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수진/사회자:
매주 금요일 만나는 <홍혜걸의 메디컬 이슈>입니다. 나이가 들면서 새벽에 눈이 일찍 떠진다고 하는데요. 요즘에는 나이와 상관없이 스트레스로 잠을 못 이루는 분들도 많다고 합니다. 특히 성인 남성들이 하루 6시간 이상 잠을 제대로 못자는 수면장애를 겪고 있다고 하는데 이러면 참 걱정이죠. 적절한 치료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오늘은 수면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홍혜걸 박사님 안녕하세요?
▶ 홍혜걸/의학박사:
안녕하세요.
▷ 한수진/사회자:
불면증 환자가 많은가 봐요?
▶ 홍혜걸/의학박사:
그러게요.
▷ 한수진/사회자:
어떻게 봐야 할까요?
▶ 홍혜걸/의학박사:
확실히 현대인들이 스트레스에 많이 시달리잖아요. 그리고 커피를 비롯한 카페인 음료를 많이 마시면서 뇌가 쉬지 못하기 때문에 불면증이 많은 것으로 해석을 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또 한 가지 중요한 원인을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데요. 그게 바로 햇빛의 부족입니다. 몇 백만 년 전 원시인이나 현대인이나 사실 유전자를 비롯한 몸의 구조는 달라진 게 없습니다. 그동안에 별로 진화된 게 없다는 거죠. 그렇지만 생활환경이 급변했잖아요. 100년 전에 불과한 시절에 에디슨이 백열전구를 내놓았고요. 요즘에는 스마트폰 많이 사용합니다. 점점 밤을 낮처럼 지내고 있는데요. 이것이 아주 안 좋다는 거죠.
요즘은 빛 공해라는 말을 쓰잖아요. 밤이 어둡지 않단 얘깁니다. 그런데 사실은 잠이라고 하는 게 밤은 어두워야 하고 낮은 밝아야 잘 옵니다. 특히 의학적으로 아침 해가 굉장히 중요한데요. 아침햇살이 눈을 통해서 망막에 맺히면서 비로소 뇌 속에 있는 생체 시계가 작동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면서 대개는 15시간 정도 지나면 멜라토닉 호르몬이 분비되면서 수면이 자연스럽게 유도되는데요. 말씀드린 대로 인공조명이 발달해서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이른바 올빼미형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고요. 이런 것들이 불면증이 많아지는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이 햇빛을 우습게 여기는 경향이 있는데요. 이게 밝은 날 햇빛에 나가게 되면 조도가 무려 10만 룩스나 됩니다. 1룩스라는 게 1미터 거리에 있는 양초 한 개의 밝기인데요. 그러니까 무려 10만 개나 되는 양초를 일제히 켜야 우리가 흔히 보는 햇빛의 조도에 해당되니까요. 오전에 가능하면 이 햇빛을 많이 경험하는 게 중요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불면증에도 햇빛에 노출하는 게 상당히 중요한 문제라는 말씀이시네요?
▶ 홍혜걸/의학박사:
그렇습니다. 그런데 중요한 건 햇빛을 피부에 노출하라는 게 아니라 눈에 노출하라는 겁니다. 눈을 통해서 햇빛이 들어와야 한다는 건데요. 당연히 해를 직접 쳐다보면 안 됩니다. 그렇게 되면 백내장이나 황반, 변성 같은 안과 질환이 생기기 때문이고요. 햇빛이 쏟아지는 야외에 나가서 산책을 한다든지 이렇게 간접 조명 방식으로 망막에 햇빛이 도달하도록 하는 게 있습니다. 수면 전문가들은 불면증 환자들이 오전 중에 하루 한 시간 정도만 매일 햇빛 속을 산책하면 대개 2~3주 후에는 불면증이 좋아진다고 강조하고 있네요.
▷ 한수진/사회자:
그래요? 이건 정말 좋은 치료법이네요. 하루 한 시간 정도만 오전에 산책하라는 말씀이시고요. 수면제는 어떤가요?
