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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중국영화 만드는 한국 영화계의 미래는?

[취재파일] 중국영화 만드는 한국 영화계의 미래는?
최근 우리 극장가는 할리우드 영화 '매드맥스:분노의 도로'가 관객 240만 명을 동원하며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어벤져스2의 스크린수가 200개 이하로 떨어진 뒤 한국 영화 '악의 연대기' '간신' '무뢰한'이 잇따라 박스오피스 탈환을 노렸는데, 모두 기대 이하의 성적에 머물고 말았습니다. 순제작비 40여억 원을 들인 '악의 연대기' 정도가 손익분기점을 넘겼군요.

우리 영화들도 시원찮고, 미국 영화도 너무 많이 본 듯 해서 얼마 전 홍콩영화 '적도'(위 포스터)의 언론시사회를 다녀왔습니다. 이번 주 개봉한 '적도'는 전작 '콜드워'로 각종 영화제들을 석권한 렁록만 감독과 써니 럭 감독의 공동연출작입니다. 한국이 개발한 초소형 핵무기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첩보와 액션을 그리고 있습니다. 지진희, 최시원, 윤진이 씨 등 우리 배우들이 적지 않은 대사를 소화하며 비중있게 나옵니다. 

지난 4월 30일 중국에서 개봉해 지금까지 우리 돈 370여억 원의 수익을 올렸습니다. 한국 영화가 한국 시장에서 370억 원을 벌려면 관객 470만 명 정도를 모아야 합니다. (적도 영화 자체는 큰 기대없이 본다면 나쁘지 않습니다.) 지진희와 최시원 씨는 영화에서 굉장히 멋지게 나옵니다. 중국 관객들에겐 강한 인상을 남겼을 것 같군요. 한류 덕분이겠지만, 중국 관객들에게 한국 배우들이 통한다는 말이겠죠.

그런데, 최근 1, 2년 사이 중국 영화계가 한국에서 찾는 인재는 배우들뿐이 아닙니다. 감독, 촬영감독, 시나리오 작가, 특수효과팀 등 거의 전 분야에서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중국 영화 관객들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고, 눈도 높아졌는데, 상대적으로 이들의 수요를 만족시킬 수 있는 '실력있는' 영화인들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중국에도 장이머우(장예모), 우위썬(오우삼), 장웬(장문) 등의 거장 감독들이 적지 않죠. 훌륭한 스탭들도 많습니다. 그런데, 더 필요합니다. 일단 중국 영화시장을 한 번 보죠.

중국 극장들

지난해 중국 내 영화관객 수는 8억3000만 명입니다. 2013년보다 36% 증가했습니다. 위 <그림3>는 영화진흥위원회 잡지 '한국영화' 61호에서 발취한 겁니다. 보시면 스크린 수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2만 4317개입니다. 우리 2281개보다 10배 이상 많습니다. 그런데, 상영된 영화 수는 388편에 불과합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단 하루라도 상영이 된 영화가 지난해 1000편을 넘었습니다. (사실 우리나라는 좀 과도하게 많습니다.) 늘어나는 관객과 스크린 수에 비해 영화가 부족한 겁니다. 그래서 TV프로그램을 극장판으로 재편집해 상영하기도 합니다. MBC의 예능프로그램의 중국 리메이크판 '아빠, 어디가'와 SBS 런닝맨 리메이크판 '달려라 형제'가 극장판으로 만들어졌는데요, 각각 6억9656만 위안(1250억 원)과 4억3385만 위안(780억 원)의 수익을 올렸습니다.

중국 영화계의 러브콜은 개별 감독, 배우, 스탭들은 물론 한국 영화회사들에게도 쏟아지고 있습니다. 국내 투자배급사인 뉴(NEW)는 지난해 10월 중국 최대 드라마제작사 '화처미디어그룹'으로부터 535억 원의 투자를 받았습니다. 중국에는 크고 작은 방송국들이 무려 4000개의 채널을 운영하는데요, 그만큼 많은 드라마가 필요하겠죠? 화처는 매년 1000편 안팎의 드라마를 만듭니다. 최근 영화 쪽 투자 제작도 활발히 추진하고 있는데, NEW 투자 전에도 CJ E&M의 한중 합작영화인 '이별계약'과 '평안도' 등에도 투자를 했죠.
쇼박스

올 3월엔 중국 최대 민영 영화제작사인 화이브라더스가 국내 투자배급사인 '쇼박스'와 독점파트너십 계약을 했죠. (위 사진) 화이는 중국 증시 내 시가총액이 우리돈 6조 원에 이릅니다. 이 회사는 영화제작, 투자배급에 연예인 매니지먼트까지 모두 합니다. 400여 명의 스타들을 보유하고 있죠. 국내에서 케이블 방송과 영화 투자배급업을 함께 하는 CJ E&M의 시가총액이 2조7000억 원 정도이고, 국내 최대 연예기획사인 SM의 시가총액이 7000억 원쯤이니, 두 회사를 합친 것보다 더 큽니다. 

