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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혜의 논픽션] '차이나타운', 충무로 '여적여' 공식 깼다

[김지혜의 논픽션] '차이나타운', 충무로 '여적여' 공식 깼다
여자의 적은 여자라 했다. 이 말은 충무로에도 좀처럼 깨지지 않는 공식이었다. 우리나라 극장의 주요 관객층인 20~30대 여성 관객들은 여성이 중심이 된 영화를 선호하지 않았다. 한국영화계에서 여자 영화를 좀처럼 볼 수 없었던 이유도 이 '여적여'(女敵女)공식과 무관하지 않다.

이러한 선입견이 깨진 사례가 오랜만에 등장했다. 영화 '차이나타운'(감독 한준희, 제작 폴룩수 픽처스)의 성공이다. 순제작비 25억 원이 투입된 '차이나타운'의 손익분기점은 130만 명. 지난 4월 29일 개봉한 영화는 상영 3주차인 5월 11일 손익분기점을 돌파했고, 6월 1일 현재까지 전국 146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차이나타운'은 오직 쓸모 있는 자만이 살아남는 차이나타운에서 그들만의 방식으로 살아온 두 여자의 생존법칙을 그린 영화. 김혜수, 김고은이라는 두 여배우를 내세운 근래 보기 드문 여성 느와르 작품이었다.

신예 한준희 감독의 패기 넘치는 연출과 두 여배우의 호연이 어우러져 개봉 전부터 호평이 쏟아졌다. 그러나 흥행을 전망할 때는 "작품은 좋은데 흥행은 글쎄…"라는 반응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영화는 '어벤져스:에이지 오브 울트론'과 정면 승부를 펼치며 손익분기점을 넘겼고, 기대 이상의 수익까지 냈다.

제작사 폴룩스 픽처스의 하혜령 마케팅 프로듀서는 흥행의 1등 공신으로 '여성 관객'을 꼽았다. 하혜령 프로듀서는 "모니터 시사 때부터 여성 관객의 반응이 압도적으로 좋았다"면서 "개봉 후 예매 관객을 분석해봐도 20~30대 여성 관객이 주를 이뤘다"고 분석했다.

하혜령 프로듀서는 "이 영화가 남다르게 다가오는 것은 오랜만에 여성 영화가 흥행했다는 것"이라며 "이러한 사례가 늘어나 충무로에서 여성 영화가 활발하게 기획되고 제작되었으면 한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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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타운'은 한준희 감독이 2013년 서울국제여성영화제 피칭 심사에 응모한 작품이었다. 피칭작에 선정되지는 못했지만, 당시 심사위원을 맡았던 '수상한 그녀'의 임지영 PD가 이 시나리오를 눈여겨봤다. 그리고 영화 '백야행'을 제작한 바 있는 안은미 폴룩스 픽처스 대표에게 "딱 네 취향이야"라고 각본을 넘겼다.

여성 관점의 영화 기획에 일가견이 있었던 안은미 대표는 이 작품의 장점을 살리는 쪽으로 제작해나갔다. 감독의 개성과 패기를 존중해 시나리오 수정을 최소화하고, 연출에도 자율성을 보장해줬다. 무엇보다 영화 제작의 핵심이었던 김혜수, 김고은의 캐스팅 역시 안은미 대표에 대한 신뢰가 크게 작용했다.

'차이나타운'은 남자 감독이 만든 여성 영화로 화제를 모았다. 영화 속 여성 묘사가 여성 감독이 만든 것처럼 섬세하냐에 대해서는 의견이 나뉠 수 있다. 그러나 영화를 관통하는 '모성'이라는 정서가 여성 관객의 마음을 파고드는 데는 성공했다. 후반부 몰아치는 비극의 강도가 세지만, 피나 폭력으로 수위를 높이지 않아 여성 관객의 거부감을 덜 수 있었다.  

무엇보다 이 작품은 '여자판 대부'의 성공적 치환을 이뤄냈다. '되물림'이라는 키워드가 엄마와 일영이라는 유사 모녀 관계에서 이뤄져 여성들의 이해와 공감을 살 수 있었다.      

(SBS 통합온라인뉴스센터 김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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