▶ 홍혜걸/의학박사:
수면제는 무조건 나쁜 게 아닙니다. 특히 의사가 장기적인 계획을 갖고 처방하는 수면제를 복용하는 걸 너무 두려워할 필요는 없는데요. 제가 한 가지 말씀드리고 싶은 건 다음날 나의 상태가 어떠한지가 제가 보기에는 수면제를 복용하느냐, 마느냐, 중요한 열쇠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내일 아주 중요한 프리젠테이션이 있다든지 시험이 있다든지 하는데 너무 긴장해서 밤에 잠이 안 오잖아요. 그럴 경우 밤을 꼬박 뜬눈으로 샐 수 있는데 이럴 때는 전날 밤에 의사의 처방을 받아서 수면제를 먹는 게 도움이 된다는 얘기입니다. 그런데 만약 내일 특별한 일이 없다면 가급적이면 불면증이 있다고 해도 수면제를 먹지 않는 게 좋은 것으로 돼 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정말 잠이 안 올 때 정말 괴롭잖아요. 뒤척뒤척하게 되고. 밤새 양을 세는 분도 계시더라고요
▶ 홍혜걸/의학박사:
그건 한 마디, 두 마리 계속 세고 어떤 분은 천 마리, 이천 마리까지 세는데요. 이건 무조건 하지 말라고 돼 있습니다. 양을 세게 하면 안 된다 이건데요. 왜냐하면 침대에서 고통스럽게 뒤척이게 되면 우리 뇌가 침대를 불면증을 일으키는 고통스러운 장소로 인식하게 됩니다. 일종의 조건반사가 형성이 되고 그렇게 되면 침대에 누우면 계속 불면증의 공포가 연상되면서 더 잠이 안 오거든요. 그래서 침대에서는 만약 잠이 안 올 때 10분 이상 뒤척이지 말라고 돼 있습니다. 그럴 때는 무조건 일어나서 약간 어두운 거실에서 책이나 신문을 읽는다 라든지 아니면 TV를 본다든지 너무 뇌를 자극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킬링타임을 즐긴다고 할까요? 그렇게 하는 게 도움이 됩니다. 아시다시피 수면은 역설의 법칙이 작용하잖아요.
▷ 한수진/사회자:
역설의 법칙?
▶ 홍혜걸/의학박사:
자려고 애를 쓸수록 교감신경이 흥분하면서 잠이 안 옵니다. 저는 이렇게 조언하고 싶어요. 만일 불면증으로 고통스럽다면 자신의 뇌에 이렇게 명령을 하십시오. 예컨대 이런 거죠. 불면증아, 네가 나를 괴롭히려면 괴롭혀 봐라. 어차피 잠은 오기 마련이다. 만일 잠이 안 온다면 까짓것 밤새면 그만이지. 이런 마음가짐이 오히려 숙면을 유도한다는 얘깁니다.
▷ 한수진/사회자:
오히려 편안하게
▶ 홍혜걸/의학박사:
네.
▷ 한수진/사회자:
수면의 역설 꼭들 기억하시면 좋을 것 같고요. 그런데 그래도 잠이 안 오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 홍혜걸/의학박사:
이게 근본적으로는 확실히 운동을 하는 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낮 동안에 몸을 많이 움직여서 일부러 우리 근육 안에 적절한 피로물질을 쌓아두면 잠이 잘 온다는 얘기죠. 다만 제가 강조하고 싶은 건 불면증이라고 하는 게 수면 리듬이 장기적으로 엉킨 결과입니다. 그래서 어떤 분은 이렇게 애기하세요. 당일 날 낮에 내가 운동을 굉장히 많이 했는데 그날 밤에 불면증이 오는 경우가 있단 말이죠. 그러니까 당일 운동이 그날 밤 숙면에 도움을 주는 건 아니라는 걸 꼭 아셔야 할 것 같아요.
무슨 이야기냐 하면 오늘 밤 나에게 생긴 불면증은 적어도 모레나 어제 나의 잘못된 행위가 받는 결과라는 거죠. 예컨대 며칠 전에 스트레스에 많이 시달렸다든지 운동을 하나도 하지 않았다 라든지 밤늦게 인공조명에 오랫동안 노출하는 행위를 했다든지 이런 거라는 겁니다. 그래서 당일 나를 찾아온 불면증은 우리가 이걸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하고요. 대신 오늘 내가 운동을 열심히 하면 내일이나 모레는 잠을 잘 잘 수 있다는 마음가짐이 필요하지 않나 싶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꾸준한 운동을 해주는 게 불면증에는 특히 좋겠네요.
▶ 홍혜걸/의학박사:
맞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말씀 잘 들었습니다. 고맙습니다.
▶ 홍혜걸/의학박사:
네.
▷ 한수진/사회자:
홍혜걸 박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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