그만큼 영향력도 큽습니다. 중국 역대 최고 흥행작인 '트랜스포머4: 사라진 시대'를 중국에 배급하면서 할리우드 제작사 파라마운트에 요구해 자사 소속 배우인 리빙빙을 출연시키기도 했죠. 쇼박스는 앞으로 3년간 화이와 함께 중국 내 영화 6편을 개봉할 계획입니다. 이미 2편 정도가 구체적인 시나리오 개발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중국 영화를 한국 회사가 '기획'하는 셈인데, 한국 감독이나 한국 배우의 기용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습니다.

국내 최대 특수시각효과(VFX)업체인 덱스터에는 중국 최대 극장체인인 완다그룹이 1000만 달러를 투자했습니다. 덱스터는 '국가대표' '미녀는 괴로워' 등을 연출한 김용화 감독이 대표로 있어 VFX를 넘어 영화 제작도 가능합니다. 덱스터는 올해 국내 증시 상장을 마친 뒤 본격적인 한중 합작 프로젝트를 진행할 계획입니다.
평안도

국내 최대 투자배급사인 CJ E&M은 이미 수 년 전부터 중국에 지사를 두고 한중 합작 프로젝트를 꾸준히 진행해왔죠. 2013년 합작영화 '이별계약'이 1억9284만 위안(340억 원 가량), 2014년엔 '20세여 다시 한 번'(수상한 그녀 리메이크작)이 3억6432만 위안(650억 원)의 수익을 올렸습니다. 올해도 하반기 중국 개봉을 목표로 '평안도'라는 영화를 제작중입니다. 외딴 섬에서 벌어지는 SF재난 상황을 그린 작품으로 '접속'의 장윤현 감독이 연출을 맡았습니다. 각본은 한국과 중국 작가가 공동으로 집필했습니다.  [티저 예고편] 이밖에 CJ E&M은 중국 최대 국영영화사인 차이나필름과 함께 '권법'이라는 작품(박광현 감독/웰컴 투 동막골)도 제작하고 있죠.

개별 감독이 중국 영화사들과 계약을 맺고, 진출하는 사례도 늘고 있습니다. 이 경우 감독 한 명이 가는 것은 아니고, 보통 한국인 감독과 주요 한국인 스탭들이 함께 건너갑니다. 우선 이재한 감독(이하 한국작품. 내머리 속의 지우개, 포화 속으로 등)은 '제3의 사랑'이라는 작품을 곧 중국에서 개봉합니다. 송승헌, 류이페이(유혁비) 등이 출연합니다. 조진규 감독(조폭마누라, 박수건달 등)의 '하유교목 아망천당'도 곧 개봉을 앞두고 있습니다. 주원과 전 슈퍼쥬니어 맴버 한경 등이 출연을 했죠. 박유환 감독의 '신비가족'은 7월 개봉 예정입니다. 허인무 감독(신부수업 등)은 유인나 등 한국과 중국 배우들과 함께 로맨틱 코미디 '결혼일기'를 제작 중에 있습니다. 곽재용 감독(엽기적인 그녀 등)의 중국 영화 '내 여자친구는 조기 갱년기'는 이미 개봉을 했군요. 지난해 12월 중국에서 개봉해 1억6154만 위안(290억 원)의 수익을 올렸습니다. 나쁘지는 않은 성적이군요.

아직도 한중 영화계 간의 협력은 걸음마 단계입니다. 그래서, 한국 영화인들의 활약을 더욱 응원해야 할 때입니다. 하지만, 영화계 일부에서 나오는 걱정의 소리에도 조금씩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중국 시장에서 돈을 버는 것이 한국 영화의 발전으로 이어질 것인지, 아니면 중국 시장의 단맛에 중독돼 우리 영화 만들기에는 소홀해지지 않을지도 생각해봐야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우리 투자배급사, 영화제작사들이 한국과 중국 시장을 동시에 공략하려면 역량을 더욱 키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요즘 우리 영화계에선 비슷비슷한 소재와 장르 영화들만 넘쳐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우리 관객들을 위해 더 좋은 영화를 만들겠다는 고민이 깊어져야 합니다. 우리 관객들의 사랑을 받으며 한국 영화계가 양적으로 질적으로 성장해야 중국 시장에서의 성공 가능성도 함께 높아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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