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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잊혀진 논란' 양심적 병역거부…'해묵은' 대체복무 도입

[취재파일] '잊혀진 논란' 양심적 병역거부…'해묵은' 대체복무 도입
어젯(19일)밤 가수 겸 배우 유승준 씨가 병역기피로 입국거부된 데 따른 심경을, 13년 만에 인터넷 생방송을 통해 밝혔습니다. 13년이나 지난 사건이지만, 유씨의 이름은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위를 차지하며, 뜨거운 관심을 반영했습니다. 그만하면 됐다는 반응이 없지 않지만, 왜 징집 대상에서 벗어난 지금에서야 사죄를 하고 무릎을 꿇겠다는 것인지 비판적인 반응이 잇따랐습니다.
유승준 캡쳐_640
유 씨처럼 병역 의무를 '회피'하는 경우도 있지만, 병역 의무를 적극적으로 ‘거부’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들은 자신의 양심, 신념, 종교에 따라 군대에 가지 않겠다는 결정을 내리고, 그에 따른 처벌도 감수하겠다는 입장을 밝힙니다. 이른바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입니다.

양심적 병역거부와 관련해, 최근 논란의 중심에 선 판결이 있습니다. 5월 12일, 종교적인 이유로 병역을 거부해 기소된 3명에 대해 광주지방법원 최창석 판사가 무죄 판결을 내린 것입니다. 최 판사는 국방 의무의 가치와 양심의 자유 사이에 조화로운 해석이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국방 의무의 본질을 훼손하지 않고도, 양심의 자유를 보장할 수 있는 한, 양심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한다고도 설명했습니다. 대체 복무제를 통해서 이런 양심의 자유를 보장할 수 있다는 이야기로 해석됩니다.

이례적인 판결입니다. 2004년과 2007년 1심 재판부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적이 있지만, 대법원에서 결국 유죄 판결이 내려졌습니다.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해 처벌하는 것이 합헌이라는 결정도 2004년과 2011년, 두 차례 내려진 바 있습니다. 현재는 신념에 따라 병역을 거부할 경우, 1년 6개월의 실형이 선고되는 게 보통입니다. 광주지방법원의 무죄 선고 이후, 같은(종교적) 이유로 병역을 거부한 남성에 대해 예정돼 있던 청주지방법원의 선고가 연기됐습니다. 재판부가 광주지방법원의 무죄 판결을 언급하며, 보다 심사숙고 해 보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피고인인 병역 거부자는 전했습니다.

하지만,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무죄 판결은 생각만큼 큰 논란을 일으키지는 못했습니다. SBS를 비롯해서 대부분 방송 매체들은 판결 직후 관련 기사를 짧게 단신으로만 전달했습니다.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이 내려진 사안이어서, 검찰이 항소하면 결국 유죄 판결이 내려질 것이라는 학습효과가 있어서인지 모르겠습니다.

판결이 내려진 다음날(13일)에는 인권단체인 국제 앰네스티가 국내 병역거부자에 대한 실태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매년 600명가량의 사람들이 양심적 병역거부로 수감되고 있고, 같은 이유로 수감된 전세계 수감자 가운데 92%가 한국인이라는 조사 결과도 있다고 엠네스티는 밝혔습니다. 앰네스티는 그러면서, 민간 성격의 대체 복무제 도입이 시급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다시 이틀뒤인 5월 15일, 스승의 날로 알려진 이날은 해외 반전단체가 지정한 병역거부자의 날이었습니다. 기념 행사가 잇따랐습니다. 반전단체인 ‘전쟁없는 세상’은 국회에서 잠자고 있는 대체 복무제 도입 논의를 재개하라며 국방부에서 국회 앞까지 자전거 주행을 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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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대체 복무제에 대한 논의는 현재까지는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으니 넌 대답만 하면 돼’의 줄임말)인 것으로 보입니다. 이미 결론이 내려져 있어서, 대부분이 주목하지 않는 이슈가 되어 버린 모양새입니다.

2007년, 대체 복무제를 도입하겠다고 국방부가 밝힌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듬해 이 계획은 백지화됩니다. 여론을 고려할때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결론을 내렸다는 게 국방부의 설명이었습니다. 그 이후 대체 복무제에 대한 논의는 전무한 상태이고, 현재도 대체 복무제는 전혀 당국의 고려 대상이 아닌 상탭니다.

대체 복무제를 도입하는 내용의 법안이 재작년 발의된 상태이긴 합니다. 하지만, 상임위에 상정만 됐을 뿐, 관련 논의는 없습니다. 발의는 되지만, 발의되는데서 끝나는 상황이 반복됩니다.

그러는 사이 군대를 거부하기 위해, 무작정 해외로 떠나 난민 신분을 인정받은 남성이 등장했습니다. 25살 이예다 씨입니다. 이 씨는 자신은 성소수자도, 특정종교의 신도도 아니라면서 평화에 대해 고민하다 병역 거부자의 길을 택했다고 말했습니다. 이 씨는 현재 프랑스 파리에 머물면서 난민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이씨는 “군대 문제만으로 해외에서 난민으로 받아 줄 정도의 상태”라면서 "그만큼 한국 군대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만 알아줬으면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씨 외에 또 다른 남성도, 병역거부를 이유로 난민 신청 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양심적 병역거부-대체 복무제 논란은 해묵다 못해, 지루한 이슈가 되어버렸지만 여전히 600명가량의 남성들이 감옥에 가고 있고, 이렇게 난민까지 신청하겠다는 사람들도 드물게 등장하고 있습니다.

새누리당 이인제 최고위원이 최근 “군대는 전쟁을 위해서만 존재하는 게 아니라 전쟁을 막고자 꼭 필요하다”고 입장을 밝혔습니다. “전쟁에 반대하고 평화를 사랑한다면, 대한민국 군대에 자랑스럽게 입대해 우리 방위력을 튼튼히 하는 것이 정도”라면서, 광주지방법원의 무죄판결은 상급심을 고려한 듯 “잘 시정되기를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한국 기독교 총연합회도 최근 성명을 내고 신념에 따른 병역거부자와, 광주지방법원의 무죄 판결에 대해 비판했습니다. 한기총은 "나라마다 법과 규범, 질서가 있고 대한민국에도 법과 규범 질서가 있다"면서 "사회적 합의도 없고 이미 판례도 유죄인 상황에서 종교적 신념에 의한 양심적 병역거부를 무죄로 판결한 것은 개인의 자유만을 지나치게 강조한 처사"라고 우려했습니다.

한기총은 "공동체, 국가 내에 존재하는 구성원이라면 공공의 질서를 따르면서 개인의 자유를 요구해야"한다면서, "양심적이라는 미명하에 병역의 의무를 회피하려는 행위"라고 강하게 양심적 병역거부를 비판했습니다. 

'답.정.너'였던 양심적 병역거부-대체 복무제 이슈, 양쪽에서 '핑-퐁' 공을 주고받았습니다. 사그라진 불씨가 다시 한번 살아날까요. 여러분 생각은 어떠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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