누리호…김무성-유승민의 선택은?

연금 개혁 뒤 찾아온 국회법 갈등…여당 최대 위기

[취재파일] 암초 만난 새누리호…김무성-유승민의 선택은?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이 지난달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지난해 10월28일 직접 법안을 발의한 지 7개월 만이다. 정치권이 공무원연금 개혁 문제로 갑론을박을 시작한 게 오래된 기억처럼 느껴지는데 불과 7개월 전 일이라니. 사회적 대타협 같은 거창한 담론들이 난무해 몇 년은 된 것 같은 느낌이었지만, 정작 그 사이 계절은 두 번밖에 바뀌지 않았다.

이렇게 말하면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유승민 원내대표 섭섭할 거다. 그간 회의에서, 선거 유세장에서 공무원연금 개혁의 중요성을 설파한 게 몇 차례며, 각종 공무원 노조와 단체를 불러 면박 당하고, 언성 높이고 한 게 몇 번이겠는가. 대타협기구와 특위 띄우고, 야당과 협상하느라 청와대와 의견 조율하느라 진땀 뺀 시간들은 또 어떻게 쉽게 잊히겠는가.

아마도 김 대표는 지난해 7월 취임 후 치른 두 번의 선거를 빼면 기억에 남는 건 공무원연금 개혁일 거고, 유승민 원내대표도 마찬가지일 듯하다. (유 원내대표는 공무원연금 말고도, 사드 관련 교섭단체 대표 연설이 기억에 남을 수도 있겠다)

비주류 두 남자가 6개월여 시차를 두고 차례로 당의 대표와 원내대표가 됐을 때, 또 공무원연금 개혁이라는 숙제를 떠안았을 때 그 과제를 완수해낼 거라고 예상한 이는 적었다. 100만 공무원의 저항은 곧 선거에서의 표와 등가다. 정치권이 앞서서 해낼 거라는 관측은 그래서 무망했다. 정치인들이 다음 선거에 독이 될 수도 있는 공무원 연금 개혁을 해낸다고? 낙관과 비관이 엇갈렸지만, 비관이 우세했다.

과정이야 어떻든 공무원연금 개혁은 이뤄냈다. 그 개혁이 과연 지속 가능한 것인지를 두고 이견도 많지만, 70년간 나랏돈 333조원을 덜 쓸 수 있다고 하니 아무 것도 안 하는 것 보다는 나은 것임은 분명하다.

비주류 두 남자는 청와대가 던진 숙제를 해냈다. 청와대 성에는 안 차지만 이 정도라도 해낸 걸 평가도 받고 싶고, 고생했다고 노고도 치하받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상황은 엉뚱하게 흘러가고 있다. 공무원연금법 개정이라는 옥동자(전술했지만, 옥동자라고 보지 않는 의견도 많다)를 낳기 위해 갖은 산고를 겪은 여당 지도부에게, 시어머니인 청와대가 눈을 부라린다. 산모가 옥동자만 낳을 것이지, 옥동자에 이것저것 혹을 붙였다는 이유다.

공무원연금 개혁 성과를 국민들에게 채 알려지기도 전에, 국회법 개정안의 위헌 문제를 놓고 정치권이 요동치고 있다. 국회의 시행령 수정 권한 강화가 삼권분립을 해치고 정부의 발목을 잡을 거라는 대통령의 질타에 야당은 적극 반발하고 있지만 여당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모양새다.
유승민_640
책임론은 유승민 원내대표를 겨눈다. 공무원연금 협상하는데, 왜 다른 사안을 자꾸 들고와서 혹을 붙이느냐는 '협상력 부재'론부터, 청와대와 각을 세워 자기 정치를 도모하려는 것 아니냐는 '쑥덕공론'까지 다양하다. 원내대표를 둘러싼 원내지도부가 엄호에 나섰지만, 친박들과 비주류 일각의 공격이 매섭다. 최고위에서 유 원내대표 바로 옆 김태호 최고위원이 "유 원내대표 지도부 출범 후 당청갈등이 잦아졌다"고 할 때 유 원내대표는 입을 굳게 다물었다. 유 원내대표는 억울할 수 있다. 타협을 통해 주고받지 않으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국회 선진화법 안에서, 이 정도라도 할 수 있던 게 어디냐고 할 법하다. 하지만 반대론자들은 너무 큰 것, 줘서는 안될 것을 줬다며 눈을 흘긴다.
김무성 연합
김무성 대표도 시험대에 올랐다. 개정 국회법은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고 곧 정부로 이송되면 15일 이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든 말든 결정이 난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그건 국회와 전쟁을 선포하는 거다. 법을 통과시킨 여당 원내지도부에게 "너희와 같이 일 못한다"는 선언이다. 거부권이 행사되면 국회는 재의에 들어간다. 298명 중 과반 출석에 3분의 2가 찬성하면 다시 가결이다. 이는 여당이 "대통령, 당신을 우리 당 사람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선언(새누리당 한 초선 의원의 평가)이다. 그 경우 당청이 쪽박 깨지 듯 갈라서는 수밖에 없다. 김무성 대표의 고민은 여기서 시작된다. 앞으로 개정 국회법이 몰고올 당청 갈등의 양상은 지금까지와는 차원을 달리한다. 봉합도 어렵지만, 실패할 경우 여당 앞엔 낭떠러지가 기다리고 있다.

국회법 갈등이라는 암초를 향해 나아가는 새누리호. 김무성 선장과 유승민 부선장은 이 암초를 어떻게 피해갈 것인가. 2015년 여름 한국 정치, 특히 여당은 전례없는 항해사(史)를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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