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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행복한 척하는 서울시민…희망을 잃고 있는 20·30대

[취재파일] 행복한 척하는 서울시민…희망을 잃고 있는 20·30대
 여러분은 행복하십니까? 여러분의 행복은 100점 만점에 몇 점 정도라고 생각하십니까?

 서울시민들은 이 물음에 평균 72점이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런데 서울시민들은 10명 중 6명은 “지난 2주일 동안 스트레스를 느꼈다”고 대답했습니다. 좀 이상합니다. 서울시민들은 행복하다면서 스트레스를 자주 받고 있다고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잘 모르는 누군가에게 “난 불행해” 라고 속마음을 털어놓기는 힘들겠죠.

 그래서 이 72점이라는 점수만으로 행복하다, 행복하지 않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반면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답변은 다릅니다. 내가 스트레스가 없는데 굳이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답할 사람은 없을 겁니다. 서울시민들은 겉으로는 행복하다고 하고 있지만, 속마음은 다른 건 아닐까요? 서울시민들의 속마음을 알아보겠습니다.

  행복을 나타내는 다른 자료하나 보겠습니다. 행복에 대한 조금 더 구체적인 지표입니다. 자신의 건강상태, 가정생활, 주위 친지와 친구 관계, 사회생활이라는 구체적인 요소에 대한 만족도를 조사해서 ‘행복지수’를 산출한 자료입니다. 항목별로 보면 재정 상태와 사회생활에 대한 만족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반면, 가정생활이나 주위 친지와 친구와의 관계에 대해서는 만족도가 높았습니다.
[취재파일] 최재영
 사회생활은 흔히 전쟁터와 비유됩니다. 타인과의 복잡한 관계를 형성하며 그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쳐야 하는 사회생활은 너무 힘든 일입니다. 그런 사회생활을 통해 구성원들은 노력의 대가를 돈으로 보상받습니다. 서울시민들은 상대적으로 이 보상에 대해서도 만족도가 낮다고 생각하고 있는 겁니다.

 서울시의 보통가구는 49세 남자가 가장에 가구원 2.6명으로 월 소득은 300~400만 원입니다. 4인가구의 최저생계비가 167만 원 수준이니까 이정도 수입이면 먹고 사는데 큰 문제는 없을 겁니다. 실제로 서울시민들의 10명 중 7명은 스스로 중산층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만족하지 못할까요.

 서울시민들은 ‘소득’, ‘돈’ 때문에 가장 많이 차별받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는데서 답을 찾을 수 있습니다. ‘상대적 박탈감’입니다. 매달 300~400만원을 벌어도 이 돈을 모아서 서울시내에서 내 집 하나 마련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그런데 참 이상합니다. 나만 그런 거 같습니다. 아내의 친구 남편이나 남편의 친구 아내, 직장동료나 친구들은 하나같이 능력자입니다. 본인이 돈을 잘 벌거나, 본인이 경제적인 능력이 없으면 집안에 돈이 많습니다. 그래서 나는 열심히 일해서 최선을 다해 돈을 버는데 항상 가난한 거 같습니다. 그래서 기운 빠집니다.
[취재파일] 최재영
 이런 경제적인 박탈감이 다른 요인에게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입니다. 서울시민들은 ‘돈’ 이외에 교육수준이나 직업에서도 차별을 받고 있다고 인식하고 있습니다. 이 부분에서도 상대적 박탈감이 있다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지난해 상대적으로 부자들이 많이 살고 있는 강남구의 고등학생의 서울대 합격률이 강북구에 비해 21배라는 연구 자료가 있었습니다. 서울대 합격률은 교육수준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결국, 경제적인 환경이 교육수준을 결정하고, 그 교육수준에 따라 직업이 달라지고, 직업에 따라 또 다시 경제적인 여건이 달라지는 순환구조가 현실이 되면서 ‘노력해도 안 된다’는 일종의 패배의식이 서울시민들의 힘을 빼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서울시민의 30%만이 계층이동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서울시민들은 ‘가족’과 '사람‘에게서 행복을 찾고 있습니다. 행복지수에서도 가정생활과 친구와 친지와의 관계에서 만족도가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습니다. 가족에 대한 신뢰도는 94%에 달하고 서울시민의 절반 이상이 가족과 함께 여가활동을 즐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아무리 사회생활이 힘들고 상대적 박탈감에 힘이 빠져도 집에서 아이들, 가족을 보며 한번 웃고 친구들 만나서 신세한탄하면서 마음에 있는 짐을 잠시 내려놓습니다. 그러면서 서울시민들은 그나마 난 행복하다고 스스로 느끼고 있는 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데, 걱정스런 계층이 있습니다. 25세에서 34세 사이의 청장년층입니다. 바람을 견딜 뿌리를 내리지도 못했는데 거센 바람에 흔들리고 있는 세대입니다. 이들은 서울시민들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에 그대로 놓여 있는 세대이기도 합니다. 사는 지역에 따라 교육수준의 차별을 직접 경험했고, 학교를 졸업한 이후에도 취업을 위해 그 어느 세대보다 어려웠던, 어려운 세대입니다.

 그리고 설사 취업을 한다고 해도 경제적인 이 이유로 결혼은 물론 연애마저도 두려워하는 세대입니다. 실제로 이 세대 10명 7명은 미혼상태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그리고 10명 중 2명은 동창회나 동호회 활동을 비롯해 어떤 사회적인 활동도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세대에게는 점점 더 치열한 환경만 주어질 뿐입니다. 그리고 그들은 그 속에 혼자 내팽개쳐져 있습니다.
[취재파일] 최재영
 청장년층은 우리 사회의 희망입니다. 서울시의 청장년층은 서울시를 이끌어나갈 희망입니다. 이들에게 서울시의 미래가 달려 있습니다. 그런데, 서울시의 청장년층인 30대는 가난은 사회제도 때문이라는 인식이 다른 연령에 비해 가장 높습니다. 그리고 노인 복지를 위해 세금을 부담하는 것에 대해서도 30대는 다른 연령에 비해 가장 부정적입니다. 희망이 있어야 할 세대들에게 희망이 없어 보입니다.

 가난은 사회제도 때문이기 때문에 내가 아무리 해도 사회제도가 바뀌지 않으면 어쩔 수 없는 거 아니냐는 무기력함이 느껴집니다. 그리고 결국 그런 사회 속에서 힘들게 사는데 왜 내가 다른 사람들의 고통도 함께 나눠야 하지? 라고 물음을 던지는 거 같습니다.

 인구통계학적 기준으로 정책은 노인에게 주로 집중돼 있습니다. 노인은 보호받아야하는 ‘약자’이기 때문입니다. 사회에 처음 나오는 청장년층들도 우리 사회가 보호해야할 대상입니다. 아직 그들은 자리를 잡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서울은 근대화 이후부터 최근까지 희망을 줬습니다. 서울에 올라와서 공부하고 열심히 살면 나도 성공할 수 있다는 희망의 장소였습니다. 하지만, 지금 청장년층에게 서울은 희망이 아니라 높은 벽일 수도 있습니다.

 다시 물어보려합니다. 서울에 살고 있는 여러분은 정말 행복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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